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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화. 불안이 불안을 낳는 밤이 올 때

좋은 사람이 아니어도 돼 2

by 마케터 밍구

흐릿하고 까마디 까만 안개가 자욱이 내려앉은 어느 순간, 나의 가장 마초 같은 친구에게 전화가 왔다. 나는 그에게 여느 때처럼 장난 섞인 인사로 통화를 시작했다. 그런데 돌아오는 말은 처음 듣는 그의 불안 가득한 목소리였다.


"우리 동창 OO가 죽어서, 지금 장례식장이야.."


나는 금세 분위기를 파악했고 그에게는 처음 듣는 불안함이 내 심장까지 전해지는 듯했다. 그리고, 그 장례식장의 전경이 내 눈앞에 펼쳐졌다. 그 친구는 평생 나에게 보여주지 않았던 매우 나약한 인간의 모습을 떨리는 목소리로 보여줬다.


"나.. 너무 힘들어.. 안아줘... 안아줘.."


그의 말도 안 되는 떨림과 슬픔이 내 심장 박동을 매우 떨리고 심지어는 기괴함까지 들게 만들었다.




눈을 떴다.


모든 것은 꿈이었고, 꿈이어서 다행이었다.

하지만, 꿈이 아닌 것이 있었다.


바로, 심장의 빠른 박동과 어두운 공간, 그리고 그것에 휩싸인 나 자신이었다.


우리는 그것을 '불안'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나의 심장 박동은 쉽게 줄어들지 않았고, 이미 내 머릿속을 지배하고 있는 불안이라는 큰 폭풍우는 잠들지 못했다. 그리고 나의 밤 또한 더 이상 잠들지 못했다.


불안이 가득 차 불안 발작이나 공황 발작이 꿈을 통해 생기는 사람들의 기전은 이렇다.




의학적으로 불안장애와 공황장애는 명확히 다르고, 구분을 해야 한다고 한다.

불안 발작이나, 공황 발작이 지속적으로 꾸준히 발생하면 그것을 장애라고 진단한다는데, 어디 초록창 검색으로 어쭙잖은 지식을 이야기하지는 않겠다. 나는 의학에 대한 지식도 없고, 여기에서 정보를 전달하고 싶지도 않다. 다만, 이제는 오랜 시간이 지나 많은 것을 기억하지는 못하지만 불안이 나를 지배했을 때의 내가 겪었던 불안의 무서움은 누구보다도 더 생생히 글로 '묘사'는 할 수 있기에 실 경험자의 후기 수준으로 이야기하려 한다.


나는 불안에 가득 차서 하룻밤에도 8번을 깨고 땀을 닦고 심장을 안정시키고 다시 자는 그 시간이 다시는 오지 않았으면 했다. 그러나, 우리 모두의 마음 공장에는 불안이(인사이드 아웃 2)가 살고 있기에 간혹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긴 해야 한다.


불안과 공황은 생각보다 흔한 증상(또는 질병)이다. 아니, 거의 오랜 친구라도 해도 무방할 만큼 대부분의 우리들이 한 번씩은 겪었던 증상이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불안이나 공황발작을 인지하지 못하고 흘려보내는 경우가 많다. 사실 그때가 가장 좋다. 이 증상을 질병으로 인식하는 순간부터가 또 다른 '예기 불안'을 가져오기 때문이다.


가령, 출근길 사람이 꽉 찬 지하철(지옥철)에서 숨이 턱턱 막히고 식은땀이 나고 심장이 두근거리는 증상이 나타나는 것을 어떤 사람은 답답하다, 덥다, 숨 못 쉬겠다 정도로 넘어가는 경우가 있다. 물론, 정도가 심해지면 이 증상을 못 알아채지 못할 수가 없기도 하지만, 방송인들의 공황장애로 공황이라는 단어 자체가 유명(?)해지기 전까지는 아무도 이 증상을 심각하게 여기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자신이 이 증상을 '아, 이게 공황 발작이구나'하고 느끼는 순간부터 증상은 질병이 된다. 질병은 해당 특정 상황에서 내가 또 무서운 증상이 발현될 수 있다는 또 다른 '예기 불안'을 낳는다. 그래서 증상이 발현되었을 때 대수롭지 않게 심호흡을 천천히 하고, 상황에 따라 근육 운동으로 전두엽을 활성화시키는 자신만의 슬기로운 대처가 필요한 것이다.




모두 극복한 줄 알았던 불안과 공황발작이 다시 찾아왔다. 다행히 노크만 하고 금방 사라져 버렸다. 우리 모두에게는 간혹 예기치 못한 불안을 야기하는 일이 나의 뜻과 다르게 발생하고는 한다. 꾸준히 같은 시간에 찾아오는 구몬 선생님과 같다면 숙제를 안 해두었더라도 어느 정도의 핑계라도 댈 수 있게 대비가 되어있으련만, 이 놈의 불안은 노크도 없이 서프라이즈로 찾아와 버린다.


그가 찾아온 트리거를 안다면 한 번의 서프라이즈가 당분간은 다시는 없을 서프라이즈가 될 것이고, 그것을 모른다면 당분간은 몸은 자도 뇌가 잠들지 않는 고문과 같은 밤을 보내야 한다.


내 인생에서 가장 스트레스가 많고 불안했던 그 예전 시기에 잠을 거의 제대로 잔적이 없고, 어느 순간에는 새벽에 식은땀과 빠른 심장박동과 함께 눈을 뜨면 그냥 '오늘 잠 좀 못 자면 어때?'하고 밖으로 나가 탄천을 걸었다. 그러다 보면 그날은 그놈이 내 마음속에서 '에휴 지독한 놈!'하고 떠나버리더라.


아! 불안이 가 자꾸 찾아오는 트리거를 빨리 찾기 위한 꿀팁을 공유하자면, 무조건 '감정 일기'를 매일 들고 다니면서 쓰는 것이다. 내가 지금 느끼는 감정과 솔직하게 마주하는 것이 가장 첫 단계이자 마지막 관문이다. 나는, 이 모든 생각의 굴레와 감정을 노트에는 각종 비속어를 섞어가며 적었고 이곳에는 나름의 정제된 언어로 에세이라는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하나 더, 지그문드 프로이트는 '꿈의 대화'를 통해 자신의 내재된 욕망을 발견할 수 있다고 했는데, 나는 이 이야기를 참으로 좋아한다. 그리고 맹신한다.


내가 잠을 자며 꿈을 꾸는 것들을 아침에 깨서 반드시 '감정 일기'장에 메모해 보길 바란다. 그 내용들이 아무리 이상하고 기괴해도 그 모든 꿈을 적어 내려가다 보면 불안에 대한 나의 트리거를 금방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나의 꿈에 나와 벌벌 떨며 안아달라던 내 친구는 사실 나였다.

불안했던 건 그 친구가 아니라, 불안한 나 자신 깊숙이 내재되어있는 수많은 그림들이 그런 기괴한 꿈을 만들어냈을 뿐이지, 그 전체적인 시나리오와 주인공은 결국 나였던 것이다.


'그래 오늘 하루 좀 못 자면 어때?'


폭풍우 같은 불안과 밀려오는 생각에 잠 못 이루는 당신의 밤이 지독하고 지옥 같겠지만

그 폭풍우를 잠재울 수 있는 힘은 반드시 당신의 마음속에 있다.

그 트리거는 아쉽게도 타인에게 있겠지만 그 트리거를 당길지 말지 결정하는 것은 당신이자, 우리 자신들이다.


그러니 이전의 내가 씩씩하게 이겨냈고 지금의 내가 무던하게 또 이겨내듯.

당신의 지독한 싸움도 오늘은 무던하고 그 끝은 무탈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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