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방콕 이곳저곳을 홀로 걸었다 무려 2만보를 넘게 걸었다. 혼자 이어폰을 끼고 녹음기를 켜고 지금 내 생각들을 듣지 않는 청자에게 마음껏 내뱉었다. 이 세계에선 내가 걸으면서 어떤 말을 해도 내가 뭐라고 하는지 아무도 알아듣지 못한다는 게 참으로도 매력적이다. 그래서 마음에 있는 모든 말도 가상의 사람들을 앞에 세워두고 할 수 있었고, 진짜 나를 위해 나에게 수도 없이 많은 말들을 할 수 있었다. 욕을 해도, 낯 뜨거운 표현을 해도 그 누구도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관심 없었다. 만약, 내가 이 짓을 강남 테헤란로에서 했으면 아마도 유튜브에 '테헤란로 혼잣말남'으로 화제가 되었을 것이다.
나의 해외여행은 뉴욕, 보스턴, 괌 그리고 지금의 방콕이 전부이다. 한국을 떠나는 순간 어떤 나라에 가도 공통적으로 느끼는 것이 있는데 , 그건 바로 '여유'이다. 내가 뉴욕에 갔을 때 그 여유에 놀랐다. 그냥 여유가 아니라 바로 '삶을 대하는 자세'에서의 여유였다. 그 순간이 생각난다. 마음 급히 캐리어를 이끌고 한인 민박으로 미친 듯이 급하게 걷고 있는 그 순간에 브로드웨이에 있던 한 흑인 여성이 나를 보며 딱 한 마디 했다. "Welcome to New York!" 그 순간이 잊히지 않는다. 한국 그 어느 곳에서도 보지 못했던 여유였다. 그리고 그녀는 나에게 환하게 웃어 보였다. 그때는 어딜 가도 나를 보며 "How are you doing?"을 하는 미국인들을 보며 참.. 평범한 인사말이지만 다른 느낌을 받았다. 어떻게 보면 우리의 "안녕하세요"도 그의 안녕을 묻는 인사말이지만, 그래도 무언가 대답을 해도 되는 그 삶의 여유가 부러웠다.
뉴욕 땅에서, 그 어떤 기억보다 강렬했던 건. 사람에 대한 생각이다. 횡단보도에서도 상점에서도 일단 사람이 여긴 먼저구나 생각했다. 그 짧은 횡단보도의 신호등이 그렇게 길 수 있다니. 그 긴 시간에 그 어떤 차도 경적을 울리지 않는다니. 그리고 차가 조금이라도 사람을 향해 전진하거나, 횡단보도를 침범하면 그렇게 화를 낼 수가 없을 정도로 화를 내더라. 당연한 것이다 그들에게는. 물론, 문화 상대론적 관점에서 그냥 그들에게 체화된 문화일 뿐이다. 나는 사람을 위해야지! 하고 체득된 문화는 아닐 것이다. 내가 이 후기를 미국 친구에게 전해주니, 그는 이렇게 대답하더라. "뭐라고? 미국 사람들은 뉴욕이 너무 빠르고 급해서 못살아!"라고 말이다. 그래서 웃었다.
보스턴과 괌도 마찬가지였다, 무척 느리고 무척 답답했지만 정말 특별한 경험이었다. 지금 방콕을 2만 보 걸어본 결과 이곳도 한국에 비해 굉장히 느리고 여유롭다. 일단, 교통이 말도 안 되게 무질서하다. 수많은 오토바이와 차들, 그리고 사람들이 뒤섞여 거리를 거닌다. 심지어 횡단보도나 신호등도 찾기가 힘들다. 그런데, 정말 놀라운 건 경적소리가 거의 없다. 아니 사실 아예 없는 수준이다. 한국에 비하면^^. 오토바이든 차든 한국이었으면 벌써 "야! 너 미쳤어!"와 함께 엄청난 경적을 울려 댔을 것이다.
이 여유 넘치는 도시가 물론, 뉴욕의 여유와는 다르지만 한 가지 깨달은 것은 '아, 내가 너무 급하게 인생을 살고 있는 건 아닐까?'이다. 나는 당장에 주어진 여러 가지 상황에 조급했다. 우리 청춘들이 모두 같은 고민을 한다. 입시, 취업, 군대, 연애, 결혼, 이직, 연봉 등등 전부 조급하다. 조금이라도 늦으면 뒤쳐진 것 같고 조급해진다. 치솟는 집 값, 높아지는 금리, 좁아지는 취업문, 낮아지는 출생률.. 우리가 요즘 매일같이 마주하는 뉴스이다. 이렇게 가다가는 대한민국은 망할 것이란다.
나는 정치, 종교 이야기를 극도로 경계한다. 아무래도 교사 출신이기에 어느 한쪽에 편향된 생각을 경계하는 편이다. 인터넷 커뮤니티들을 하다 보면 참으로도 피곤하게들 산다. 남녀 간의 갈등, 종교 간의 갈등, 정치 이념 사이의 갈등 참으로 피곤하다. 한 후배가 나에게 밥을 먹으며 이야기한 적이 있다. "지금 정권은 망했어요. 형, 이 유튜브 한 번 봐봐요." 난 그 순간 생각했다. 나는 절대로 어느 순간에도 내 한쪽 신념을 드러내지 말아야겠다.(물론, 없지만) 그 사람의 마음은 명확했다. 자신의 생각에 공감하는 한 사람이 필요했을 것이고. 자신의 신념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하길 바랐을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순간이 사람에 대한 내 신념을 확고히 하게 되는 순간이 되었다.
그러니까 우리는, 그러니까 나는
이 시간을 보내며 다짐했다. 좁았던, 조급했던 나의 욕심들과 생각들을 다시 나만의 세계관에서 한 걸음 뒤에서 생각해 볼 수 있게 되었음을. 그동안의 내가 쫓기듯 살아왔고 너무도 쓸데없는 고민들을 했음을. 인생은 길다. 그리고 인생은 짧다. 생각하기 나름이라는 것이다. 그러니 하루하루 쫓기듯 살지 말자. 미친 듯이 아프고 괴로워도 내일은 오고. 복잡하게 생각하고 마음 찢어지게 아파도 결국 인생은 흘러가야 한다. 그러니 고민 많고 생각 많고, 남 생각 많은 우리에게 말하고 싶다.
야 고민하지 마, 마음 가는 대로 해!
내가 미친 듯이 노력해도 떠날 회사는 떠나고, 내가 죽을힘을 다해 노력해도 불합격할 운명이면 떨어진다. 남의 마음이 내 맘대로 안된다고? 내 마음도 내 마음대로 안 되는 판에 무슨 남의 맘 걱정인가! 그냥 지금 당신의 인생에서 당신의 마음이 시키는 대로, 마음이 가는 대로 해라. 그게 정답을 반드시! 가져다줄 거니까!.
내 수많은 제자들아, 입시가 뜻대로 되지 않지? 내 수많은 친구들아 연애가 결혼이 참으로 쉽지 않지? 이 글을 보는 수많은 인생 선배님들, 청춘들의 이 고민이 힘듦이 인생의 마지막 고통이 아닌 거죠? 그냥 그저 그 나이가 그 시절이 그립죠?
봐라, 지금 우리의 조급함, 마음 졸임이 누구에게든 있었고 나보다 못났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나보다 잘난 사람도 누구나 이 과정을 겪고 이겨냈다. 그러니까, 당신이라고 못 이겨낼 이유가 없다. 6시간의 거리와 2시간의 시차에서 나는 오늘도 느꼈다. 이들의 삶과 우리의 삶이 전혀 차이가 없음을. 그저 우리에게 2시간의 조급함이 있을 뿐.
그러니까! 우리 딱 한걸음만 뒤로 물러서자. 출근길 보이는 따뜻한 햇살도, 야근 후 퇴근길에 나를 맞이하는 시원한 바람도 즐기자. 그리고 하늘 보고 한숨 한번 팍 쉬고! 생각하자.
'예측이 안되고, 조급하고 힘든 내 인생. 다시 생각해 보니 스릴 넘치고 재밌잖아?'
오늘도 빨리빨리에 지친 한국의 모든 청춘들과 나에게, 그리고 너에게 지금 나의 모든 감정을 100% 전할 수는 없지만. 나의 마음이 나의 각오와 다짐들 가득한 이 경험의 순간이. 조금이나마 당신의, 너희의, 너의, 우리의 마음에 작은 요동을 일으키길 바란다. 어제의 너보다 한 단계 더 성장한 너! 오늘도 고생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