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화. 마지막화: 홀로서기

by 김레비

'나ㅁ 생각일기'를 아무 생각 없이 14편 연재로 계획하고 매일 같이 써 내려갔다. 심지어 해외여행을 가서도 나의 남생각을 매일 같이 정리했다. 그런데 유독 마지막 편은 시작하기가 어려웠다. 어떻게 정리해야 할까를 계속해서 고민하다가 독자와의 약속(?)인 연재일을 한참 떠난 지금 글을 쓰기 시작한다. 그리고 지독한 남생각일기의 주인공인 극 ENFJ의 마지막 주제는 아이러니하게도 '홀로서기'이다.


남 생각 잘하며 잘 살아온 나의 시간


나는 감동적인 카톡의 순간을 저장해 두는 편이다. 그중에는 내 제자들의 메시지가 반 이상을 차지한다. 중학교 1학년 담임을 마지막으로 하던 날, 조용했던 한 제자의 장문의 카톡이 왔다. 그중에서 내 마음을 뜨겁게 만들었던 말은 "선생님은 기억 못 하시겠지만, 선생님께서 아침 조회시간에 해주신 말씀 덕분에 정말 힘들었던 시기를 보내고 있던 우리 반 제 친구가 정말 많은 힘을 얻었어요. 감사합니다." 나는 매일 아침 조회 시간을 최대한 서로의 일상을 나누고 긍정적인 나의 이야기를 해주는 시간으로 가졌다. 물론, 화도 많이 냈지만..^^. 그런데 그 앞에 앉는 33명의 아이들 하나하나를 신경 쓰다 보니 나도 기억 못 하는 순간에 어떤 아이의 인생에 굉장한 힘이 되었다는 것이다. 남의 인생에 조금이라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에 굉장한 보람을 느끼는 남생각러들에게 이런 순간은 정말 이루 말로 못 할 정도의 뜨거움을 준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오늘도 한 제자의 서울대 합격증을 받았다. 3년 전에 체육을 가르친 나에게까지 이런 메시지를 보낼 정도면 나는 참 좋은 선생이었다보다. 사실 좋은 선생이고 싶다기보다는 그들의 좋은 인생 동반자이고 싶다.


오늘은 퇴근을 하고 전 학교에서 친하게 지내던 원어민 아저씨 선생님을 만났다. 작년 퇴직을 하고 미국 미시간으로 돌아가 자신의 새로운 인생을 살고 있는 분이다. 이 분과 학교에서 단 1년을 있었는데, 아직도 연락을 자주 나누는 사람은 항상 내가 우선이었다. 3년 전 3월 교직원 화장실에서 양치를 하던 어느 날 부족한 영어 실력으로 그에게 말을 걸었었다. "제 영어는 부족하지만, 저랑 하루에 5분만 대화 나눠주세요. 영어로 말하는 것을 좋아하고 배우고 싶어요!" 오늘 그가 이야기했지만, 그는 나 같은 신선한 한국 교사는 처음 봤다고 한다. 그리고 놀랍게도 내가 학생을 대하는 표정과 수업하는 방식에서 내가 얼마나 학생들을 생각하는지 깨달았다고 한다. 한국에서 8년을 있었던 그는 해당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올타임넘버원으로 불릴 만큼 참 교사이다. 대한민국에서 나는 그와 같은 교사를 아쉽게도 본 적이 없다. 그리고, 제자들의 졸업식을 보기 위해 미시간에서 어제 입국했고 그런 분이 오자마자 나를 보자고 내 직장까지 찾아와서는 인생에 대한 여러 이야기를 해주었다.


내가 학교를 떠나, 회사에 도전해 본다고 했을 때 그는 나에게 추천서를 써줬다. 회사에서 정말 보지도 않았겠지만 나에게는 굉장한 의미로 다가왔다. 왜냐하면, 그렇게 학생을 사랑하는 그도 웬만해서 입시를 위한 추천서도 써주지 않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왜냐면, 학생의 포텐셜을 글로 표현하기 힘들 때가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가 나에게 써준 평생 잊지 못할 추천서 한 페이지.


남 생각만 하면서 잘 살다 보면, 나는 지치고 힘들지만 그럼에도 그 보답은 남에게서 반드시 돌아온다. 그러니까, 우리 잘 살아온 걸 지도..?




그럼에도 홀로 서야 하는 이유


'나ㅁ 생각일기'를 연재하면서 남생각 많은 나와 우리에 대해 많은 고찰을 했다. 방콕에서의 3박 4일 동안 정말 많은 고민과 혼잣말을 반복했다. 그리고 생각의 결론은 '홀로서기'이다.


내가 체육교육학을 전공하며 귀가 따가울 정도로 많이 들었던 말은 '건강한 몸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Sound Body Sound Mind)'이다. 그리고 이번에 약간의 공황 발작 증세를 겪으며 수십 편의 유튜브 공황 이야기를 보면서 공통적으로 배운 것은 일단 약을 먹고 심장과 신경계가 정상으로 돌아와야 건강한 생각이 뒤따른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지독한 남생각에 어느 순간 내 뇌와 마음이 번아웃이 오게 되면 그 원인을 외부에서 찾으려고 하면 안 된다. 일단 뛰고, 일단 땀 흘리고, 그리고 힘든 시간이겠지만 다시 내가 건강한 남 생각을 할 수 있도록 몸부터 다시 돌려놔야 한다. 약이 필요하더라도, 정상을 되찾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가 마음과 몸의 건강을 돌려놔야 하는 이유는 역시나. 건강하게 다시 남을 위한 삶을 살기 위한 나를 위해서이다. 내가 건강하고 든든한 사람이 되었을 때, 남들은 내 생각을 이해하고 듣고 나에게 좋은 영향을 받는다. 이게 참으로 소름 돋는 포인트였다. 남의 인생에 조금이라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싶었고, 내가 다른 사람들에게 정신적으로 너무도 의지하고 있어서 내가 문제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힘들었다. 그런데, 돌이켜보면 그게 아니었다. 남의 생각을 지나치게 많이 하던 나에게 오히려 남들이 의지하고 있었다. 그래서 모두가 나를 위로했고, 모두가 내가 돌아오기만을 기다렸다.


그 생각이 드는 순간 나 자신이 굉장히 강해지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그래서 생각했다. 다시 홀로 서자! 내가 남생각이 지독하게 많은 나로서 다시 서는 순간에 아이러니하게도 내 소중한 남들도 다시 힘을 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다시 일어나 보기로 다짐했다.




또 힘든 순간은 온다.


그럼에도 우리에게 또 힘든 순간은 반드시 온다. 타인의 마음은 내 마음대로 절대 움직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당신이 '좋은 사람'이라는 사실은 변치 않는다. 그러니, 힘이 들면 힘들다고 말하고 지치면 잠시 쉬어가도 좋다. 그럴 때 주위를 둘러보면 모두가 당신을 걱정하고 기다리고 있을 것이니까. 지독한 ENFJ 남생각러들에게 이 열네 편의 연재를 통해 꼭 해주고 싶은 이야기로 마무리하자면, 우리에게도 남생각을 위한 에너지 총량은 정해져 있다. 그게 바닥을 쳤을 때 우리는 반드시 힘들 것이다. 때로는 한 사람이 그 에너지를 전부 빼앗아가는 순간이 오기도 하고, 때로는 나도 모르게 그 에너지가 바닥이 나는 순간이 온다. 그럴 때는 반드시 다시 홀로 설 수 있다는 믿음을 가졌으면 좋겠다. 이 글을 보는 미래의 또 다른 힘든 나에게도 언젠가 힘든 순간이 찾아와 내 연재글을 읽고 있는 당신에게도 꼭 힘이 되길 바라며.


남생각에 힘든 순간에 힘내라고, 파이팅 하라고 말해주고 싶지 않다. 그저 내 글이 당신에게 따뜻한 포옹이 되기를!




'나ㅁ 생각일기'를 마치며


업무에 관한 글만 써 오다가 처음으로 에세이를 작성해 봤습니다. 아직은 제 편협한 생각을 써 내려가는 것에 그치는 것 같아 아쉽지만, 부족한 글에도 많은 관심과 응원의 댓글을 보내주심에 굉장한 힘을 얻었네요. 다음 연재는 어떤 주제가 좋을지 계속해서 고민하고 있습니다. 왜냐면, 글을 쓰는 이 순간들이 저에게 굉장한 마음의 거울을 보여주는 순간이 된다는 것을 깨달았거든요! 이번에는 오랜 공백 없이 금방 재밌는 주제로 돌아오겠습니다! 지금까지 공감 에세이에 도전한 극한의 ENFJ, 남생각러 메타킴이었습니다. 안녕! 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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