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유달리 불어 내 맘조차 흔들리는 날
건조한 눈에 모래가 달라붙어와 짜증이 솟구치던 날
마침 그런 날에 높이 뻗은 잔가지들 사이에서
무엇을 찾고 싶어 여기까지 걸어왔을까.
높디높은 갈대밭에 무언가라도 있을 것처럼 느껴졌다.
별다를 게 없을 것이란 걸 알고 있어도
내가 생각하는 추상적인 것을 주워보기 위해 구태여 몸을 이끈다.
가로막힌 벽은 아님에도 빼곡히 들어찬 풀잎들의 틈바구니 속이라 그런가
사방에서 조여듦과 동시에 날 자유롭게 하는 이 느낌이 생각보다 안락하게 몸에 달라붙었다.
이 풍경.
지금 쓰고 있는 마스크와 비슷한 역할을 해주었다.
남이 보지 못하는 본심을 안쪽에 깊이 넣어두고
내 맘에 들 때마다 입으로 욕을 하여도 전혀 알아채지 못한다.
우습게도 이것이 내 행실 중 가장 솔직하다고 말할 수 있다.
갈대밭 속에 내 형체를 숨기고
마스크 속엔 내 내면을 숨겨낸 후에
가련한 기타줄을 끊어지듯이 당겨내
바람소리 그득한 평야에 내 존재를 어렴풋이 찍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