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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파인 May 21. 2023

하우스홀릭 16  5월 마당과 밭

집에 살다

 시골 마당 있는 집에 살면서 느끼는 한 해 최고의 달은 5월이다.  

 봄이 시작되는 4월도 좋지만 4월은 불안정하다풀과 나무가 다시 움트고 봄꽃도 피고 겨울을 물리친 햇살이 무언가 기대를 품게 하지만 하루아침에 돌변하기도 한다들뜬 기분에 얇은 옷을 걸치고 나가면 갑자기 추워지기도 하고추울까 봐 대비하면 기온이 쑥 올라가기도 한다지구온난화의 영향도 있겠지만돌이켜 보면 4월에 눈이 내리던 기억도 선하다봄날 개강하고도 한 달 지나 멋쟁이 친구들은 벌써 화사해진 옷차림으로 4월 교실에서 수업 듣고 있는데 갑자기 눈이 내려 환호성과 걱정을 동시에 했던 기억이 떠오른다그래서 다른 의미지만 T. S. 엘리엇의 ‘4월은 잔인한 달이라는 시구에 공감하기도 했던 것 같다.

           

  5월은 4월에 비하면 대체로 화사하고 맑고 안정적이다튤립, 수선화모란작약과 같은 온갖 꽃들이 만개하고대지는 새로운 성장을 준비한다이곳에 살게 되면서 5월은 가장 바쁜 달이기도 하다대체로 5월 초는 각종 채소 모종을 심기에 가장 적합한 시기다모종을 심기 위해서는 비가 어느 정도 내려 땅이 촉촉한 것이 좋고모종 심은 뒤 갑자기 날씨가 추워져서 모종이 냉해를 입게 되면 안 된다. 5월은 그런 의미에서 안정적이고 준비가 잘 된 달이다.  4월 말 5월 초 시장에 나가면 온갖 모종을 팔고 있고 활기가 가득하다이번에 심은 것만 해도 상추고추오이가지토마토 등 기본적인 채소 외에 깻잎양배추피망야콘토란 등등 10여 가지가 훨씬 넘는다.  거기에다 옥수수와 고구마수박과 참외호박과 단호박까지 심으면 제법 거창한 농사가 된다 

    

  옥수수와 고구마는 조금 많이 심고 그 외 채소는 대부분 종류별로 대 여섯 개 심는 것이기는 하지만 농사를 지으려면 많은 사람들의 도움이 필요하다일도 잘 못하는 우리들을 돕기 위해 다행히도 아들딸 그리고 조카들까지 서울에서 이곳으로 함께 모이는 것이 몇 년간의 루틴이 되었다모두 농군 작업복으로 갈아입고 모종 심고고랑에 잡초가 나는 것을 막기 위해 부직포도 깔고물도 주면서 한나절 일하는데 힘들면서도 이렇게 함께 나누는 시간의 즐거움도 큰 것 같다일이 끝나고 나면 저녁 어스름부터 바비큐 파티를 한다밭에서 저절로 큰 두릅으로 두릅 튀김 가득해놓고 김치와 된장찌개 그리고 한우와 삼겹살 파티를 시작한다맥주와 와인을 곁들여 가며 떠들썩하게 그동안의 소식과 안부를 묻고 웃고 먹다 보면 피곤하지만 건강한 행복이 느껴진다모두들 점점 바빠지고 있어 이렇게 모이는 게 쉽지는 않은 일인데하루 내려놓고 흙 만지며 기꺼이 마음을 내주어 고마운 마음이다.     


  모종 심은 다음 중요한 일은 적절하게 물을 주는 일이다하늘에서 비가 내려주면 가장 고마운 일이고 아니면 아침에 일어나 잘 자라라 하면서 물을 뿌리며 관찰해야 한다. 1-2주일만 지나면 금방 파릇파릇 자리 잡고 저절로 자라기 시작한다. 5월 농번기는 이렇게 지나간다.  그리고 다시 마당을 보면  새로운 꽃들이 한창 피어난다하얀색 조팝과 찔레꽃라일락과 붓꽃이 가득하고 그리고 수국이 꽃 필 준비를 한다. 5월 마당이 좋은 이유 중의 하나는 이런 꽃을 만나고 즐길 때 아직 벌레들이 많지 않다는 점이다. 6월이 지나면 모기와 온갖 벌레들이 마당에 출몰하고 그러면 여유 있게 마당을 거닐기가 점점 어려워진다.   5월 정원 붓꽃이 피어나고밭에는 어린 모종들이 쑥쑥 자라고내 마음은 여유로워지고 날씨는 화창하다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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