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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파인 Oct 02. 2023

하우스홀릭 23  자연은 성실하다

집에 살다

   

  퇴직하고 시간이 나니 조금 다른 공부들을 하게 된다요즈음 열심히 듣고 배우는 강의 중 하나는 도올 선생이 풀이해 주는 주역 공부인 <도올주역강해>이다. 주역은 흔히 점풀이로 알고 있지만실상은 자연의 모습을 관찰하여 사람이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이야기하는 경전이라는 말이 마음에 들어왔다특히 자연은 머물러 있지 않고 끊임없이 변하고 있으며이 변화가 바로 ()’이라는 말씀그리고 자연은 우리가 느끼던 그렇지 않든 간에 계속 성실하게 움직이고 있다는 말씀이 인상적이었다  

   

 산 주변에서 살면서 느끼는 것 중 하나는 산이 그저 우뚝 변함없이 서있는 것이 아니라 하루도 쉬지 않고 변하고 있다는 것이다금강산의 사계절 이름이 다르듯이 푸릇하게 새순이 올라오는 봄의 산과 무섭도록 푸르른 무성한 여름 산그리고 울긋불긋 단풍이 드는 가을산과 계곡 깊숙한 곳까지 다 들여다보이는 겨울의 한산하고 추운 산의 모습은 다 다른 느낌이다이 변화는 산속 깊은 자연이 성실하게 움직인 결과일 것이다이에 더해 구름과 태양이 또 끊임없이 산의 모습을 변화시킨다구름 한 점 없는 맑은 산과 구름이 은근하게 걸쳐있는 산과 무겁게 검은 구름이 내려앉은 산의 모습은 모두 다 다르다때로는 수묵화 같은 모습으로 때로는 밝고 경쾌한 채색화의 모습으로 산은 변화한다서로 연결된 자연들이 각각 다른 조화를 만들어내니 지켜보는 우리들은 때로 감사하고 감탄하며 산을 본다


  

<산을 보다>

  

 이 변화는 늘 진행되지만 또 반복된다여름가을겨울 사계는 내가 살아온 만큼 함께 진행되었을 텐데 또한 똑같은 내용으로 반복되지 않는다변화하면서 변화되지 않는 그런 미세한 변화를 가까이 느끼며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이렇게 자연이 열심히 성실하게 변화하고 있는 동안에 나는우리는 무엇을 했을까?  우리 인간의 삶 이전부터 존재해 왔던 자연이 지금도 변함없이 성실하게 움직이며 변화하는데우리는 어떤 생각시점관계에 묶여  멈추어 버린 것은 아닐까특히 나이 들어가며 고집스러워지면서 고정관념이 강화되는 것은 아닐까


 

<토란과 밤>

   

 날이 어느새 선선해졌다끝날 것 같지 않던 무더위가 지나가고무성하던 풀잎들도 힘을 잃어가고 국화와 구절초코스모스 같은 가을꽃들이 피고 있다그리고 봄에 심어 놓았던 토란이 제법 실하게 알뿌리가 달렸다돌보지 못한 밤나무도 열매를 맺어 땅에 툭툭 떨어트려 놓았다돌보지 못한 미안함과 그래도 내어주는 선물에 감사하며 정성스레 모아 추석에 토란국으로 고소한 삶은 알밤으로 즐길 수 있었다.  자연은 참 성실하다나도 자연처럼 변하지 않는 듯 조용하게 변화하는 성실한 삶을 살아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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