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혀노블 Jun 05. 2024

회사는 한 달에 한 번 타운홀 미팅을 했다.


회사는 한 달에 한 번 타운홀 미팅을 했다.


참여자들 스스로 문제를 제기하고, 해답을 찾아가는 토론 과정을 통해 지금처럼 회사가 어려움에 처하는 결과를 초래하지 않기 위함이었을 것이다.


그런 이상적인 목표는 좀처럼 이루어지지 않았다. 


미팅은 대표님이 각 팀의 진행 업무를 정리해 직원들에게 공유하는데 그치는 정도였다.


장기간의 재택근무가 원인이었을까?


직원들은 질문하기를 꺼렸고, 자신에게 이목이 집중되는 걸 부담스러워했다.


다들 질문과 답변으로 타운홀 미팅 시간이 길어지는 걸 원치 않는 것 같았다. 


우리에게는 3년이라는 시간이 있었다.


"회사의 매출이 저조한데 현재 진행 중인 프로젝트를 계속 진행하는 게 맞을까요?"


"당장이라도 매출로 이어질 수 있도록 제품을 피보팅 해야 하지 않을까요?"


그랬다. 기회는 여러 번 있었다.


그 긴 시간 동안 문제를 회피하지 않고, 수면 위로 드러내어 명확한 언어들로 회의를 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 이유다.


우리가 한 달간 진행한 업무는 매출을 올리는 성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하지만 사용자 트래픽을 증가시켜 비즈니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역할을 잘하고 있다는 게 대표님의 의견이었다.


그 의견대로라면 매출 그래프가 계속 우하향 하고 있을지언정 재정 상태가 최악은 아닐 것이라는 긍정 회로가 돌아갔다.


타운홀 미팅은 그렇게 내가 월급 루팡이 아니라는 안도감을 느끼게 해 주었다. 


매출은 반토막이었지만 기존 제품이 계속 돈을 벌고 있었고, 우리 제품을 사용하는 고객수가 적지 않았기에


지금처럼 기존 시장을 공략하다 보면언젠가 신규 제품이 터질 수도 있겠다는 희망을 가졌다. 


마지막 타운홀이 될 거라고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바로 그날.


대표님은 '리더십 변화'라는 문구를 슬라이드 화면에 띄웠다.


리더십에 변화가 있을 예정이다.


곧 대표가 바뀌게 된다며 무덤덤하게 말을 이어가던 대표님의 목소리가 떨려왔다. 


계속된 투자 시장의 위축으로 방향키를 놓쳐버린 대표님의 마지막 결정은 사임이었다.


회사가 당면한 문제들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크고, 가늠하기 어려운 상태임을 알 수 있었다.


그 순간에도 직원들은 무덤덤해 보였고, 누구 하나 동요하지 않았다.


"나만 모르고 있었던 것 아니야?" 하는 착각이 들 정도였다. 


대표님과 메시지를 주고받았다.


다음 주에 송별회를 하자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타운홀 미팅 이후 회사에서 더는 대표님의 모습을 볼 수 없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