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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혀노블 Oct 27. 2024

실업급여를 받게 되었다.

고용지원센터를 방문했다.

퇴사 후 꼭 한 달 만에 진행되는 첫 실업 인정 교육이었다.


실업급여의 정식 명칭은 '구직 급여'이고, 구직 급여 신청이 완료 뒤부터 받는 돈을 '실업 급여' 부른다.


실업 급여 내가 실업 상태가 되었을 때,  기간 동안 월급에서 공제했던 4대 보험료 중 '고용보험료' 일부를 급여의 형태로 돌려 받는 취업지원금이다.


회사가 실업의 이유를 비자발적 사유로 인정주어야 하고, 실업자는 구직 활동 또는 재취업 활동을 해야만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다.


나는 고용지원센터 방문 전부터 비장한 각오로 마음을 다잡고 있었다.


퇴사한 다른 동료로부터 직접 전해 들은 살벌한 경험담 때문이었는데, 고용지원센터 방문을 일컬어 두 번 다신 겪고 싶지 않은 '굉장히 불쾌한 경험' 했다.


교육 담당자가 구직 급여 신청자들을 마치 "예비 부정 실업급여 수급자" 취급하는 것처럼 느껴졌다고 했다.

"재취업 활동 할 때 아는 회사에 가서 면접 확인서 받아와도 우린 다 알아요. 괜히 그 회사 곤란하게 만들지 마세요"


교육을 들으러 온 사람들 중에는 연세가 지긋해 보이는 분들도 많았다는예의 없는 말투로 '나눠준 서류를 만지지도, 질문을 하지도 못하게 으름장을 놓았다' 했다.

"교육 설명은 딱 한 번만 할 거니까 잘 들으셔야 해요, 못 듣고 지나가면 그만이고 물어봐도 안 알려 드려요!"


일면식 하나 없는 제삼자였지만 전해 듣는 얘기만으로도 불쾌함이 나에게까지 전해지는 것 같았다.


실업급여를 받으려면 회사가 우리의 퇴사 사유에 알맞은 코드값을 입력해 주어야 하는데,

내가 아는 한 (우리) 회사는 퇴사자를 대상으로 한 번도 실업 급여를 인정해 준 적이 없었다.


그래서 우리에게 꽤나 혜택을 주는 것인 양 말했었는데 부정 수급자 취급까지 받는다면 피가 거꾸로 솟는 느낌일 것만 같았다.


만약 오늘 내 교육 담당자가 그렇게 무례한 사람이라면 나는 어떻게 되받아쳐줄 것인가 혼자 시뮬레이션 해 보았다.


"권고 사직 당해 보셨어요? 우리가 이 자리에 있는 게 자의인가요? 왜 예비 부정수급자 취급을 하시는 거죠?"


온갖 상상과 망상에 빠진 비장하게 OO고용지원센터 3층에 도착했다.


설명회장 앞은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로 붐볐다.


왠지 이 중에 내가 제일 나이가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다른 분들은 나이가 지긋해 보이셨다.


'나이가 들수록 원치 않는 비자발적 퇴사가 늘어나 실업급여를 받게 되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의 반영인가' 싶기도 했다.


교육 시간이 도래했고, 구직활동 카드와 서류 몇 장을 받아 설명회장으로 입장했다.


상투적이고 기계적인 센터 직원들의 안내에 다시 머릿속에서 경고등이 켜졌다.


그러나 내가 했던 날 선 방어기제가 불필요한 것임을 자각하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담당관의 말 몇 마디에 마음은 무장해제 되었므로...


교육 설명회를 담당한 담당관님은 친절한 분이었고, 우리를 예비 부정수급자로 보지 않았으며, 실업급여를 받지 못하게 되는 케이스들을 하나하나 다 설명해 주셨다.


오해 또는 실수로 실업 급여를 받지 못하는 안타까운 상황에 처하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말씀하셨다.


설명회 중간에 들어오는 질문도, 끝난 뒤 길게 늘어선 질문 줄에도 일일이 대답해 주었다.


실업급여에 대한 이해가 속속들이 와닿았고, 궁금함이 남지 않을 정도로 설명은 자세했다.


고용지원센터에서 뜻밖에 위로를 받은 기분이랄까?


실업급여를 받는 대상이 된다는 것은 어쩌면 아직 일 할 여력이 충분하고 마음의 준비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겪는 사고와 같을지 모른다.


취업활동을 해 보니 불합격 메일을 받았을 때의 씁쓸함이 실업급여가 들어온 것을 확인했을 때의 안도감 보다 더 크다는 사실을 알겠다.


우리는 부정수급자가 아니라 보이지 않는 마음의 상처를 입은 비자발적 퇴사자들일뿐이다.


그런 사람들에게 위로가 되어주는 고용지원센터... 내 보다 꽤 괜찮은 경험이었다.


이미지 출처 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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