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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혀노블 Sep 11. 2024

알고 보면 회사생활은 루틴 그 잡체였다.

 MBTI는 ISFP다.

P는 외부 세상과 상호작용할 때 계획적이고, 체계적인 J와 다르게 즉흥적이고, 자유롭다.


나는 규칙적으로 노력해서 반복적으로 지켜야 하는 '루틴'과 거리가 멀다고 생각했다.


돌이켜보 사생활이 내 루틴 그 자체였다.

눈을 뜨자마자 씻고 출근 준비를 하면서 아이의 등교를 챙기느라 마음은 늘 분주하다.

버스 시간을 아슬아슬하게 맞춰 집을 나서고, 대중교통을 두어 번 갈아타면 40분 안쪽으로 회사에 도착할 수 있었다.

출근 등록을 마치면, 어김없이 카페로 내려가 아메리카노 한 잔을 테이크아웃 해 왔다.

메일함 확인 후 내가 멘션 된 업무를 찾아 답변을 남겼고, 리스트업 된 업무를 중요도에 따라 분류했다.

일을 하다 특이사항이 생기면 회의를 요청하고, 오전 회의를 마치고 나면 어느새 점심시간이다.

점심을 먹으며 친한 동료들과 수다를 떨고, 회사 흉도 보며 가끔은 먼 곳까지 맛집을 찾아가 음식을 즐기기도 한다.

오후에는 리서치 및 산출물 관련 자료를 만들고 회의를 통해 진척 상황을 공유했다.

팀장님과의 미팅은 항상 마라톤 이었는데 그 끝은 항상 육아와 가십 그리고 푸념들이었다.

퇴근 시간이 다가올수록 업무 집중도는 높아지고, 적막과 고요만이 가득한 사무실엔 타이핑 소리만 흐른다.

근로시간 종료가 다가오면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회사를 빠져나와 퇴근 러시에 동참한다.

집에서 날 기다리는 아이와 짧고 강렬한 저녁 시간을 보내고 육퇴에 성공한다면 맥주 한 캔도 가능하다.

그날의 기분에 따라 땡기는 장르물의 OTT를 찾아 빈지와칭이나 뉴스 기사거리를 읽으며 하루를 마무리한다.

회사에 다닐 때는 이것이 루틴인 줄 미처 몰랐다.


루틴이 사라진 자리에 나는 무엇을 새롭게 채워 넣어야 할까?


회사에서의 근로 시간만큼 집에서의 개인 시간도 참 길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그렇다고 회사를 다닐 때처럼 휴일인 양 하루하루를 보낼 수 없으니 더 난감했다.


요리와 공예에는 재주가 없었고, 청소와 정리에도 크게 소질이 있지는 않았다.


집안일에 재능이 별로 없다는 사실이 증명되자 내가 할 일은 더욱 명확해졌다.


바로 재취업 준비였다.


회사에 들어가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 하나씩 실행하기로 했다.


강제성이 없는 루틴은 그날의 기분과 그날의 날씨와 그날 마주친 인연에도 영향을 받는다.


회사는 그 모든 영향력을 무력화시키고 무조건 목적대로 움직이도록 해주니 루틴을 지속할 수 있는 정말 강력한 수단 아닐까 싶다.


이미지 출처 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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