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2.13
A,
네가 페이스북에 올린 오로라 사진 봤어. 라플란드에 갔구나! 역시 라플란드에서 보는 오로라는 억세게도 운이 좋은 날만 나타나 잠깐 알현할 기회만 주는 남핀란드의 오로라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크고 선명하네! 초록색 야광 커튼이 까만 밤하늘에 너울거리는 장면은 언제 봐도 황홀해. 핀란드 북부지방 꾸사모에서 태어난 M 산책을 하다가 오로라를 보아도 길바닥의 자갈처럼 그저 일상이 되어버린 오로라에 별 감흥이 없었다는데 남쪽 하멘린나에서 나고 자란 너, 그리고 역시나 남서쪽 뚜르꾸에 살고 있는 나는 오로라 세 글자에 번번이 가슴이 설레곤 했지. 네가 뚜르꾸에도 오로라가 나타날 거라고 문자를 보내준 그날 밤, 기어이 오로라를 보겠다고 핀란드 기상청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오로라 지수까지 확인하고, 집밖으로 나가 곱은 손가락을 핫팩으로 녹이며 두어 시간을 서성거렸던 기억이 난다.
난 이제 국가교육기관에서 일 년 간의 파견 생활을 마무리하고 전에 일하던 초등학교로 돌아갈 거야. 이맘때쯤 교사라면 다들 그렇듯이 나도 머리는 복잡하고, 마음은 정처 없이 부유하고, 몸은 짐 싸는 일로 바빠지네. 다들 기피하는 담임을 나도 피하고 싶지만 복귀하는 처지라 선택권이 없을 테고, 할 수 없이 맡게 되겠지? 그렇다면 몇 학년을 맡게 될까, 우리 반에 감당하기 벅찬 학생은 없을까, 학교 업무는 어떤 걸 하게 되며 퇴근 시간 전에 수업 연구할 짬은 과연 있을까, 올해는 저녁이 있는 삶을 살 수 있을까. 이런 질문들이 줄줄이 딸려 나오는구나. 담임과 학생들을 도와줄 교육복지 종합 선물 세트가 있다면 이런 걱정도 사라질 텐데!
싱숭생숭한 마음에 학교 홈페이지를 들어가 봤어. 다행히 아는 선생님들이 몇 분 있더라. 만약 내가 고학년을 맡게 된다면 한 반에 27명 정도 될 것 같아. 교사들은 학급당 학생 수를 중요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는데 우리 반 아이들과 내 삶의 질을 결정하는 중요한 변수 중 하나이기 때문이야. 여유를 갖고 아이들 이야기를 들어주고 싶고 학습 상황도 꼼꼼히 살펴봐주고 싶다는 마음과 달리 현실에선 교사의 에너지와 시간이 늘 n분의 1로 나눠져야 하니까. 그런데 핀란드 학교를 방문했을 때 분반수업 하는 걸 여러 번 지켜볼 기회가 있었어. 너도 알다시피 학교마다 수학이나 목공, 수공예 수업같이 선생님의 개별지도가 많이 필요한 수업을 정한 다음에, 학급 아이들을 반반으로 나눠서 수업을 진행하는 거잖아. 담임 선생님이 똑같은 수업을 두 번 하게 되니까 같은 반인데도 A팀과 B팀의 시간표가 달라져서 등교 시간도 달라져. 예를 들어 A팀은 9시에, B팀은 10시에 등교하는데 핀란드 대학원으로 유학을 온 한국인 학부모들이 처음에는 이 분반수업이라는 개념이 너무 생소하니까 ‘어떻게 같은 반인데 등교시간이 다를 수가 있냐’, ‘너 혹시 학교에 늦게 가려고 거짓말하는 아니냐’고 초등학생인 자녀에게 물어봤다는 얘기도 있더라고. 내가 뚜르꾸와 헬싱키에 있는 종합학교 몇 군데를 방문했을 때 한 반에 보통 아이들이 20명, 많으면 24명 정도 있었는데, 이 아이들이 다시 반으로 나뉘어서 10명에서 12명 정도가 분반 수업에 참여하게 되더라고. 물론 어떤 과목에서 똑같은 수업을 두 번 하게 되면 교사들의 수업 시수가 늘어나긴 해. 하지만 핀란드에서는 한국과는 달리 수업 시수가 많은 교사들이 급여를 더 많이 받는 데다가 교사가 처리해야 할 행정 업무가 많지 않기 때문에 선생님들이 분반수업에 불만을 느끼시진 않는다고 들었어. 한국에서도 최근에 1수업 2교사제라고 해서 정규교사가 아닌 협력 교사가 수업 시간에 학습 부진이나 심리적 부적응 상태에 있는 학생이 있는 학급 교실에 가서 이 아이들을 개별 지도하면서 담임교사를 지원하는 제도가 있긴 해. 하지만 협력교사가 누구냐에 따라 수업에 제대로 참여하지 못하는 학생들을 지도하는 데 도움이 될 수도 있지만 반대로 담임과 실질적인 협력이 어려워서 오히려 부담이 될 때도 있다고 들었어. 또, 학교에서는 기간제 협력교사를 채용하기 위해서 교사들이 행정업무에 시간과 에너지를 많이 써야 하거든. 이렇게 교육예산을 쓰는 것보다 근본적으로 학급당 학생 수를 낮춰서 아이들이 선생님의 관심과 개별 지도를 많이 받을 수 있게 하면 좋을 텐데 말이야. 그리고 핀란드처럼 교사의 행정 업무를 없애는 대신 분반수업을 하도록 하는 게 수업과 아이들 학교생활의 질을 높이는 데 효과적이라는 생각이 들어. 그런 점에서 분반수업은 내가 지켜본 핀란드 교육복지에서 신의 한 수라고 말할 수 있겠네.
그리고 또 인상적이었던 건 핀란드의 학교에는 학습에 필요한 모든 시설과 교구, 그리고 준비물이 완벽에 가깝게 준비되어 있다는 거야. 예를 들면 음악실에는 학생 수만큼 기타가 걸려있어. 그리고 요리 실습실에는 조리대와 싱크대뿐만 아니라 오븐과 식기세척기가 구비되어 있고, 실습할 음식재료도 밀가루부터 달걀까지 수납장과 냉장고에 다 들어 있어서 아이들이 집에서 들고 올 필요가 없었어. 목공실의 서랍장을 열면 너희 집에도 있는 국민 브랜드 Fiskars 사의 공구세트가 위풍당당한 주황색 자태를 드러내지. 실용적인 문화가 널리 퍼진 핀란드답게 학교 교육과정에서도 실습을 강조하고 있다는 건 진작 알았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어. 참, 언젠가 실과 수업을 참관하는데 마침 요리 실습이 끝나고 학생들이 손설거지를 하고 있더라. 그 장면을 보고 흠칫 놀랐어. 학생들이 싱크대 배수구를 뚜껑으로 막고 그릇이 물에 잠길 정도로 물을 받은 다음 칫솔의 열 배 크기만 한 큰 솔에 세제를 묻혀 그릇을 슥슥 문지르는 모습이 내가 한국음식 해준다고 네가 우리 집에 놀러 왔을 때 하던 설거지법과 너무 똑같더라고! ‘아, F-설거지가 공교육을 통해 핀란드인의 몸에 새겨지고 있구나’ 싶었지. 평소에 헬멧을 쓰고 자전거를 탄다거나 밤 산책길에 야광 팔찌를 챙기는 핀란드 사람들을 보면서 한 생각이지만 뭘 하더라도 원칙대로 진지하게 하는 바른생활 인간들이라는 생각이 또 한 번 들었어. 빵을 오븐에 구워서 접시에 정갈하게 담아 내놓는 것부터 설거지까지 학교에서 배운 대로 하는 핀란드 사람들의 모습 뒤에는 공교육이 우리의 의식주를 돌보는 실용 교육을 대우하는 자세, 그리고 가정 형편에 구애받지 않고 누구든 마음 놓고 실습을 할 수 있게 하려는 교육 평등의 정신이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
한국도 예전에 비하면 이제 정말 다양한 학습준비물을 학교에서 제공하고 있어서 부모님들이 준비물을 챙겨야 하는 부담이 많이 줄어들었어. 그래도 의무교육이 지향해야 할 완전한 무상교육이라고 하기엔 아직도 부족한 점이 있긴 해. 생각해 보니까 아이들이 집에서 부모님의 힘을 빌려 개별적으로 챙겨 와야 하는 준비물이 여전히 많더라고. 연필이나 공책 같은 기본준비물에서부터 음악시간에 사용하는 악기와 실과 시간에 사용하는 음식재료까지 말이야. 너도 기억하겠지만 내가 박사논문을 쓴다고 2016년에 한국에 들어와 서울에 머물면서 현장연구를 했잖니. 어느 초등학교 6학년 교실에서 아이들의 학교생활을 관찰했었지. 그때 있었던 이야기를 잠깐 들려줄게.
아이들은 오늘 책가방 외에도 집에서 들고 온 물건들이 많다. 멜로디언과 종이가방에 담긴 실과 준비물이다. 아이들은 자기가 들고 온 음식 재료를 꺼내 친구들에게 보여준다. 미나는 자기가 들고 온 밥과 음식 재료를 같은 모둠의 윤아에게 보여주고, 윤아 역시 자기가 들고 온 계란을 미나에게 보여준다. 남자아이 둘은 뒤집개를 꺼내어 그것으로 칼싸움 놀이를 한다. 〔···〕 지수와 규민이가 담임선생님과 얘기를 나눈다.
선생님: 규민이 너 준비물이 뭔지 말해봐.
규민: 새싹, 버섯 조금, 계란 3개…
선생님: 엄마 지금 집에 계시니? 한 번 전화해 봐.
〔···〕 아이들은 실과실로 떠나고, 규민이는 교실 전화로 엄마에게 전화를 건다.
규민: 엄마, 실과 준비물을 챙겨가야 되는 날이 오늘이었어.
선생님: 규민아, 전화 바꿔봐. (전화를 받고) 어머니, 지금 집에 계신가요? 혹시 지금 준비해 주실 수 있으시겠어요? 무리하실 필요는 없고요. 실과 선생님이 (규민이 음식 재료가) 없으면 메뉴(비빔밥)가 모둠마다 다 같으니까 다른 모둠에서 조금 빌려서 사용하면 되게 해 주겠다고 하셨어요. 가능한 것만 챙겨주시면 돼요. 규민이 바꿔드릴게요.
규민: 엄마, 준비물이 새싹, 버섯-
선생님: 버섯 조금만!
규민: 버섯 조금, 계란 3개. 〔···〕
그렇게 해서 20분 뒤에 규민이 어머니가 준비물을 교실로 갖다 주시기로 했다. 담임 선생님께서는 “모둠 활동에서 자기가 맡은 준비물을 안 가져오면 곤란하다. 왜냐면 이런 경우 모둠의 다른 아이들로부터 따돌림을 당할 수도 있기 때문에 담임이 신경을 써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이 날 이후로 난 준비물 이야기만 들으면 규민이가 맡은 준비물을 챙겨 오지 않았다며 불만 섞인 목소리로 숙덕거리던 규민이네 모둠 아이들이 생각나. 아침에 음식재료를 싸들고 허겁지겁 교실로 달려오셨던 규민이 어머니의 모습도, 모둠에서 자기가 맡은 준비물을 안 챙겨 오면 다른 아이들한테서 따돌림을 당할 수도 있다고 걱정하셨던 선생님의 목소리도 함께 떠올라. 그리고 밀가루와 계란부터 앞치마와 머릿수건까지 갖추고 학생들을 맞이하던 핀란드 학교의 요리 실습실도 생각나고.
사실 핀란드에서 내가 가 본 학교들 중엔 화려하지 않은 곳도 많았어. 학교에 체육관이 없어서 가까이에 있는 시립 체육관을 체육 시간마다 이용하기도 하고, 학교 도서관이 크지 않아서 지역 도서관에 아이들을 정기적으로 데리고 가서 책을 빌리고 반납하는 모습도 종종 봤거든. 그렇지만 꼭 필요한 곳에, 특히 사람을 고용하는 쪽에 예산을 쓰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 대표적인 게 특수교육인데, 핀란드의 종합학교(1-9학년)에선 특수교육을 경험해 본 학생들이 전체의 8%, 사소하게라도 보충교육을 경험한 학생들까지 합치면 25% 정도가 될 정도로 특수교육이 생활화되어 있고, 누구나 학교를 다니는 동안 받을 수도 있는 거라고 생각하잖아.* 예를 들면, 어떤 아이가 영어를 처음 배우기 시작했는데 R 발음이 잘 안 된다거나 수학 연산을 특히 어려워한다거나 결석을 많이 해서 학습 결손이 생겼을 때 특수교육 담당 선생님이 따로 불러내서 가르쳐 주시는 걸 본 적이 있어. 그리고 이주노동자 부모님을 따라 핀란드로 오게 된 아이들은 이주 초기에 핀란드어가 서툴 텐데, 이주 배경을 지니고 있는 아이들을 위해서 외국어로서의 핀란드어 수업을 별도로 진행하더라. 어떤 중학교에서 다른 아이들이 국어 수업을 들을 때 몇 명은 핀란드어 수업을 들으러 가는 걸 봤거든. 특히 초등학교와 중학교 시기에 해당하는 9년간의 기초교육은 모두가 누려야 할 공공재이자 복지인데, 누구나 살다 보면 느리게 가는 시기에 놓이거나 도움이 필요한 약자가 될 수 있고, 그런 학생들도 잘 적응할 수 있게 하는 장치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공유하는 핀란드 사회는 여성성(femininity)이 강한 것 같아. 반면에, 누구나 적어도 겉으로 보기엔 결핍이 없어야 할 뿐만 아니라 뛰어나야 하고, 특수교육은 심각하게 특수한 소수만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고, 선행학습이 아닌 보충학습은 곧 내 아이가 낙오자라는 걸 의미하는 것이고, 많은 학생들이 절대 기준을 통과해서 일등이 여러 명이 되는 상황을 반기기보다 한 명의 일등이 나올 때까지 가리고 또 가리는 상대평가와 서바이벌 게임에 익숙한 한국 사회는 남성성(mascullinity)이 지배하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어.** 핀란드와 한국의 교육은 비슷한 점도 많지만 이런 점에선 다른 점도 많지. 넌 어떻게 생각해? 다행인 건 이제 한국 사회도 복지의 중요성에 눈을 떴다는 거야. 일생에서 단 한 번도 취약해지는 상태에 놓이는 걸 허락하지 않고 늘 달려야 할 것 같이 몰아붙이거나 개인의 문제로 방치해 왔던 분위기가 얼마나 폭력적인 문화였는지 깨달아가고 있는 것 같아.
한국에서는 2000년대 후반부터 교육 복지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졌어. 그런 관심이 지역의 교육을 관할하는 교육감 선거의 주요 의제로 이어지면서 십여 년이 지난 후에는 전국의 모든 시도교육청에서 의무교육 단계에 있는 학생들에게 세금으로 학교 급식을 제공하고 있다는 점은 자랑해도 될 것 같아. 선생님이나 부모님의 입장에서는 아이들에게 학교가 공부를 하고 학력면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곳이었으면 하고 바랄 수 있지만, 내가 교사로 일하며, 또 연구자가 되어 만났던 대부분의 아이들에게 학교는 친구들을 만나고, 그 관계 속에서 그들 나름의 희로애락을 경험하고, 맛있는 점심을 먹으러 오는 곳이라는 의미가 더 컸단다.
여기서 급식 좀 먹어본 내가 고백하자면, 세상에서 가장 보수적인 게 입맛이라 했던가. A, 화내지 마, 한국 학교의 급식이 핀란드 학교의 급식보다 솔직히 맛있었어. 한국 학교의 급식은 다채로운 식재료가 나는 자연환경 속에서 밥과 국, 그리고 적어도 세 가지 반찬을 밥상 위에 올리는 걸 목표로 발달해 온 한국의 음식 문화를 집약해서 보여준단다. 물론 그 다채로움 뒤에는 모든 식재료를 잘게 썰고 요리해야 하는 노동집약적인 한식 조리법 탓에 관절염에 시달리는 급식 노동자의 애환이 있게 마련이지. 핀란드의 학교급식은 전통적으로 식재료가 한국보단 제한되어 있고 반찬이 없는 한 그릇 음식이 기본이다 보니 분명 한국의 급식만큼 구색이 다채롭진 않지만 학생들의 다양성을 존중한다는 점이 나에겐 참 인상적이었어. 급식에 우유가 음료로 꼭 나오는데, 우유 단백질을 소화하지 못하는 아이들을 위해 락토스 프리 우유를, 비건이라던가 종교적 이유로 특정 육류를 먹지 않는 학생들을 위해서는 두유나 곡물 음료를 내놓고, 고기가 들어가지 않은 식단을 매일 별도로 준비하잖아. 나도 현장연구를 하다가 하루는 소고기가 들어간 라자냐 대신에 콩과 가지가 들어간 라자냐를 먹어봤거든. 한국 급식에 비해 간단한 구성이었지만 어떤 이유로든 주류에 속하지 않는 학생들도 학교에서 점심을 먹을 수 있게 하려는 마음이 느껴지더라. 교육복지는 모든 아이들이 부모에게서 물려받은 사회경제적 지위나 인종, 종교에 따라 차별받지 않고 교육을 받을 수 있게 하는 인권 실현의 통로라는 생각이 들었어. 한국에도 이미 많은 다문화 학생들이 공립학교에 다니고 있고, 이주노동자와 다문화 학생은 다른 선진국들처럼 한국 사회가 지속하기 위한 필수 조건이 되었다고 봐. 이제 한국 학교에서도 주요리 하나 정도는 육류로 만든 것과 비육류 식재료를 쓴 대체요리까지 두 가지로 만들어 함께 제공한다면 건강이나 다양한 이유로 육류를 먹지 않는 학생들을 배려하는 한 끼 식사가 될 거라고 기대해 본다. 그러면 고기를 먹지 않는 너도 맘 편히 밥을 먹을 수 있겠지. 자본 증식이라는 동물적인 욕망이 동물성 단백질의 흡입 먹방으로 표출되는 한국에서도.
A, 특수교육이나 언어교육, 학교 급식 같은 핀란드의 공교육 제도가 이민 배경 학생들이 좀 더 남들과 비슷한 출발선에서 달릴 수 있도록 세심하게 지원하는 걸 보고 인상적이었다고 내가 너한테 말한 적이 있었지. 그런 내게 이 아이들이 커서 결국은 핀란드에서 나고 자란 하얀 얼굴빛 사람들이 하기 싫어하는 힘들고 주목받지 못하는 노동을 하며 이등시민으로 살아가는 핀란드 역시 여전히 사회 불평등이 심한 곳이라고 날카롭게 얘기하던 네 모습이 생각나. 그래, 한국에 비하면 불평등이 심하지 않은 핀란드에서도 사회적 약자들은 마치 세상이라는 풍경화 속 그림자처럼, 전경이 아닌 배경이 되어 청소를 하고 그릇을 씻거나 버스 운전을 하고 있더구나. 너와의 그런 토론이 가끔씩, 아니 자주 그리워. 우리 어디 있더라도, 무슨 일을 하더라도 두 사회를 소재로 삼아 사회학적으로 비판하기도 하고, 서로의 문화를 알아가며 신기해하기도 하고, 인간이 살아가는 방식이 서로 닮아 있다는 것에 무릎을 치기도 하던 그때 그 마음은 잊지 말자. 부디, 아픈 곳 없이 건강하게 지내렴.
서울에서,
J.
* Vainikainen, M-P., Thuneberg, H., Greiff, S. & Hautamäki, J. 2015. “Multiprofessional collaboration in Finnish schools.” International Journal of Educational Research 72: 137-148. 137쪽 참고.
강영혜. 2007. 핀란드의 공교육 개혁 종합학교 운영 실제. 한국교육개발원. 현안보고 OR 2007-3-9. 23-24쪽 참고.
이보영. 2010. 핀란드에서 10년 산 세 아이 엄마가 겪은 핀란드 교육. 2023.5.10 접속. http://weekly.chosun.com/news/articleView.html?idxno=1215
** Hofstede, G., G. J. Hofstede, and M. Minkov. 2014. 세계의 문화와 조직: 정신의 소프트웨어 (제3판). 학지사. 163-171쪽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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