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는 글을 짓는 사람이다. 매일 숨을 쉬고 잠을 자듯 글을 쓴다. 하루도 빠짐없이 생각을 다듬고 문장을 고쳐 쓴다.
우리 모두는 작가다. 매일같이 삶을 지어야 한다는 점에서 누구 하나 벗어날 수 없다. 살아간다는 건 나라는 이야기를 조금씩 다듬고 고쳐 쓰는 일에 가깝다. 완벽한 문장은 좀처럼 쉽게 나오지 않는다. 언제나 한두 표현은 서툴고, 어딘가 주술호응이 뒤틀리기도 하고, 불필요한 수식어가 즐비한 삶이 쓰인다. 당장이라고 모든 걸 지워버리고 다시 쓰고 싶지만 그럴 수도 없다. 그 모든 어색함과 불균형 속에 지금의 내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무수한 작가들을 떠올린다. 거창한 문학상을 받지 않아도, 인정받는 경로로 등단하지 않아도 글을 쓰는 모두는 작가임에 틀림없다.
우리 인생도 그렇다. 완벽한 걸작은 아니지만, 어딘가 부족하고 다듬어지지 않은 채로도 나름의 진심과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삶. 대상 대신 가작에 머무를지도 모르지만 괜찮다. 아직 끝나지 않은 작품이라는 점에서 각자의 고유한 빛이 의미를 갖는다. 누군가는 그것에 눈살을 찌푸리거나 미완의 어떤 것으로 폄하할 수 있겠지만 나는 그 모든 가작들에서 생생한 생명력을, 숨결을 느낀다. 뜨겁게 살아 숨 쉬는 문장을, 끝없이 써 내려가는 존재를 느낀다.
작가는 지치지 않고 다시 펜을 든다. 지워가며 쓰고, 틀리며 배운다. 가작의 세계는 언제나 현재진행형인 이유다.
나도 그런 사람이고 싶다. 아직 다 쓰지 못한 사람. 서툴고 미숙하지만 계속해서 써내려갈 수 있는 사람. 하루의 문장을 제대로 완성하지 못한 채 잠이 들더라도 다음날 다시 이어서 쓸 수 있는 사람. 스스로의 삶을 건사하듯 고쳐쓰며 가작으로 남아있는 오늘을 기꺼이 받아들이는 사람.
삶은 언제나 가작이고, 우리는 모두 작가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 부족한 문장, 서툰 단어, 빈 여백 속에서 우리는 계속 써내려 나간다. 미완의 문장들이 모여 결국 한 사람의 생을 이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