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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 다짐

매일글쓰기 34일차

by 밤비 Oct 10. 2024

 

때때로 하루살이 같다는 생각을 한다. 매일매일 주어진 (해 내야만 하는) 일들을 차곡차곡 해결해나가는 하루살이 말이다. 이틀이나 일주일 뒤의 것들까지 고려하고 살필 여유가 없고 가득 찬 일정 속에 새로운 일과를 하나 집어넣으려면 스케줄표를 꺼내어 모조리 훑어야만 한다. 머릿속에 저장된 정보는 도무지 믿기 힘들다. 하루를 분 단위로 쪼개어 사는 삶, 이러한 삶에도 아름다움이 묻어날 수 있나 가끔은 의심도 해 본다.

 

모처럼 여유 있는 오후 시간, 에너지를 끌어모아 운동을 마치고 상쾌해진 몸으로 아파트 정문에 서서 아이를 기다렸다. 2학기 들어 내가 바빠지면서 학교를 오가는 일은 물론 학원 등 하원도 모두 아이 혼자 감당할 일과가 된 지 오래. (서프라이즈로 마중 나갈 틈조차 없는 일상이다) 노란 학원차에서 내리며 아이가 달뜬 목소리로 “엄마!”를 크게 외친다. 부러 과장해 손을 흔들고 아이를 품에 안는다.

 

아이가 며칠 전부터 이야기 한 학교 앞 붕어빵 가게에 들렀다. 친구들이 그러는데 맛있다더라, 3개에 2천 원이라는데 붕어빵 크기가 큰 것 같더라, 거기 분식집이 문을 닫아 아쉬웠는데 붕어빵을 팔아 다행이다 … 수다처럼 흘리던 그 무수한 말들에는 붕어빵을 사 먹어 보고 싶다는 말, 거기에 함께 가 보자는 말이 진하게 묻어있음을 모를 수 없었다. 슈크림 2개, 팥 1개를 와작와작 먹는 아이 곁에서 발걸음을 맞추어 집으로 함께 들어오는 길. 바쁜 일상 속 아름다움이 묻어나는 걸 시나브로 느낀다.

 

하루살이 삶이어도 조각조각 쪼개어 만든 틈에 아름답고 빛나는 것을 담을 것. 단 5분이라도 소중한 순간을 담아낼 것. 그것들로 하여금 온전히 나를 건사할 것. 다짐하고 또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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