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글쓰기 34일차
때때로 하루살이 같다는 생각을 한다. 매일매일 주어진 (해 내야만 하는) 일들을 차곡차곡 해결해나가는 하루살이 말이다. 이틀이나 일주일 뒤의 것들까지 고려하고 살필 여유가 없고 가득 찬 일정 속에 새로운 일과를 하나 집어넣으려면 스케줄표를 꺼내어 모조리 훑어야만 한다. 머릿속에 저장된 정보는 도무지 믿기 힘들다. 하루를 분 단위로 쪼개어 사는 삶, 이러한 삶에도 아름다움이 묻어날 수 있나 가끔은 의심도 해 본다.
모처럼 여유 있는 오후 시간, 에너지를 끌어모아 운동을 마치고 상쾌해진 몸으로 아파트 정문에 서서 아이를 기다렸다. 2학기 들어 내가 바빠지면서 학교를 오가는 일은 물론 학원 등 하원도 모두 아이 혼자 감당할 일과가 된 지 오래. (서프라이즈로 마중 나갈 틈조차 없는 일상이다) 노란 학원차에서 내리며 아이가 달뜬 목소리로 “엄마!”를 크게 외친다. 부러 과장해 손을 흔들고 아이를 품에 안는다.
아이가 며칠 전부터 이야기 한 학교 앞 붕어빵 가게에 들렀다. 친구들이 그러는데 맛있다더라, 3개에 2천 원이라는데 붕어빵 크기가 큰 것 같더라, 거기 분식집이 문을 닫아 아쉬웠는데 붕어빵을 팔아 다행이다 … 수다처럼 흘리던 그 무수한 말들에는 붕어빵을 사 먹어 보고 싶다는 말, 거기에 함께 가 보자는 말이 진하게 묻어있음을 모를 수 없었다. 슈크림 2개, 팥 1개를 와작와작 먹는 아이 곁에서 발걸음을 맞추어 집으로 함께 들어오는 길. 바쁜 일상 속 아름다움이 묻어나는 걸 시나브로 느낀다.
하루살이 삶이어도 조각조각 쪼개어 만든 틈에 아름답고 빛나는 것을 담을 것. 단 5분이라도 소중한 순간을 담아낼 것. 그것들로 하여금 온전히 나를 건사할 것. 다짐하고 또 다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