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여러 개인적인 일정으로 새해에 인사드리려 했습니다만 어제의 안타까운 사고 소식에 참담한 마음이 들어 몇 글자 적습니다.
사고 원인에 대한 무분별한 추측성 기사가 난무하는 가운데, 뉴스에서 전문가라고 나온 사람이 '조종사가 랜딩기어 내리는 것을 깜빡했을 수도 있다'라는 얼토당토않은 발언을 하는데 참 어이가 없더군요.
저도 사고 영상과 많은 기사들을 보면서 여러 의문점이 생기는 것은 사실입니다. 버드 스트라이크, 양쪽 엔진 고장에 랜딩 기어 작동 오류까지. 최악의 상황이 따로 없습니다. 기장이 동체착륙을 결정하기까지 긴박한 상황이었을 게 분명합니다.
다만 아쉬운 점은 공항 주변의 지형지물을 잘 파악하고 활주로가 아닌 곳에 착륙했더라면, 혹은 기체 속도를 줄일 수 있는 공항의 대응 방안이 마련된 후에 착륙했더라면 희생자의 수를 조금은 줄일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메이데이'를 외치고 단 몇 분만에 일어난 착륙이니 공항에서 대처할 시간이 없었을 겁니다. 181명의 소중한 생명. 그들의 생사를 그 몇 분으로 결정하기까지 기장과 부기장은 고심했을 것이고, 그들에게 있어서는 그것이 최선의 선택이었을 것입니다. 그 원인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명백히 밝혀지겠지요.
지금은 공항 설립에 관한 정치적 논리나 지껄일 것이 아니라 사고 현장을 수습하고 희생자들을 평안히 모셔 그들의 가는 길을 애도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라 하더라도 모든 항공사들은 이번 사고를 계기로 항공기 정비를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중점적으로 점검해야 할 것입니다. 현장에서 일하다 보면 단순한 정비는 인천 베이스로 가서 하겠다고 Defer로 잡아놓는 경우가 종종 있었습니다. 단순한 부품 교체야 그럴 수 있다 하지만 항공기 안전과 관련한 정비는 미뤄서는 안 되겠지요.
일전에 티웨이 항공에서는 기체 결함으로 비행 거부를 했던 기장이 중징계를 받은 일도 있었습니다. 이게 우리나라 항공업계의 현실입니다. 정비와 관련한 의견 충돌로 기장과 정비사가 목소리 높이며 싸우는 경우도 왕왕 목격했습니다. 분명한 규정과 기준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이 정도는 괜찮겠지 하는 그 느슨함이 항상 사고로 이어지는 것 같습니다.
유골함 이야기로 '규정'에 대한 언급을 잠깐 했었지만 모두가 엄격하게 규정을 지킨다면 1mm의 차이로 비행을 거부한 게 징계받을 일이 아닌 당연히 그래야 하는 일이 되겠지요.
"그 기장은 원래 깐깐해"
"그 사무장은 너무 strict 해"
승무원들 입에 오르내리는 기장이나 사무장들은 규정을 아주 잘 지키는 사람들입니다. 그 외에 대부분은 '이 정도쯤이야'하며 눈감아주는 사람들입니다. 좋은 게 좋은 거라고 그냥 넘어가는 일 따위는 없어야겠지요.
안전에 관해서는 기장, 정비사, 승무원 이들 모두가 깐깐하고 엄격해야 할 것입니다. 비행기에 탄 승객들이
'오늘 승무원은 깐깐하게 구네'
하는 생각이 들었다면 그 비행기는 안전하게 순항 중인 겁니다.
가방을 좌석 밑에 쑤욱 넣으라고, 짐은 지정된 곳 이외에는 놓지 말라고, 벨트를 매고 자리에 앉으라고 승무원이 승객을 자꾸만 귀찮게 해도 당연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그런 항공기 안전 문화가 이번 일을 계기로 잘 자리 잡기를 바랍니다. 그러려면 먼저 항공사 내부적으로 경각심을 갖고 바뀌어야 할 것입니다.
승객의 목숨을 담보로 안전과 수익 사이에서 그 경중을 따져서는 안 될 일이지요.
어제 B737 검색을 통해 많은 분들이 저의 공간에 들어오셨습니다. 제 글에는 사고 항공기에 대한 자세한 정보가 없기에 그분들께 도움이 되지는 못합니다. 다만 드리고자 하는 말씀은 항공사에 몸 담았던 일원으로서 우리 모두가 안전에 대한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안전에 대한 것은 늘 강조해도 모자람이 없습니다. 항상 안전에 만전을 기해 다시는 어제와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