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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rewell

작별... 하기 인사

by 미쌍이 Jan 08. 2025
손님 여러분,

                             ○○공항에 도착했습니다.

                      안전을 위해 좌석벨트를 매주시고....

                       ..... 감사합니다. 안녕히 가십시오.



 비행기가 목적지에 도착하고 안내 방송이 흘러나옵니다.

 띵! 하는 경쾌한 소리와 함께 좌석벨트 착용 표시등이 꺼지면 승객들은 우르르 몰려나가기 바쁘지요. 비행기에서 빨리 내리기 대회가 있다면, 한국이 단연코 세계 1위 아닐까 싶습니다. 아직 문이 열리지 않았어도 짐을 내리고, 옷을 챙기고, 내릴 채비까지 모두 마칩니다.

 그 사이 승무원들은 무얼 할까요? 각자 담당하는 비상구의 슬라이드를 변경합니다. 여기서 슬라이드는 비상시에 사용하는 탈출용 미끄럼틀로 항공기 기종에 따라 비상착수(물에 착륙) 시에 래프트(Raft, 구명정)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비행 중에는 이 탈출용 슬라이드가 문이 열림과 동시에 펼쳐질 수 있도록 되어있습니다. 그래서 안전한 착륙을 하면 슬라이드가 펼쳐지지 않게 변경해주어야 하는 것이지요.

 슬라이드 변경이 모두 끝나고 확인 절차를 거치면 출입구 문이 열리는 순서입니다. 그 뒤로 승무원들은 각자 점프싯 근처에 서서 승객들에게 하기 인사를 거넵니다.


 "안녕히 가십시오."

 "감사합니다."

 "즐거운 여행되세요."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앵무새처럼 몇 개의 인사말을 돌려가며 말하지만 영혼 없는 거짓 인사는 아닙니다. 비행이 잘 끝났다는 안도감과 함께 곧 이어질 퇴근에 대한 즐거움이 섞였으니 말이지요. 미쌍이 승무원도 누구보다 친절하게 인사를 건넸습니다. 한 분 한분 눈을 맞추고, 어린이에게는 손도 막 흔들어주면서 말이지요.


 하기 인사 중 미쌍이 승무원이 제일 좋아했던 순간이 있었습니다. 다른 해외 공항에서는 할 수 없고, 국내 공항 중에서도 제주 공항에서만 유일하게 이루어지는 하기 인사였습니다. 승객들이 공항과 연결된 브릿지로 내리지 않고 버스를 타서 이동하는 경우, 마지막으로 떠나는 버스에 했던 Farewell.


출처: 네이버출처: 네이버


  "Farewell 해주세요."


 사무장의 지시가 떨어졌습니다.

 미쌍이 승무원과 몇 명의 승무원들이 승객 뒤를 따라 비행기에서 내립니다. 계단을 밟고 내려간 마지막 승객이 공항까지 타고 갈 셔틀버스에 오르는 동안 승무원들은 나란히 서서 준비를 합니다. 셔틀버스 문이 닫히고 누군가 하나, 둘, 셋! 숫자를 세면, 공수한 자세로 45도 각을 맞춰 머리 숙여 인사를 합니다. 그러고는 떠나는 버스에 신나게 손을 흔들어주는 겁니다. 버스가 어느 정도 멀어질 때까지요. 미쌍이 승무원의 입가에 번진 미소만큼 버스에 승객들도 제법 즐거워합니다. 웃음에 전염성이 있는 것처럼 그때를 회상하는 지금도 옅게 미소가 번지네요.


 제주 공항의 주기장 여건, 여유 있는 그라운드 타임, 사무장의 지시까지 이 삼박자가 들어맞아야만 할 수 있었던 Farewell 서비스. 혹시 보신 적 있으신가요? 버스에 탄 승객이 카메라를 들어 사진 찍을 정도로 잘 볼 수 없는 광경입니다.


 코로나를 겪던 당시에는 방호복을 입고 나가 손을 흔들지 않았고, 그 이후로는 국내선 비행을 거의 하지 않아서 미쌍이의 마지막 Farewell이 언제였는지 잘 기억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답답한 기내 공간을 잠시나마 벗어나 제주의 바닷바람을 쐬며 숨통이 트였던 기억은 선명하네요. 이벤트에 당첨된 것처럼 즐거워하던 승객들의 모습도 조금은 그립습니다.


 "덕분에 잘 왔어요. 수고하세요 "

 "감사합니다. 손님도 좋은 하루 보내세요."


 안전하게 착륙한 비행기에서 기분 좋게 내리는 승객들을 향한 인사가 절실한 요즘입니다. 어제, 항공기 정비하느라 두 시간 남짓 딜레이 된 비행기에서 승객들이 욕설대신 박수를 쳤다는 기사를 보았습니다. 무안공항 참사가 만들어낸 이런 변화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닌 새로운 항공 안전 문화로 자리 잡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브런치 글 이미지 2

 

무안공항 참사 희생자를 추모하며 인스타에 짧게 올렸던 글을 정리해서 올려봤습니다.

저의 마지막 Farewell은 희생자 분들께 전해봅니다. 평안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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