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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쌍이 Jan 01. 2025

버드 스트라이크

Bird strike, 사소하다 생각한 것이 남긴 사고

 승무원들은 착륙을 위한 안전 점검을 막 끝내고 듀디별로 정해진 점프싯으로 이동했다. 미쌍이 승무원 역시 마지막으로 화장실을 점검하려 복도 끝을 향해가고 있었다. 그때, 머리카락 따위가 불에 그슬린 듯한 탄내가 불쾌하게 코를 비집고 들어왔다. 아주 어릴 적에 맡아본 적이 있는 냄새였다.

 미쌍이는 처음 그 냄새를 만났던 때를 또렷하게 기억해 냈다. 나이 차가 많이 났던 사촌 오빠가 온돌방 아궁이에 구웠멧비둘기의 탄내. 털은 불에 홀랑 벗겨지고, 벌겋게 익어가던 살점이 오그라들던 모습이었다. 재미로 산새를 잡아 구워 먹었던 그 시절의 기억이 그다지 유쾌하지만은 않았다.


 "저기요."

 "네, 손님. 뭐 필요하신 거 있으세요?"

 "그게... 조금 전부터 이상한 냄새가 나는데, 무슨 냄새예요?"

 "아, 방금 전에 조류충돌이 있었나 봐요. 냄새는 금방 사라질 거예요."


 별일 아니라는 듯 승객을 응대하고 미쌍이는 화장실을 체크했다. 그러고는 유유히 본인 점프싯에 앉았다. 비행 중에 흔하게 일어나는 조류충돌 즉, 버드 스트라이크는 종종 있는 일이다. 항공기 특성상 밀폐된 공간에서 나는 불쾌한 냄새 때문에 컴플레인이 나오기도 하지만 크게 문제 되지는 않는다. 비행기 공기 정화 시스템이 외부 공기를 흡입해 필터로 정화시키고 계속 순환되기 때문이었다. 미쌍이의 말대로 냄새는 금세 사라졌다. 날아오던 새의 속도와 비행기 속도의 충돌로 가끔 비행기가 흔들리기도 하지만 크게 위험하다는 생각은 안 했다. 

  "선배님. 아까 비행기 새 맞았나 봐요. 윽, 그 냄새 너무 싫어요"

 미쌍이가 자리에 앉자 후배가 인상을 찌푸리며 말을 건넨다.

  "그러게요. 도착하면 정비사님이 종이컵 달라고 하시겠네."

 가끔 항공기에 묻은 핏자국을 닦기 위해 정비사가 냅킨과 함께 종이컵에 뜨거운 물을 요청했다. 바깥 상황이 어떤지 직접 본 적이 없었기에, 미쌍이는 자동차 운전을 하다가 새똥을 맞은 것처럼 조류 충돌을 가벼이 치부했다. 비행을 하면서 가끔 만나는 일이었고, 가벼운 조류 충돌은 늘 별일 없이 지나갔기 때문이었다. 어쩌면 그렇게 미쌍이는 스스로를 안전불감증에 빠트렸는지도 모르겠다.


 그다지 큰 사건 사고 없이 퇴사를 한 미쌍이. 그녀에게 지난 며칠은 너무나 마음 아프고 혼란스러운 날들이었다. 사소하게 생각했던 그 버드 스트라이크가 사고로 이어졌고, 많은 희생자를 남겼기 때문이다. 사고의 정확한 원인이야 곧 밝혀질 테지만, 버드 스트라이크에 대해 그동안 가지고 있었던 생각들이 떠오르면서 스스로 안일함에 빠져 살았다는 사실을 떨쳐낼 수가 없었다.

 그 안일한 생각에 빠진 미쌍이는 어느새 사고 비행기에 올라탄 승무원이 되어 점프싯에 앉는다. 불쾌한 탄 냄새를 맡으며 대수롭지 않게 창밖이나 바라봤을까? 여러 번의 충돌이 이어지고, 불꽃이 튀는 엔진을 보고 나서야 걱정스레 비상탈출에 대한 매뉴얼을 리마인드 했을까?하지만 일순간에 벌어진 사고는 탈출할 몇 초의 시간도 허용하지 않았다. 그저 하늘이 원망스럽다.

 사고의 순간을 되돌릴 수 없지만 앞으로 생길 수 있는 사고들을 예방하기 위해 철저한 조사가 이루어져야  것이다. 낱낱이 파헤치면 어쩌면 정말 사소한 것에서부터 시작했을는지도 모른다. 미쌍이가 가졌던 안일함처럼.




 안전에 대한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올리는 글마다 떠들어 놓고서는 정작 나라는 사람은 업무를 수행하던 그때 당시에 얼마나 규정을 잘 지키고, 안전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했나? 하는 생각이 들며 스스로를 자책했다. 이제와 무슨 소용이 있겠냐 할 수도 있겠지만, 현직에 있는 항공업계 종사자들이 이번 사고를 계기로 나처럼 깨우치는 시간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어느 때보다 조용하고 차분하게 새해를 맞았다. 지나간 연말에도, 무겁게 맞은 오늘도, 언론에서 쏟아내는 기사들을 읽으며 희생자들의 안타까운 사연에 눈물을 흘렸다. 어느 누구 하나 빠질 없이 소중하고, 가슴 아픈 이야기들이었다.

 기사를 클릭하고 읽다 보면 점점 가슴이 먹먹해지고 한쪽이  막혀왔다. 이제는 괜찮아졌다 생각했는데, 슬쩍 구석으로 밀어놨던 공황이 고개를 드는 같았다. 그렇게 숨이 갑갑하게 막혀올 때면 상상이라는 놈은 더욱 활개를 펼친다. 결국엔 공황 발작이 일어났던 그날, 갤리 안 점프싯으나를 자꾸만 데려다 놓는다.


 이 세상에 어떤 것도 사소한 것은 없다. 안일함에 그 사실을 잊고 지냈던 지난날을 반성하며, 나는 지금 벌을 받고 있다. 179명의 사연 하나하나, 꼼꼼하게 읽으며 그들을 기억할 것이다. 검색해서 찾아지는 모든 기록을 읽을 것이다. 숨이 막히고 끝내 공황이 온다 할지라도 나는 그렇게 나를 벌하려 한다.

 그들이 평안하게 잠들 수 있도록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온 마음으로 그들의 장례가 완벽하게 치러지는 날까지 관심을 갖고 그들의 소식에 집중하는 것뿐이다.

 그렇게 나는 계속 그들을 추모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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