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화로 행복 박제하기, 감사일기
남편은 식사시간이면 항상 뭐 하냐며 전화를 걸어온다. 그리곤 매번 비슷한 나의 안부를 물어준다. 곧 만날 텐데도 어김없어 전화가 온다.
그는 야간 퇴근길에 나와 아들이 먹을 아침밥거리를 챙겨 테이블에 놓아둔다. 야간 근무로 피곤할 법한데도 전 날 어지럽혀진 거실과 설거지, 빨래더미까지 싹 치워주고는 많이 못 도와주어 미안하고 고맙다 말한다.
남편은 나와 아들이 함께 자는 방에 들어와 한 번씩 이부자리를 고쳐준다.
겨울밤 건조한 방에 가습기가 꺼져있으면 물을 떠다 가습기를 틀어주고 간다.
‘네가 좋으면 나도 좋아.’, ‘우리 가족의 행복이 내 행복이야.’ 라며 자신보다 우리를 보며 행복해한다.
나는 그 모습이 불편하기도 했고 자기 의견이 없는 모습에 답답하기도 했다. 나는 가정에 그리 잘하는 것이 없는데도 고맙다고 하는 모습이 부담스러워질 때 다툼이 되었다. 물론 그 싸움은 하루를 넘긴 적은 없다. 우리 둘 중 누구에게도 승리는 없었고 서로를 이해하는 과정이 되었다. 남편의 의견이 없는 것이 아니라 그건 사랑이라 생각했을 때 갑자기 감사가 시작됐다.
오랜 시간을 함께하며 큰 장점이었던 그의 모습을 단점으로 바꾸어 바라본 나를 발견했을 때 웃기게도 나는 그제야 남편에게 감사를 느끼다니.
모든 일에 당연한 것은 없다.
처음 연애를 하던 그 모습과 지금의 모습을 비교하면 불어난 몸집 외에는 다른 점이 없다. 내가 남편을 스님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그 때문이다. 늦게 깨달았지만 이제야 남편의 넓은 마음과 그의 사상에 기대서 위안을 얻는다. ( 내 남편 법명도 있다 ) ( 우리 가족은 무교이다 )
아이를 키우면서도 가사를 꾸리면서도 직장에서도 우리 남편에겐 큰 욕심은 없다. 단지 현재에 만족하며 감사할 줄 알고 자기가 해야 하는 것에 온 정성을 쏟는다. 그런 사람이 내 남편이다.
스님~ 사랑해요, 감사해요 ~^^
이렇게 공개 사랑고백을 날려본다. 모든 사람들이 남편과 같은 마음으로 살아간다면 참 평화롭겠다고 생각한다. 나의 고민은 남편에게 별 시답지 않은 고민이다. 남편과 나는 많이 다르다. 달라서 답답했지만 이제는 달라서 감사하다.
남편이 선물 한 핑크색 거베라에 대한 감사의 이유가 길었다. 그 감사를 기록한 결과물은 바로!
걱정했던 두툼한 거베라는 성공!
작은 국화는 뭔가 이상하다..
아무튼 이 정도면 감사박제, 행복박제 성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