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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ㅅㅇㅅㅌ Dec 17. 2024

감사를 기록하는 방법 _ 압화

감사일기, 압화, 기록, 꽃, 선물


꽃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

계절마다 자연스레 피어나는 들꽃도 예쁘고 계절마다 피어날 꽃을 예쁘게 가꿔주는 식물원도 좋다.

나이가 들 수록 자연에서 볼 수 있는 예쁨에 끌리게 된다. 내가 찾는 발걸음이 자연과 가까워지고 있다는 것이 느껴진다.

셀프 꽃 선물 _ ㅅㅇㅅㅌ

좋아하는 꽃가게에서 아이리스를 한단 5000원에 판매한다는 소식을 봤다. 나는 당장 집을 나섰다.

한단은 아쉬워 두 단을 사서 집에 돌아왔다. 색감이 잘 맞는 하늘색 화병에 진한 보라색 아이리스를 꽂아두었다.

하지만 이 아이리스들은 집이 건조한 탓에 활짝 피어보지도 못하고 말라버렸다. 흑흑..




종종 꽃 선물을 받는 일이 생긴다. 거의 남편이 주는 선물이다.

예쁜 꽃선물을 받으면 기분이 좋다. 하지만 곧이어 드는 생각.. ’이 돈이면??‘이라는 생각이 불쑥 튀어나온다.

나는 꽃 선물에 대해서는 의례적인 축하의 표시라고 생각했다. 예를 들면 프러포즈에서 꽃은 거들뿐 메인은 반지인 것처럼.

꽃은 축하를 더 풍성하고 아름답게 만들 뿐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기 때문에 가족들의 행사를 제외하고는 꽃선물을 해 본 기억이 없다.

나의 선물 스타일은 상대방에 따라 달라지는 편인데 취향이 확실한 상대에게는 확실한 취향을 선물하고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는

나를 기억해 달란 의미로 내 취향을 선물한다. 그것은 대부분 실용적인 물건이다.


글만 보면 실용주의자처럼 보일지도 모르나 나는 꽃을 좋아한다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선물받은 꽃다발 _ ㅅㅇㅅㅌ

그러던 어느 날, 생각지도 못한 꽃 선물을 받았다.

11월, 11명의 이야기가 담긴 공동저서를 출판했고 북콘서트에서 남편과 지인에게 꽃과 편지를 선물 받았다.

책을 쓴 것은 스스로에 대한 만족감과 동시에 누구에게도 말하고 않은 부끄러움도 함께였다.

이 감정은 지금도 그대로다. 나의 어린 시절과 깊은 속내를 드러내는 것은 대단한 용기와 결심이 필요했다.


그래서 그런지 북콘서트에서 받은 꽃 선물은 나에게 의례적인 꽃선물이 아니었다.

꽃 선물은 축하의 상징이었고 그래서 더 감사했다.


나는 처음으로 꽃을 기록하고 싶어졌다.



압화
조형예술의 일종으로 꽃과 잎을 눌러서 말린 그림을 말한다.
우리말로는 꽃누르미 또는 누름꽃이라고 부르지만 보통 한자로 압화라고 부른다.


생생한 꽃 자체가 영원하면 좋겠지만 꽃은 금세 시든다는 점에서 더 아름답다.

이 꽃들은 화병에서 한참 동안 나를 행복하게 해 주었다.

이제는 같은 듯 다른 모습으로 기록해 보자!

꽃다발 중 가장 기록하고 싶은 꽃을 잘라 보았다. 압화지의 사이즈는 한정되어 있다.

네모난 종이 위에 기록하고 싶은 꽃들을 신중히 고민했다. 종이가 작다. 흑

두툼한 꽃은 잘 마르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역시나 내 눈에 가장 예쁜 분홍색 거베라가 메인이다. 실패할 확률이 가장 커 보였다.

하지만 이대로 잘 마르기를 바라며 무작정 볼트를 조였다. 과연..! 어떤 모습을 보여 줄 것일지 설렌다.

물론.. 오잉? 스러운 결과물이 나에게 올 확률이 클 것이다.

어떤 결과이던 압화를 하는 과정은 행복했다. 또 어떤 모습으로 돌아올지 기다리는 이 시간도 의미 있다.

그 시간 덕분에 나는 꽃에 담긴 상대방의 축하를 조금 더 오래 기억했다.

그리고 조금 더 오래 감사했다. 그거면 됐다.


나는 항상 엉성하지만 엉성함에서 나오는 결과물이 좋다. 딱 이 정도가 즐겁다.

잘하고 싶어 질 때는 그 욕심만큼 재미는 줄어든다.


7일이 지나고 눌러놓은 나무 판을 풀어보기로 한다.

7일 후 나는 어떤 글과 사진을 남기게 될까?

아마 예쁜 꽃이니까 망할 일은 없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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