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의 언어들
어린이집 입학 시즌 3월은 전쟁에 가깝다. 엄마와 떨어지기 싫어하는 아이들의 울음소리와 아이들을 달래느라 화장실도 못 가는 교사는 슈퍼우먼이 된다. 양팔에는 두 명의 아이를 끌어안고 눈으로는 또 다른 아이를 쫓는다. 입으로는 장난감에 흥미를 가질까 끊임없이 관심 끌기를 시도한다. 악기를 흔들었다가 동물 흉내를 냈다가 피자모형을 꺼내 먹는 시늉을 한다. 엄마가 되기도 하고 아빠가 되기도 하고 친구가 되기도 하고 할머니가 되기도 한다. 아이가 원하면 누군가가 되고 무엇이든 된다. 울음으로 표시하는 아이들을 달래며 배가 고픈지 물이 먹고 싶은지 기저귀가 찝찝한지를 단박에 알아차린다. 신학기 어린이집 교사는 신에 가깝다.
신학기 적응 기간에는 부모님도 함께 교실에 들어와 놀아주기를 한다. 점차 아이는 혼자 등원하게 되는데 처음부터 울지 않고 잘 지내는 아이도 있지만 대개는 일정 시간이 지나면 흥미를 잃고 엄마를 찾게 된다. 교사는 아이가 우는 강도에 따라, 부모님이 데리러 올 시간이 여유가 있는지에 따라 적응시간을 조절한다. 양육 방식이 다르고 기질도 다른 아이들은 적응 방법도 다르다. 자신만 쳐다보며 눈맞춤 하기를 원하는 아이도 있고 혼자 놀기를 하는 친구들도 있다.
까다로운 기질의 아이들은 대체로 우는 기간이 길다. 반면 한번 적응하게 되면 교사를 엄청 좋아한다. 아이들은 기질에 따라 오랜 기간 울며 등원하는 친구가 있고 금방 적응하는 아이도 있다. 울음도 기질에 따라 다르다. 다른 아이들이 울면 따라 우는 아이도 있고 잘 놀다가도 집에 가는 친구를 보면 갑자기 울음을 터트리는 경우도 있다. 눈치를 보며 우는 아이도 있고 관심 끌기 위해 훌쩍이는 아이들도 있다. 자신의 요구를 관철시키기 위해 악을 쓰는 겨우도 있지만 겁이 많아 낯선 어른들을 두려워하기도 한다.
부모님들은 교사가 내 아이에게만 관심을 특별히 많이 가져 주기를 원한다. 교사는 여러 아이들을 봐야 하기 때문에 한 아이에게만 관심을 집중하기엔 어렵다. (어느 정도 적응이 된 후에는 부적응 현상을 보이는 아이에게 집중해서 관심을 가지고 배려하는 경우도 있지만) 우리나라 어린이집에서는 교사 한 명당 (만 1세인 경우-우리나라 나이로 3세) 5명을 돌본다. 3살인 아이들, 개월 수가 다른 아이들을 신학기 그것도 3월에 혼자서 5명을 돌본다는 것은 엄청난 능력이 요구된다. 아니 불가능에 가깝다.
가정에선 오롯이 혼자만 관심을 받던 아이가 어린이집에서는 그렇지 못하니 부적응을 보이는 아이들도 있다. 신학기가 지나고 친구들과도 익숙해지면 점차 즐겁게 지내게 되는데 간혹 신학기의 이런 모습을 보고 어린이집을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 우리 아이가 적응을 못 한다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경우 부모님은 선생님과 아이를 믿고 좀 더 기다려 주면 좋다. 한 달 두 달이 지나면 또래 놀이가 생기고 즐겁게 손을 흔들며 어린이집으로 향하게 될 것이다. 교사도 부적응하는 아이를 위해 특별한 관심과 사랑으로 적응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한다. 신학기 적응기간은 아이도 교사도 부모님도 모두가 적응기간이 필요하다.
떨어지기 힘들어하는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야 하는 부모님의 마음은 무척이나 무거울 것이다. 그러나 입구에서는 단호하게 교실로 보내주는 것이 아이를 덜 힘들게 한다. 집에서 충분히 이야기를 해주고 어린이집 입구에서는 쿨 한 척 보내는 것이 아이도 부모도 덜 힘들다. 부모님이 망설이게 되면 아이는 그 망설임을 눈치채고 더 힘들어한다. 입구에서는 울어도 교실에서는 금방 그치고 잘 지내는 친구들이 의외로 많다.
어린이집 교사도 아이의 특성을 파악할 시간과 부모님의 성향을 파악할 시간이 필요하다. 가정마다 양육방식이 다르니 배려할 시간도 필요하고 소통할 시간도 필요하다. 어머니가 직장을 다니는 경우 대개는 할머니가 돌보게 되는데 엄마의 양육법과 할머니의 양육법이 달라 아이도 교사도 혼란스러워한다. 주 양육자를 정하고 누가 교사와 소통을 할 것인지도 정해 놓으면 어린이집 교사도 일관성 있게 아이를 돌보는데 도움이 된다.
진급하는 아이도 마찬가지다. 담임교사가 달라지니 아이 입장에선 교실도 다르고 친구들 얼굴도 달라져 기존의 어린이집이더라도 낯선 곳이 된다. 그동안 즐겁게 다닌 어린이집이었다 하더라도 다시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다. 어른들도 내가 1년 동안 애착을 쌓았던 선생님이 아닌 다른 선생님과 새로운 교실에서 시작하는 것이라면 부담이 될 것이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을 못하더라도 조금만 기다려 주자. 전년도 선생님보다 능력이 없다고 판단하기보다 격려의 메시지라도 보낸다면 오히려 힘이 될 것이다.
신학기 적응은 아이마다 다르고 기질마다 성격마다 다르다. 내 아이와 다른 아이를 비교할 것도 없으며 비교해서도 안된다. 비교는 내 아이를 위해 가장 먼저 버려야 하는 마음가짐이다. 아이를 믿고 기다린다면 아이도 교사도 부모님도 행복한 어린이집 생활을 할 수 있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