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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미 Nov 29. 2024

아이와 싱가포르 여행 - (3)

싱가포르 동물원, 송파바쿠테

앗, 추가 비용이 또...!!


싱가포르에서 가장 바쁜 날이 오늘이 아닐까 싶다. 3박이라는 짧은 일정을 어디로 채워야 알차고 똑소리 날까 생각했지만 뚜가 정함으로써 이것은 더 이상 고민거리가 아니었다. 뚜는 내가 제시하는 여러 코스 중 동물원을 가장 먼저 외쳤더랬다. 보통 나이트 투어가 유명하지만, 아이랑 둘이 밤거리를 돌아다니기엔 좀 무서워서 저녁 일정은 빼기로 했다.


싱가포르 동물원은 내가 여행 일정을 짤 때 가장 공 들인 곳이었다. 미리 예약해야 할 부분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우선 먹이 주기 체험. 싱가포르 동물원 공식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날짜와 시간을 선택해 예약&결제를 해야 체험을 할 수 있다. 우리는 동선과 체험 시간을 고려해서 다음과 같이 예약을 했다.


<싱가포르 만다이 동물원 먹이 주기 체험>
1:15 pm  흰 코뿔소
1:50 pm 기린
2:15 pm 얼룩말


또, 야심 차게 준비한 코스가 있었는데, 바로 ‘야생에서의 아침식사’라는 프로그램이다. 동물원 내 식당에서 사육사 선생님의 설명을 들으며 조식을 먹는 프로그램이다. 클룩에서 할인을 받아 구매했고, 입장권은 별도로 구매해야 한다.


동물원에 가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우린 어제의 자신감으로 지하철을 타기로 했다. 환승 없이 빨간 노선으로 쭉 가서 동물원 셔틀버스를 타면 도착이었다. 가는 도중에 우리나라 지하철 지상 구간 같은 길이 계속되기에 열심히 동네 구경을 했다. 같은 아시아 국가의 도시라 그런가 건물이나 도시의 아침 풍경 등이 무언가 우리나라와 비슷한 부분들이 느껴진다. 확실히 다르다 싶은 것은 나무들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볼 수 없는, 제주도에는 그래도 비슷한 게 있지 않을까 싶은 나무들이 길을 메우고 있었다.

지하철은 어느새 Khatib 역에 도착했고, 내려서 둘러보니 셔틀 타는 곳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비교적 아침 일찍인데도 타는 사람들이 꽤 많았다.



<싱가포르 동물원 - 야생에서의 아침 식사>

동물원 입장 후 여기 맞지? 맞나? 하며 걸어 들어가면 사진에서 보던 식당이 나온다. 식당은 말 그대로 야생 정글 속에 존재할 것 같은 모습이었다. 창 하나 없이 뻥 뚫린 건물에 울창한 나무 숲들이 벽처럼 둘러싸고 있었다. 아직 해가 중천에 있는 상황이 아니라 그런지 조금 습할 뿐 더위도 참을만했다. 식당 한쪽엔 음식들이 가지런히 놓여있었고, 다른 쪽은 화장실과 동물원으로 들어가는 통로가 있었다.

자리 안내를 받으며 보니 의외로 많은 가족들이 동물원 조식을 먹기 위해 앉아있었다. 사실 예약 당시엔 이걸 누가 먹나 했던 나였다. 테이블마다 기대에 가득 찬 아이들의 표정들을 보니 다들 어쩌다 이렇게 모이게 됐는지 알 것 같았다. 우리나 저기나 다를 게 없구나...


음식은 엄지척이 바로 나올 만큼 훌륭하다고는 할 수 없었지만 이런 분위기와 함께 하기엔 나쁘지 않았다. 어느 정도 먹다 보면 사육사 선생님이 여러 동물들을 데려와 소개해주고 설명하는 시간을 갖는다. 아참, 조식 내내 나무 위에서 우리처럼 밥을 먹고 있는 오랑우탄들도 있다. 한 숟갈 먹고 우물거리다 오랑우탄들과 눈을 마주치면 얘네가 우릴 보는 건지, 우리가 얘넬 보러 온 건지 헷갈린다.

식사가 어느 정도 마무리될 때쯤, 동물들을 직접 만져보는 순서가 왔다. 줄을 서서 순해 보이는 동물들 등을 쓰다듬어주다 보니 그 옆에서 우리를 지켜보던 나무 위 오랑우탄들과 기념사진을 찍어 주길래 우리도 가서 섰다. 직원들이 내 휴대폰으로도 찍어주고 본인들의 카메라로도 찍어주는데, 이게 문제(?)가 될 줄이야.

조식 시간이 끝나고 자리를 정리하는데 직원들이 뭔가를 들고 왔다. 바로 아까 오랑우탄들과 찍은 기념사진을 꽂은 미니 앨범이었다. 어느새 이렇게 예쁘게 인화까지 한 건지 빠르기도 해라! 뚜뿐만 아니라 거기 있는 모든 아이들의 눈이 초롱초롱해졌다. 그래, 남는 건 사진뿐이다, 싶어서 얼만지 물어보니 무려 6만 원이란다. 아, 싱가포르 물가 아무리 비싸다 해도 이건 너무 하지 않는가. 관광지 프리미엄까지 붙은 무서운 금액에, 도저히 아닌 것 같아 직원에게 안 사겠다는 표현을 했다. 그러고 식당을 나서는데, 뚜가 어두운 표정을 하고 말했다.

“엄마, 근데 나... 비싼 건 아는데, 저 사진 갖고 싶은데... 나중에도 자꾸 생각날 것 같아.”

아이고 어쩌겠어... 뚜는 평소에 원하는 것이 많은 편이 아니다. 그런데 이렇게 말할 정도면 정말 갖고 싶은 것이다. 뚜 말을 듣고 더 이상 거절을 할 수 없었다. 되돌아가서 아까 그거 사겠다 하니 직원이 아주 빠르게 들어가 앨범을 들고 나왔다. 원본 사진도 모바일로 받을 수 있다고 안내를 해주더라. 여전히 납득할 수 없는 금액이지만 이왕 사기로 했고 기쁨 가득한 뚜를 보며 그만한 가치가 있다 생각하기로 했다.



싱가포르 동물원은 천천히 거닐며 다닐 수도 있고, 동물원 내부를 도는 순환 셔틀버스를 타고 다닐 수도 있다. 셔틀버스를 타면 어느 정류장에서든 자유롭게 타고 내릴 수 있다. (Mandai Wildlife 어플 설치 추천)

동물원 안이 덥고 습하기 때문에 아이와 함께라면 셔틀버스를 타는 것을 추천한다. 우리는 먹이 체험 동물들이 어디 있나 눈에 익혀두고 셔틀을 타고 내리며 둘러보았다. 동물원 중간중간엔 철봉 같은 미니 체험 시설들이 있고 싱가포르 길거리에 쉽게 보이는 ijooz라는 오렌지 착즙 주스 자판기도 있다. 이 주스 자판기를 말로만 들었지 전날 지하로만 다녔던 우리는 오늘 동물원에서야 처음 봤는데, 너무 더운 와중에 주스가 시원하고 맛있어서 연달아 세 번이나 뽑아마셨다. 길거리엔 2 싱가포르달러가 많다던데 동물원은 3 싱가포르달러다.


우리는 동물들을 한 바퀴 보고 셔틀 4번 정류장 키즈월드에서 시간을 보냈다. 이곳엔 어린이 놀이터와 모래놀이가 있어서 아이들이 꼭 한 번씩은 들러서 쉬다가는 느낌이다. 참고로 싱가포르가 얼마나 덥냐면, 여기서 솜사탕을 먹었는데, 실시간으로 솜사탕이 녹아내린다. 먹는 속도보다 녹는 속도가 빠를 정도.


슬슬 먹이 체험을 가기 위해 다시 셔틀 정류장으로 가는데, 키즈 월드에 어울리게 옆에 선물가게가 있어서 뚜가 홀린 듯이 들어갔다. 한참을 구경하다가 자기랑 사촌동생 선물이라며 인형을 샀다. 이상하다, 분명 우리 뚜는 물욕이 별로 없는 줄 알았는데. 그동안 참았던 거니...

 

<동물 먹이 주기 체험>

시간에 맞춰 동물 우리 앞에 줄을 섰다. 예약 확인서를 폰에 띄워 직원에게 보여주고 동물 앞으로 가면, 직원들이 각 동물에 맞는 과일을 준다.

첫 타임 코뿔소 먹이는 멜론이다. 그런데 코뿔소를 가까이서 보니 생각보다 입이 크다고 뚜가 무서워했다. 무서워서 소극적으로 주다 보니 코뿔소는 더 적극적으로 입을 들이밀고 뚜가 당황해서 나를 쳐다보길래 마지막 멜론 조각은 내가 줬다. 야무지게 맛있게 먹는 게 귀엽구먼 뭘.

두 번째 기린은 당근과 나뭇잎을 줬다. 꼬꼬마였을 적 에버랜드에서 기린에게 먹이를 준 적이 있는데 뚜 기억 속에는 이미 없나 보다. 날렵하게 당근을 감싸 입으로 가져가는 기린의 혀와 얼굴을 흥미롭게 보았다.

마지막 얼룩말은 배추! 얼룩말 네 마리가 신나게 뚜 앞에 서 있는 모습이 귀엽다. 너희들도 배추 맛을 아는구나. 코뿔소에 비해 먹이 주기 난이도 매우 쉬움.

동물 먹이 주기 체험은 직원들이 동물들을 잘 컨트롤해 주시고, 영어를 몰라도 알아들을 정도로 주의사항을 일러주니 큰 걱정 없이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 당일 현장 예약은 없는 것 같으니 동물원이 일정에 있다면 꼭 한국에서 미리 예약을 하고 가길!




<송파바쿠테>

먹이 체험을 끝내고 동물원을 나왔다. 다시 셔틀에 오르고, 지하철을 탔다. 원래는 그대로 숙소로 돌아갈 예정이었지만, 간단히 늦은 점심을 먹기 위해 갑작스레 차이나타운 역에 내렸다. 우리가 갈 식당은 싱가포르에 오면 무조건 먹는다는 송파바쿠테. 본점이 숙소에서 더 가까웠지만 혹시나 실내라 좀 더 시원하다는 차이나타운 지점으로 갔다. 살짝 헤맨 끝에 상가의 밖과 안이 연결되는 곳에 있는 식당을 찾았다.

이곳은 주문을 QR 코드로 하기 때문에 맘 편히 원하는 걸 주문할 수 있다. 우리는 바쿠테와 공심채볶음, 공깃밥을 시켰다.

바쿠테는 쉽게 말하면 갈비탕이다. 그런데 맛을 보니 삼계탕과 비슷했다. 삼계탕 맛 갈비탕! 맛이 없을 수가 없는 단어들의 조합인 데다 우린 허기진 상태였기에 어찌나 맛있게 잘 먹었는지 모른다. 바쿠테 하나로 우리 둘이 밥에 말아서 적당히 먹었으니, 성인 기준으로는 1인 1 바쿠테면 양이 적당할 것 같다.



싹싹 긁어먹고 길가로 나왔다. 이번엔 숙소까지 버스에 도전해 보기로 했다. 육교를 건너 정류장에서 124번 버스를 탔다. 싱가포르가 여행 초보자에게 정말 좋은 여행지인 게 버스 시스템도 우리나라와 비슷하다. 단, 여기는 탄 거리에 따라 요금을 내기 때문에 환승과 관계없이 내릴 때 카드를 꼭 찍어야 거리만큼 버스 요금이 결제된다.

버스를 타고 가다가 문득 숙소 근처에 레인보우 경찰서가 있다는 얘기가 생각났다. 급히 원래보다 한 정거장 전에 내려걸었다. 다리를 건너 횡단보도에 서니 앞에 정말로 무지개가 떠 있다. 이렇게 예쁜 경찰서가 있을까! 경찰서 건너편에서 건물이 전체적으로 나오게 찍으면 프로필용으로도 훌륭한 알록달록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아침 일찍부터 움직여서 레인보우 경찰서까지 보고 나니 오후 5시. 그러나 오늘 일정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숙소에 들러 잠시 한숨 돌렸다가 대망의 슈퍼트리쇼를 보러 갈 예정이기 때문이다. 여유로운 여행을 추구하지만 본의 아니게 바삐 돌아다닌 날이 되었다. 아이 체력으론 강행군임에도 힘들어하지 않고 즐기고 있는 뚜가 기특할 따름이다. 컸다 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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