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이 두렵지만, 머무름이 더 아플 때의 감정
퇴사를 고민하는 순간,
가장 먼저 떠오르는 감정은 두려움이다.
남들이 어떻게 볼까,
내가 실패한 건 아닐까 하는 마음이 고개를 든다.
하지만 그 두려움 속에는 이미 내가 더는
이 자리에서 버티기 어렵다는 무언의 신호가 숨어 있다.
퇴사는 단순히 일터를 바꾸는 선택이 아니다.
내가 지켜온 자존감과 앞으로 지켜야 할
삶의 방향을 새롭게 정의하는 과정이다.
버틴다는 말이 미덕이던 시절에서,
이제는 나를 소모시키지 않겠다는 선언이 필요한 시대가 되었다.
사람들은 종종 묻는다,
“그래도 버틸 수 있는 거 아니냐”라고 말이다.
그러나 버틸 수 있다는 사실과 버텨야 한다는 의무는 다르다.
견딜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떠나는 결심은 약함이 아니라 용기이다.
직장에서는 종종 성실함이 희생과 혼동된다.
조용히 견디고 묵묵히 헌신하면
언젠가 알아줄 거라는 기대가 자리 잡는다.
그러나 무한한 희생을 요구하는 곳에서,
인정은 종종 늦거나 오지 않는다.
나 역시 한때 “조금만 더 버티자”라고
스스로를 설득하며 버텼던 경험이 있다.
책임감과 성취감 사이에서 흔들리며,
퇴사는 도피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 더 남아 있는 것이
나를 깎아내리고 있다는 걸 인정해야만 했다.
퇴사를 고민할 때 찾아오는 감정의 핵심은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다.
새로운 곳에서 내가 잘 해낼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그러나 불확실성은 실패의 예고가 아니라 성장의 필수 요소이다.
머무름이 더 아프다는 건 단순한 감정이 아니다.
출근길이 무겁고, 나의 목소리가 사라지고,
매일이 버티기의 연속이라는 신호이다.
이 신호를 무시하면 결국 마음은 고갈되고 삶의 활력도 잃게 된다.
퇴사는 곧 ‘내가 누구인지’ 다시 묻는 과정이다.
타인의 시선보다 내 삶의 주도권을 되찾는 일이기 때문이다.
내가 원하는 일을 향해 움직이는 순간,
자존감은 다시 숨을 쉬기 시작한다.
떠나는 사람을 두고
“충성심이 부족하다”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충성심이란 서로를 지켜주는 관계에서만 의미가 있다.
일방적인 희생만 요구되는 조직에서
충성심을 요구하는 건 불합리하다.
떠난다는 것은 배신이 아니라 자기 회복이다.
머무르며 잃어버렸던 자아를 되찾기 위한 선택이다.
이 선택을 내리는 순간,
비로소 내가 나를 대우하기 시작한다.
퇴사라는 단어에는 외로움이 따라온다.
지지받지 못하거나 이해받지 못할 것 같은 마음이 생긴다.
그러나 ‘내 편’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이제 내가 나의 편이 되는 과정이다.
퇴사를 준비하는 시간은 내면과 대화하는 시간이다.
지금까지의 경험을 정리하고,
앞으로의 방향을 생각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비로소,
내가 원하는 삶의 형태가 선명해지기 시작한다.
떠남은 패배가 아니라 전환이다.
지금까지 걸어온 길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더욱 나은 길을 선택하는 것이다.
결국 내 삶을 결정하는 주체는 나임을 깨닫는 순간이다.
퇴사 이후의 삶이 완벽할 필요는 없다.
중요한 것은 내가 가고 싶은 방향으로
한 걸음 나아갔다는 사실이다.
그 한 걸음은 생각보다 큰 변화를 가져온다.
사람들은 안정이 최고의 가치라고 말한다.
그러나 안정은 머무름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자기를 지키는 선택에서 온다.
내가 나를 선택하는 순간,
진짜 안정감이 자리 잡는다.
퇴사는 관계의 정리이기도 하다.
때로는 나를 힘들게 했던 말들과
상황을 뒤로 두고 나오는 것이다.
그 자리를 떠나야만 비로소
다시 숨을 쉬게 되는 순간이 있다.
떠나고 나서야 보이는 것들이 있다.
그동안 당연하게 받아들였던
스트레스와 억압이 사실은 비정상이었다는 사실이다.
이제는 건강한 기준을 세울 수 있게 된다.
퇴사 후에 오는 변화는 단순히 환경의 변화가 아니다.
내 생각과 태도가 달라지고,
세계를 바라보는 시각이 넓어진다.
새로운 자신을 만나는 경험이기도 하다.
떠남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을 여는 문이다.
불확실성이 있다면 가능성도 있다.
그 가능성이 나를 다시 살게 한다.
퇴사는 자기 존중의 표현이다.
더 이상 나를 소모시키지 않겠다는 선언이며,
더 나은 나로 가는 과정이다.
미래가 두렵지만, 머무름이 더 아플 때
떠나는 용기는 우리를 성장시키는 힘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