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내의 달콤함

견딤 끝에 찾아오는 그 달콤한 순간을 기대하며

by 노멀휴먼

직장을 다니다 보면, 꼭 한 번쯤은 견디기 힘든 사람이 내 곁에 있게 마련이다.


그 사람과 함께하는 시간은 무거운 구름처럼 마음을 짓누르고,

하루하루가 버티는 싸움 같기도 하다.


그럴 때면 마음 한편에 묘한 기대가 생긴다.

‘언젠가 이 사람이 떠나면 좋겠다’라는 생각 말이다.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척하지만,

사실은 그날이 오기를 기다리는 나 자신을 발견한다.


어느 날, 그 사람이 정말로 떠난다는 소식이 전해질 때면,

복잡했던 감정이 한꺼번에 터져 나온다.


한숨처럼 쌓였던 답답함이 풀리면서,

묘하게 달콤한 해방감이 밀려온다.

마치 오랫동안 묶여 있던 쇠사슬이 풀리는 듯한 기분이다.


이런 순간은 말로 다 표현하기 어렵다.

미묘한 죄책감도 스며들지만,

그보다 더 큰 안도감과 새로운 시작에 대한 기대가 마음을 가득 채운다.


그 사람의 부재는 단순히 ‘누군가가 사라진’ 것이 아니라,

팀 전체의 분위기와 일하는 방식에도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온다.

무거웠던 공기가 가벼워지고,

서로를 향한 신뢰와 협력이 조금씩 쌓이기 시작한다.


나는 그럴 때마다 직장 생활의 인내가

결국은 결실을 맺는다는 생각을 한다.

힘든 순간을 견디며 버틴다는 건,

결국 더 나은 내일을 향한 작은 투자인 셈이다.


어느 날 내가 속한 팀에 새롭게 팀장이 부임했다.

“그 팀장, 성격도 별로지만 능력도 없지 않아?”
처음엔 동료가 가볍게 던진 농담처럼 흘려들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그 말이 단순한 불평이 아니라

모두가 공감하는 진실임을 깨닫게 됐다.


팀장은 항상 바쁘게 움직였다.

사무실 여기저기를 분주히 오가며 전화를 받는 모습은 늘 어수선했다.

그러나 막상 중요한 의사결정 앞에서는 망설임이 컸다.


보고서 하나 꼼꼼히 읽는 대신 대충 넘기기 일쑤였고,

우리가 미리 준비한 실질적인 대안들은 늘 묵살됐다.

그의 머릿속에서 나오는 아이디어는 현실과 동떨어져 있었고,

결과는 늘 혼란과 지연이었다.


더 큰 문제는 그의 책임 회피였다.

문제가 터질 때마다 팀원들을 탓하며 자신의 실수는 감추기에 급급했다.

비난이 쏟아지면, 수정하거나 개선할 기회가 아니라 그저 방어하기에 바빴다.


처음에는 그가 변할 거라 믿었다.

함께 일하며 조금씩 나아지길 기대했다.

하지만 그 기대는 점차 희미해졌다.

업무 능력 부족은 명백했고, 회사 내부에서도 문제로 인식됐다.


그러던 어느 날, 예상치 못한 소식이 전해졌다.
“팀장님이 다른 부서로 이동하신대요.”

이 소식에 사무실은 묘한 공기 속에 잠겼다.

말로는 드러내지 않았지만, 마음 한편에는 ‘드디어’라는 감정이 차올랐다.


떠나는 날, 그는 조용히 짐을 챙겨 사무실을 나섰다.

그 순간 우리에게는 묘하게 달콤한 해방감이 스며들었다.

묵묵히 인내해 온 시간들이 헛되지 않았다는 작은 보상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언젠가,

우리 팀에 타 부서에서 이동한 새로운 팀원이 합류했다.

처음에는 낯선 환경에서 적응하는 모습이 안쓰럽기도 했다.

하지만 곧 그의 부정적인 태도가 눈에 띄기 시작했다.


그는 늘 투덜거렸다.
“이거 어차피 하나마나한 일이야. 해봤자 안 돼.”
“다른 팀은 이러지 않아. 우리만 이렇게 힘들어.”

“어차피 이건 내가 못하는 일이야. 난 몰라.”


불만이 끊이지 않았고,

말뿐 아니라 행동도 팀 분위기를 해쳤다.

맡은 일은 제대로 하지 않으면서도,

동료들에게 끊임없이 일을 떠넘겼다.


처음엔 도와주려 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모두가 지쳐갔다.

결국 그의 일은 자연스레 다른 사람이 떠맡게 되었고,

불만과 갈등은 커져갔다.

1년이 지나, 그가 결국 다른 팀으로 떠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그가 떠난 후, 팀은 한결 안정적이 되었다.

서로 책임을 지고 협력하는 문화가 자리 잡으면서,

프로젝트 성과도 자연스레 좋아졌다.

작은 성공들이 쌓이면서 모두의 표정이 밝아졌다.


가끔 그때를 떠올린다.

무능력한 리더와 책임감 없는 팀원이

팀 전체에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치는지,

그리고 그런 어려움을 인내하며

견뎌낸 경험이 얼마나 값진지 말이다.


직장에서 진짜 중요한 것은 능력뿐 아니라

태도와 신뢰임을 다시 한번 깨닫는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조용히 내 자리를 지킨다.
내 주변에 힘든 사람이 있다면,

그들과의 이별을 기다리는 마음뿐 아니라,

그 시간을 견뎌내는 나 자신의 힘도 믿으며.

견딤 끝에 찾아오는 그 달콤한 순간을,

다시 한번 마음속에 담아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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