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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 쓰는 엄마 Sep 02. 2023

새벽에 즐기는 육퇴

는 꿀맛

요즘 이준이가 너무 늦게 잔다. 주변 육아동지들은 9시에 육퇴해서 자기 시간을 즐기다가 잔다는데, 이준이는 내내 11시에 자다가 지난번 어린이집발 수족구를 겪고 난 뒤부터는 12시가 넘어서야 겨우 잠이 든다.


이준이의 수면 패턴에 따라 우리 부부의 육퇴 후 일상도 바뀌었다. 이준이가 11시쯤  잠들면, 자기 전 10분이라도 육퇴를 즐기고야 말겠다는 의지를 안고서 거실로 기어 나와 함께 즐겨보는 리얼리티 쇼나 드라마를 다시 보기 해놓고, 둘 다 소파와 바닥에 각각 쓰러져 반도 채 보지 못하고 잠들곤 했는데, (그래도 육퇴를 했다는 뿌듯함은 있었다.) 12시가 넘어서야 잠드는 지금은 그럴 겨를도 없이 매일 이준이를 재우다가 나도 모르게 함께 잠드는 일이 다반사다.


(이준이가 8-9개월 무렵 시작된 불면증으로, 한 번 깨면 거의 다시 잠들지 못하기 때문에 이준이 돌 무렵부터 밤중 육아는 남편이 도맡아 하고 있다. 처음엔 잠드는 것조차 어려워 일주일 밤을 지새우기 일쑤였는데, 남편이 이준이를 데리고 자니 마음이 편해서 그런지 요즘은 잠드는 것은 어렵지 않다.)


그렇게 잠들면 나는 새벽 두세 시쯤 깨서 비몽사몽  작은 방으로 가는데, 이때 잠깐 즐기는 새벽육퇴가 정말 꿀맛이다.


시간을 보니 아직 새벽 두 시. 출근을 위해 일어나려면 아직 다섯 시간이나 남았다. 한 시간 정도 휴대폰으로 뉴스 기사를 보거나 넷플릭스를 봐도 아깝지 않은 느낌이다. 더군다나 어차피 한 번 깨면 다시 잠들기 쉽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이렇게 딴짓을 하다가 잠이 오면 그 잠이 배로 더 반갑다.


아침 7시가 되면 알람이 울리고 나는 '5분 뒤 다시 울리기' 버튼을 세 번이나 누르고서야 허겁지겁 일어나 서둘러 출근 준비를 한다. 아침부터 밤까지 내 시간이라고는 눈 씻고 찾아봐도 없는 생활 속, 다른 이들처럼 하루를 시작하기 전 자기 계발을 하거나 운동을 하거나 하는 생산적인 활동은 아니지만, 조용한 새벽즐기는, 불면증도 이긴 나의 이 은밀한(?) 육퇴가 요즘 내 생활에서 빼놓을 수 없는 소확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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