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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 쓰는 엄마 Oct 01. 2023

엄마 회사 가지 마

올 것이 왔다


버스를 막 타려는데, 남편의 다급한 전화가 왔다.


"이준이가 울음을 안 그쳐."


보통 이준이가 깨기 전에 출근을 하는데, 오늘은 웬일인지 어린이집 가방을 챙기고 있는데 이준이가 일어나 내 바지를 꼬옥 잡았다.


"회사 가지 마!!"


어린이집 가면 자동차도 많고, 이준이가 좋아하는 친구도 있다고 달래 봐도 소용이 없었다. 주저앉아 우는 이준이를 달래며 어린이집 가방을 싸고 출근 준비를 마쳤다.


"오빠, 이준이 울어. 잘 달래서 등원시켜."


이번에 오는 버스를 놓치면 지각이었기에 우는 이준이를 잠이 덜 깨 비몽사몽하는 남편에게 맡기고 운동화를 구겨 신고 서둘러 집을 나섰다.


버스 어플과는 달리 내가 타야 하는 6657 버스는 아직 10분도 더 기다려야 했다.


'아.. 이럴 거면 10분 더 안아주다 나올걸...'


지금 다시 들어가서 안아주기엔 시간이 빠듯했다. 이준이는 울음 그쳤냐, 남편에게 카톡을 해보았지만 답이 없다. 아마 이준이를 달래느라 혼비백산 중이겠지.


이내 버스가 도착하고, 이준이의 울리로 가득한 편의 SOS 전화를 받고는 묻는다.


"나 버스 타, 말어? 오빠 혼자 감당 안되지?"


"미안한데... 다시 와줄 수 있어..? 엄마가 와야 그칠 것 같아."


결국 회사에는 지각하고 이준이를 달래 남편과 함께 등원시켰다.


준이가 벌써 '엄마, 회사 가지 마'라고 말할 수 있는 시기가 되다니.

회사에서는 눈치가 보였지만 사실 내심 조금 뿌듯하기도 했다. 온 세상이 나로 가득 차있는 이 조그만 인간이 할 수 있는 가장 애절한 이 말에 미안하면서도 동시에 마음이  따땃하게 데워지는 느낌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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