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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 쓰는 엄마 Sep 04. 2023

당연한 날들이 아니었다

아픈 아이가 엄마를 철들게 한다

늦은 밤, 택시에서 내려 집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무겁다. 이준이가 폐렴과 장염으로 어린이전문병원에 입원했다.


퇴근하고 집으로 가는 길, 이준이가 "엄마!" 하고 달려오며 나를 맞이해 주는 모습을 상상하는데, 오늘은 이준이도, 남편도 에 없다.


현관문을 연다.  꺼진 거실에 난감이 널브러져 있다. 이준이와 함께 집으로 돌아왔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남편은 이준이와 병실에서 자고, 나는 내일부터 회사에 휴가를 내고 이준이와 함께 지내기로 했다.


문득,

어제 늦게 자고도 아침 일찍 일어난 이준이에게 약간의 투정 섞인 말투로 "왜 이렇게 일찍 일어났어?" 할 수 있는 날들이,

이준이가 고기를 잘 안 먹어 영양 결핍이 올까 걱정하던 날들이,

주말이면 피곤한 몸을 이끌고 이준이 데리고 어디 갈까- 고민하던 날들이,

심지어 약 안 먹겠다고 버둥대는 이준이를 잡고 부부가 협심하여 약을 먹이던 날들도,


당연한 날들이 아니었음을 깨닫는다.


우리 집이 좋아, 여기(병실)가 좋아? 했더니 냉큼 여기가 더 좋단다. 이준이에게는 병원 생활이 그저 엄마, 아빠와 함께 보내는 여행 같은 낌인가 보다.


이준아, 빨리 나아서 진짜로 여행 가자.


아픈 아이가 나를 철들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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