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글 쓰는 엄마 Feb 06. 2023

육아가 일보다 힘든 이유

인정받지 못하는 고강도 노동


100일의 기적을 경험하고, '돌끝맘'이 되고, 18 18 한다는 18개월을 지나, 우리 아들 이준이가 어느덧 두 돌을 맞이했다.


참으로 긴 인내의 시간이 있었다. 아무도 내게 육아가 이렇게 힘든 것이라 말해주지 않았다. 미디어는 행복하게 아이를 돌보는 이상적인 엄마의 모습을 보여주었고, 이미 육아를 경험한 친구들은 힘들기는 하지만 결국 예쁘다며 수고스러운 것보다 행복감이 더 크다고만 이야기해 줄 뿐 그 '수고스러움'이 어느 정도인지 굳이 낱낱이 알려주지는 않았다.


'왜 이런 힘듦을 누구도 말해주지 않는거죠?' 라는 질문에 어느 산부인과 의사가 TV에 나와 이렇게 말했다.


"알면 누가 낳으려고 하겠어요? 모르니까 낳는 거지."


나 역시 이 정도로 힘든 줄 알았다면 더 신중하고 가지기 전에 공부도 더 철저히 했을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아이를 가지려는 주변인들에게 육아의 고된 노동 강도에 대해 경고하며, 철저히 마음의 준비를 하라고 당부하곤 한다.

 

각자의 체력과 주변에서 도와주는 정도에 따라 경험하게 되는 강도가 다르긴 하지만 육아는 대체적으로 힘들다. 일보다 몇 배 더.


그 이유를 크게 세 가지로 정리해 보았다.



1. 회복? 그게 되기는 하는건가요?

육아는 아이를 낳는 순간 시작된다. 아이를 낳고 수술자국이 터질 것 같아 허리를 세우기는커녕 기대 앉지도 못하는 상황에도 아이를 위해 초유를 짜내고 조리원에 들어가서도 매일 새벽 몇 시간마다 수유콜을 받는다. (조리원에서는 되도록이면 수유콜을 받지 않고 그냥 자는 것을 추천한다. 왜냐. 향후 몇 년간 제대로 된 잠을 자지 못할 것이기에... 최근 7살 아이를 키우는 지인과 이야기하다 언제쯤 밤에 편히 잘 수 있냐 물어봤더니 본인은 7년째 숙면은 구경도 못했다고 한다.)


조리원에서 나오면 본격 육아 전쟁이 시작된다. 아기는 하루 평균 총 16-18시간을 잔다고 하는데, 절대 18시간을 연달아 자지 않는다. 짧으면 2-3분, 길면 30분마다 깨서 울어댄다. 그리고 한 번 울면 쉽게 그치지 않는다. '원더윅스' 기간에는 3시간을 연달아 우는 아기도 있다고 한다.


먹기도 자주 먹는다. 이준이의 지난 수유 기록을 보면 많이 먹을 때는 하루 15번 이상 먹은 적도 있다. 먹이는 것도 힘들다. 잘못 먹이면 아기가 공기를 먹어 배앓이를 하므로 정확한 각도로 목을 받치고 정확한 양을 수유해야 한다. 수유만 하면 끝이냐. 수유했던 젖병을 씻고 열탕해야 한다. 하루가 지나면 15번 먹은 젖병이 설거지통에 수북이 쌓인다.


기저귀는 그 이상으로 갈아줘야 한다. 신생아들은 더러운 기저귀를 오래 하고 있으면 요로감염이 올 수 있는데, 입원을 해야 할 정도로 고생하게 되니 자주 갈아주어야 한다. 그리고 응가를 싸면 물로 씻어주어야 한다. 출산 전 2kg 아령도 겨우 들었던 손목으로 (손목은 임신기간부터 손목보호대 없이는 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아프다) 4kg 남짓의 아기를 한 손으로 들고 엉덩이를 씻긴다. 손목과 허리는 진즉에 포기해야 한다. 참고로 신생아는 응가를 하루 10번까지도 싼다.


이 모든 것을 (제왕절개 기준) 지방, 근육, 복막 등 피부를 7겹이나 찢은 대 절개수술 후 몸이 전혀 회복되지 않은 상황에서 해야 한다. (나의 경우 제왕절개 후 완전한 회복까지 1년이 넘게 걸렸다.)



2. 못 먹고 못 싼다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는 먹고, 자고, 싸는 것이다. 아기는 이에 충실하다.


아기는, 특히 신생아는 엄마의 손길이 24시간 필요하다. 잠깐의 쉬는 시간도 허락하지 않는다. 온 집안이 떠나가라 소리지르며 눈물을 뚝뚝 흘리 아기를 외면할 자신이 있으면 쉬어도 좋다.


아기는 하루 15번을 먹는데 엄마는 누군가 챙겨주고 잠시 아기를 봐주지 않으면 한 끼도 제대로 먹지 못한다. 해 먹는 건 꿈도 못 꾸고, 배달을 시켜놓고도 젓가락도 뜯지 못한 채 그대로 식혀버리는 경우가 다반사다. 아기가 자는 틈을 타 따뜻한 차를 마시려고 물을 끓였던 적은 여러 번인데, 육아휴직 기간 동안 한 번도 실제로 마셔본 기억은 없다.


볼 일도 못 본다. 일단 아기가 자신을 내려놓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다. 자는 순간에도 본인을 꼭 안고 있지 않으면 귀신같이 알고는 눕히자마자 울어버린다. 아기의 입장도 이해는 간다. 뱃속에서는 자는 것도, 먹는 것도, 싸는 것도 아무 노력 없이 하다가 갑자기 누군가 나를 평온 보금자리에서 끄집어내어 입으로 먹으라 하고 눈 감고 누워서 자라고 하고 먹은 걸 배출해 내라고 강요한다. 모든 것이 새롭고 힘들 것이다. 그런 생각에 아이를 내려놓지 못한 채 참고 또 참다 급할 때는 자는 아이를 안고서 볼일을 본다. 볼일을 보면서도 아이가 깰까 노심초사.


그러다 남편이 퇴근하고 집에 오면 그제야 저녁 한 끼 제대로 먹고 화장실도 잠시 다녀온다.

이게 일상이 된다.



3. 육아는 당연한 것이다

"쉿. 김서방 깰라."


조리원에서 나와 밤새 우는 아기를 달래느라 한 숨도 못 잔 딸내미에게 우리 아빠가 한 말이다. 밤새 한 숨도 못 잔 나는 다음 날을 또 24시간 육아를 해야 하는데, 우리 아빠는 그런 딸내미보다 다음 날 '출근해서' 일하는 남편을 안쓰러워하셨다. (그 시절 아버지들은 다 비슷할 것이라 생각한다.)


기본적으로 육아는 '집에서' 하는 노동이다. 말끔하게 차려입고 밖으로 나서서 회사로 '출근'을 하는 개념이 아니다 보니 육아를 제대로 접해보지 않은 사람들은 '눈치 볼 상사도 없고 집에서 하는' 육아가 상대적으로 일하는 것보다는 쉬울 것이라 생각한다.


육아가 인정을 못 받던 시절에도 이런 말은 있었다고 한다. (지금도 우리 엄마는 자주 이 말씀을 하신다.)

"누가 밭 맬래 아기 볼래? 하면 100의 100은 호미 들고 밭으로 나간다."


사실 나도 육아휴직 전에는 "힘들어봤자 회사 다니는 것 만 하겠어?" 생각했다. 회사에서 정말 죽을 만큼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육아를 하며 나는 생천 처음으로 정신과를 방문할 정도로 직장 생활과는 다른 엄청난 심신의 스트레스를 받았다. 출산 후 호르몬이 널뛰는 와중에 밥도 제대로 못 먹고 잠도 제대로 못 잔 상태에서 육아를 했지만 아이가 하루, 이틀 재채기라도 하거나 하면 스스로를 하기 일쑤였다. 아이가 무사히 성장하고 있던 나머지 355일은 당연하게 생각되었다. 일을 했을 때는 '똑같이' 밖에서 일을 하고 들어온 것에 대해 공감을 받고 위로를 받았지만, 육아를 했을 때에는 '집에서 일한' 것에 대한 공감을 비교적 받지 못했다.


모든 엄마들도 해내는 일이라고 해서 쉬운 것이 아닌데 우리 사회는 (조금씩 나아지고 있긴 하지만 아직까지는) 육아로 인해 겪는 수고로움을 잘 인정해주지 않는다.

육아는 당연한 것이 아니다.



이상은 개인적으로 느낀 것들이다. 직장생활이 쉽다는 것은 아니다. 나도 현재 복직한 지 1년 남짓 되었는데, 새삼 일요일 밤마다 다음날 회사 갈 생각에 잠을 설친다. 그래도 제 때에 밥을 먹을 수 있다는 것, 가고 싶을 때에 화장실에 갈 수 있다는 것에 '엄마'라는 단어의 무게를 온전히 느끼며 힘들게 버텼던 지난 육아휴직 시절을 돌아보게 된다.




이유식을 먹기보다는 손으로 집얼굴에 비비고 바닥으로 던지고 놀이하다 낮잠 시간을 한참 넘기고서야 겨우 잠든 이준이를 방에 두고 거실로 나왔다. 바닥에 떨어진 이유식을 닦는데 무심코 본 물티슈 뚜껑에 적힌 글귀에 눈물이 고였다.


'잘 먹고 잘 자면 좋겠다. 엄마가 그랬으면 좋겠다.'


엄마이기 전에 사람이다. 이 세상의 모든 엄마들은 위대하다. 버티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잘하고 있다. 그리고 예비 엄마, 아빠들은 긴장하라!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