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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랏말싸미 Nov 28. 2024

추억의 한 페이지

추억이 아름다운 나이가 됐나 봅니다. 

존재 이유와 성찰이 사치로 치부되고,

현재를 담보로 미래를 위해서만 살아야 하고,

함께 가는 길이 아닌 앞서가는 길이 옳은 줄 알았던

그 시절이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아름답게 그리워지니 말입니다. 



그 시절 우리는

야간자율학습 시간 선생님의 눈을 피해

강당 커튼 뒤에 숨어 존재 이유를 고민했습니다.

더할 나위 없이 조그맣고 초라한 우리가

삶을,

삶의 지향점을,

삶의 가치를,

늦은 밤까지 한 뼘도 안 되는 

우리처럼 더할 수 없이 좁은 공간에서

고민했습니다. 

스무 살이 되면,

어른이 되면,

저절로 해결될 줄 알았지요.



그 시절 우리는 그렇게 함께 있었습니다. 

같은 고민을 하고,

같은 곳을 바라보고,

같은 방향으로, 

함께 걷자고, 

새끼손가락을 걸고 다짐했습니다. 



이제는 추억의 공간에서만 살아 숨 쉬는 너.

새끼손가락의 다짐은 

혼자만의 약속이 되었습니다. 

모든 것을 함께했다고 믿었던 것은

혼자만의 착각이었나 봅니다. 

생각도 못한 너의 부재는

스무 살에도, 

어른이 된 지금에도,

외롭게 영혼을 갈아먹고 있습니다.



추억이

아름다운 것은,

그리운 것은,

그곳에는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다웠던 네가, 내가, 우리가 있기 때문인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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