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랏말싸미 Nov 18. 2024

종로에는  이화(梨花)가 있습니다

당신과 종로를 걷습니다

겨울 문턱의 차가운 공기가 스치고,

구름이 무겁게 느껴지는 등 뒤로  

어스름이 내려앉고 있습니다

사람들로 붐비는 길이지만

저희만의 이야기를 담을 수 있는 곳을 찾아

당신과 여유롭게 걷습니다



당신과 발을 맞추어 나란히 걷는 길에는

차가운 공기조차 당신을 닮아있습니다

무거운 공기도,

어둑어둑한 어스름도,

당신을 닮아 제 마음에 고이 담깁니다     



후드득 후드득

무거운 구름은 어느새 비가 되었습니다

당신은 우산을 펼치고,

그 우산 안에 당신과 제가 있습니다

비에 젖을 새라

한쪽 어깨를 감싸주는 당신의 손길에

사정없이 두근대는 수줍은 소녀가 됩니다    



붉어진 얼굴을 행여나 당신이 볼까

서둘러 어둠에 숨습니다

어둠이 짙게 내려앉은 길 끝.

이화(梨花)가 보입니다

어둠을 피해,

비를 비해

이화에 들어갑니다

     


당신과 함께 있는 종로에는

배꽃이 머물고,

배꽃이 머무는 곳에

당신을 향한 수줍은 제 마음도 있습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