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비 오는 날을 좋아한다고 했습니다.
비 오는 여름이 좋다고 했습니다.
차 유리창에 빗방울 떨어지는 모습을 가만히 보면
마음이 깨끗해진다고.
모든 소리가 차단된 공간에
오직 빗소리만 들리면
마음이 차분해진다고.
당신은 그렇게
비 오는 날,
세상과 멀어지기를 원했습니다.
저는 눈 오는 날을 좋아합니다.
눈 내리는 겨울을 좋아합니다.
눈을 온몸으로 맞으며
차가운 거리를 걷는 것을 좋아합니다.
온몸으로 눈을 맞으면
세상에 찌든 제가
흰 눈처럼 하얗게 깨끗해집니다.
유리창 너머 하얀 눈이 내리면
유리창 너머로 나가 하얀 눈을 맞아야 합니다.
저는 그렇게
눈 오는 날,
눈을 맞으며 세상 안에 머물기를 원했습니다.
당신과 저는
이렇게 여름과 겨울처럼
반대편에 서 있습니다.
그렇게 반대편에 서서
서로에게 손짓했던 저희가
여름과 겨울
그 어디쯤,
그 어딘가에,
머물렀다면....
반대편이 아니라
함께 같은 곳을 바라봤다면...
그러면...
당신과 저는 지금과는 다른 모습이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