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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랏말싸미 Nov 25. 2024

여름인 당신, 겨울인 나

당신은 비 오는 날을 좋아한다고 했습니다. 

비 오는 여름이 좋다고 했습니다.

차 유리창에 빗방울 떨어지는 모습을 가만히 보면

마음이 깨끗해진다고.

모든 소리가 차단된 공간에

오직 빗소리만 들리면

마음이 차분해진다고.

당신은 그렇게

비 오는 날, 

세상과 멀어지기를 원했습니다.    


  

저는 눈 오는 날을 좋아합니다. 

눈 내리는 겨울을 좋아합니다. 

눈을 온몸으로 맞으며

차가운 거리를 걷는 것을 좋아합니다. 

온몸으로 눈을 맞으면 

세상에 찌든 제가 

흰 눈처럼 하얗게 깨끗해집니다. 

유리창 너머 하얀 눈이 내리면

유리창 너머로 나가 하얀 눈을 맞아야 합니다. 

저는 그렇게

눈 오는 날,

눈을 맞으며 세상 안에 머물기를 원했습니다.  


    

당신과 저는 

이렇게 여름과 겨울처럼

반대편에 서 있습니다. 

그렇게 반대편에 서서 

서로에게 손짓했던 저희가

여름과 겨울 

그 어디쯤,

그 어딘가에,

머물렀다면....

반대편이 아니라

함께 같은 곳을 바라봤다면...

그러면...

당신과 저는 지금과는 다른 모습이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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