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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랏말싸미 Dec 05. 2024

밥 한 상

당신이 정성스럽게 차려준 밥 한 상

김이 모락모락 나는 흰쌀밥과

시골 된장으로 끓인 된장찌개,

막 구워진 고기가 곱게 차려있습니다. 

오직 저를 위해 준비한 당신의 마음을 보지 못하고 

사람에 지치고,

삶에 지친 

저는 투덜거리기만 했습니다. 

그날 저의 표정을 읽은 당신.

이제야 당신의 마음이 눈에 들어옵니다. 



퇴근 이후에도 일이 끝나지 않은 저는

당신이 곱게 차려준 밥상을 맞이하지 못하고

전화기에 매달려 있습니다.

따뜻한 흰쌀밥이, 된장찌개가, 고기가 식을까

노심초사했던 당신.

당신의 애잔한 눈빛을 

그날 제가 어떻게 받았을지 두렵습니다.

당신이 정성스럽게 차려준 밥상의 의미를 몰랐던 제가

당신의 걱정을,

당신의 눈빛을,

당신의 마음을 

어떻게 받았을까요?



당신은 잘 익은 고기 한 점을 제 숟가락에 얹어 줍니다.

제 입으로 들어가는 밥 한 숟가락을 보고서야

당신은 마음을 놓습니다.

너무 애쓰지 말아라

순리대로 살아라

당신의 말을 한쪽 귀로 흘립니다.

된장찌개를 제 앞으로 당겨주는 당신을 뒤로하고

그저 기계적인 동작으로 몇 수저 더 뜨고 자리에서 일어납니다.

당신의 표정이 어떨지

당신의 마음이 어떨지

신경 쓰지 않았습니다.      



그때 당신처럼

누군가를 위해 밥 한 상을 차리는 저는

오직 저만을 위해 밥 한 상을 차려준 당신이

이제야 고맙고

그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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