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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나랏말싸미
Dec 09. 2024
당신도 우리의 첫눈을 기억하나요?
약속도 없이 당신을 기다립니다.
당신을 향한 저의 기다림,
기약도 없는 그 기다림조차
매 순간 행복입니다.
차가운 공기가 짙어지고,
구름이 한 겹씩 무거워지면서 어둠을 몰고 옵니다.
어둑어둑해지는 거리가
사람들의 발길을 재촉합니다.
사람들의 바쁜 발걸음과 달리
저의 기다림은 한층 더 여유롭습니다.
당신의 집 창문을 올려다보았지요.
주인 없는 깜깜함만이 창문에 어렸습니다.
어두운 당신의 창문에 하나, 둘 하얀 눈이 내립니다.
당신의 창문에 내리는 눈이
저의 눈에,
저의 얼굴에,
저의 몸에도 내립니다.
하늘을 올려다보았습니다.
무거운 구름 사이 눈발이 굵어졌습니다.
굵어진 눈발이 어두운 하늘을 덮고,
하얀 눈이 거리를 덮습니다.
당신 집 앞에는 이제
저의 발자국이 가득합니다.
저의 발자국에,
어느 틈에 당신의 발자국이 새겨집니다.
당신이 애잔하게 저를 바라봅니다.
당신의 고운 손이
한껏 차가워진 저의 얼굴에 와닿습니다.
당신의 고운 손이 떨리고,
당신의 애잔한 눈빛이 떨리고,
당신의 목소리가 떨립니다.
당신의 떨림은
그날 이후 오랫동안 마음에 새겨졌습니다.
아직도
첫눈이 오면
그날의 풍경이 눈앞에 펼쳐집니다.
그리고
어딘가에 있을 당신에게 조용히 속삭입니다.
당신도 우리의 첫눈을
기억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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