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눈으로 뒤덮인 외딴 찻집.
외로운 발자국을 뒤로하고 들어간다.
무료한 주인에게 말을 건네고
햇살 가득한 창가에 앉는다.
생각을 줄이고,
말을 줄인다.
따닥따닥
띠뜻한 벽난로 사이 장작 타는 소리가 빈 공간을 채운다.
커피보다 더 진한 LP판 튀는 소리
빈 공간을 채우는 소리들이 정겨움을 가져온다.
주인을 닮아 밍밍한 커피
그마저도 괜찮다.
무언가를 해내기 위해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
수많은 카페인을 들이붓는 세계가 아니기에
밍밍함도 괜찮다.
그 옛날 당신과 함께 들어간
세상과 외떨어진 한적한 찻집.
당신은 쓴 커피를 마시며
번뇌를,
낭만을,
우리의 미래를,
감미로운 LP판 소리에 맞춰 전했다.
당신의 목소리는 잔잔한 음악 소리보다 진한 여운으로 남아
지금도 귓가에 맴돈다.
꾸벅꾸벅 조는 주인에게
그 옛날 당신과 듣던 음악을 신청한다.
당신과 함께 듣던 음악을
이제는 혼자 듣지만
그조차도 이곳에서는 낭만이 된다.
무작정 일상을 벗어난 오후가
그림이 되어 마음에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