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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랏말싸미 Dec 23. 2024

오후의 낭만

하얀 눈으로 뒤덮인 외딴 찻집.

외로운 발자국을 뒤로하고 들어간다.

무료한 주인에게 말을 건네고

햇살 가득한 창가에 앉는다.

생각을 줄이고,

말을 줄인다.

따닥따닥

띠뜻한 벽난로 사이 장작 타는 소리가 빈 공간을 채운다.

커피보다 더 진한 LP판 튀는 소리

빈 공간을 채우는 소리들이 정겨움을 가져온다. 



주인을 닮아 밍밍한 커피

그마저도 괜찮다.

무언가를 해내기 위해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

수많은 카페인을 들이붓는 세계가 아니기에

밍밍함도 괜찮다. 



그 옛날 당신과 함께 들어간 

세상과 외떨어진 한적한 찻집.

당신은 쓴 커피를 마시며

번뇌를,

낭만을,

우리의 미래를,

감미로운 LP판 소리에 맞춰 전했다. 

당신의 목소리는 잔잔한 음악 소리보다 진한 여운으로 남아

지금도 귓가에 맴돈다. 



꾸벅꾸벅 조는 주인에게

그 옛날 당신과 듣던 음악을 신청한다.

당신과 함께 듣던 음악을

이제는 혼자 듣지만

그조차도 이곳에서는 낭만이 된다. 

무작정 일상을 벗어난 오후가

그림이 되어 마음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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