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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블루나잇 May 08. 2024

빠른 처방 부탁드립니다

몸서리치게 쓰디쓴 약이 있다면서요 지금 살 수 있나요 먹기만 하면 24시간 고통이 유지되는 건 보장되는 사실인가요 제가 지금 급해서요 의지할 숨구멍이 없어서 그런데 구구절절 쓸데없는 이야기 듣고 싶은 게 아니라면 당장 주시겠어요 급해서요 지금 급해서요 많이 급해서요

 

저를 필요로 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단 게 슬플 일도 아닌데 슬퍼하는 내가 꼴 보기 싫어서요 저 곧 있으면 이름도 나이도 성별도 묻지 않는 곳으로 팔려간다는데 불쌍하지도 않으신가요 그러니까 약 좀 주세요 제발요     


좋아하는 감정에 휘둘릴 때마다 내가 없어집니다

투명한 유리문이 열 바퀴 이상 돌아가는 동안

덩그러니 잘리다 만 흰 무처럼 모르고 서있는 그게 나예요     


버려지는 게 낫다는 바람     


자고 일어났을 때 눈앞에 풀잎이 춤추고 있으면 더 슬퍼져요

그래서 매일을 지하실이나 낡고 까만 천장 아래서 잠듭니다   

  

증상은 이 정도면 됐나요 나는 누굴 행복하게 해 주고 싶어서

불행한 게 아닌데 불행한 게 아니란 뜻이 아니라 미치도록 불행한데

문단만 바꿔도 아무도 나를 모를 거예요


이것마저도 불행입니까


징징거려서 미안합니다 약만 빨리 주셨어도 번거로운 일 없었을 텐데

벌써 내가 또 마음을 열었군요 미안합니다 다시 한번 미안합니다     


더 가까워지기 전에 버려주세요

거기 깨지고 찢어진 큰 글씨 약 봉투 말이에요     


나는 내가 가는 길에 내다 버릴게요

혼자서도 잘하는 거

갈기갈기 아프면 아픈 대로     

드러눕기

활개치기

미련갖기

마음주기

울기


후회

당신과의 새벽마다 빼앗긴 마음의 결


내심 알아주셨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이것밖에 안 돼서 미안합니다 여전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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