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애지
올해로 너는 서른둘이다.
과거에 내가 생각하던 서른둘이 넘으면 커리어우먼이 되어있을 것이라는 가을하늘 구름 같은 기대를 했다. 하지만 현실은 꽤 다르다. 아침에 엄마랑 같이 갈 것이라고 외치는 아이에게 어린이집 하원하러 엄마가 꼭 갈게라는 약속을 하며 비장하게 도어록 버튼을 누른다.
오늘은 반반차를 썼다. 갯벌에 소금을 뿌리면 나오는 맛조개처럼, 재채기 한 번에 노란 콧물이 나와버렸다. 환절기니까 당연히 감기가 올 수 있지. 맞아.
퇴근 후 부지런히 집에 도착했는데 거래처의 연락이 온다. 병원을 가야 한다는 압박감과 일처리를 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가지며 노트북을 연다. 행여 문제가 터질까 봐 노트북을 가방에 넣고는 경보선수처럼 바지런히 걷는다.
아이를 하원시켜서 도착한 이곳은 소아과, 따뜻한 온도에 갑자기 머리가 찌릿하다. 속이 울렁거리는 게 체기도 올라오는 듯하다. 벽에 걸린 TV로 보이는 만화는 집에서 볼 수 없기에 아이는 넋을 놓고 그 세계관으로 빠져든다.
어지럽다. 눕고 싶다. 수액 맞고 싶다.
서른둘 쉽지 않네.
만 나이 삼십 올림.
*첫 문장 출처 : 이걸 내마음이라고 하자/황인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