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지내?'라는 안부를 묻기가 굉장히 조심스러워지는 요즘이다. 일상을 살아가며 문득문득 마음이 너무 아파오기도 한다. 그럼에도 24년을 잘 보내주고 25년을 설레는 마음을 가지고 맞이하였다.
12월 31일에는 남편과 24년에 대해 회고하며 이야기를 했고 너도 나도 고생했다며 서로의 노력을 인정했다. 그러면서 "남편이 우리 24년에 싸운 적이 없는 것 같아!"라는 티 없이 맑은 어린아이 같은 문장에 그냥 웃어 보였다. '일방적으로 내가 화낸 게 많아서 그렇겠지.'라는 말은 침과 함께 삼켰다.
1월 1일 알람이 울리지 않았고 새해 첫날부터 늦잠을 자버렸다. 7시가 무슨 늦잠이냐고 말할 수 있겠지만 아이보다 일찍 일어나서 20분 정도 나의 할 일을 하는 것이 일상인데 평소보다 1시간 늦게 일어난 것이 꽤 짜증 나기도 했다. 하지만 설렘은 가져가되 하루가 쌓여서 1년이 된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짜증을 길게 내지 않고 하루를 시작한다.
주말에 정리한 아이의 장난감과 옷들을 주변에 나누었다. 크리스마스선물부터 연말선물까지 쭉쭉 들어와서 한 번 정리하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다. 아이가 좋아하는 아쿠아리움을 1월 1일부터 가보았다. 제법 컸는지 바다사자, 귀상어, 벨루가 등 아는 이름이 많아진다. 방문할 때마다 행복해하며 뛰어가는 아이의 뒷모습을 보고 있으면 행복은 멀리 있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하루를 보내고 차로 이동 중에 저녁 7시쯤 잠이 들었다. 평소보다 1시간 이상 일찍 잠이 들었는데 깰 생각이 없는 아이를 보며 '그냥 재우지.'라며 단순하게 생각했다. 역시 잠의 총량은 정해져 있나 보다. 새벽 2시부터 아이는 엄마를 찾았다. 평소와 다른 울음에 또다시 나는 아이의 방으로 소환되었다. 1월 1일 저녁 아이의 길어진 종아리를 보며 애틋한 마음을 가졌는데 몇 시간이 지나서 새벽엔 '제발...! 안돼!'를 속으로 외치고 있는 나를 보니 '역시 잠잘 때가 가장 예쁘다.'는 말은 진리였다.
아이는 말똥말똥 눈을 뜨고는 피곤해하는 나를 토닥 토닥이며 '엄마 좋아!' '엄마 사랑해!'라는 말을 마구 퍼붓기 시작했다. 새벽에 그런 말을 듣고 있으니 졸려서 어질어질하다가도 참 감사한 하루라는 생각이 들었다. 비록 아침에 잔뜩 졸려하며 일어나는 것이 힘들긴 했지만 말이다.
아이는 '엄마 회사 가!'라고 외치곤 '어린이집 가기 싫어!'라고 말한다. 어린이집을 가지 않고 며칠을 보내니 그 재미를 가득 알았나 보다. 가기 싫다고 울먹이면서 말하는 너의 모습을 보고 마음 아파하지 않는다. 이 시간은 우리 가족을 또다시 성장시키는 시간이 될 테니 말이다. 육아를 하며 임신을 하며 나의 공부들을 챙길 수 있는 시간은 현저하게 적어졌다. 예전엔 2-3시간은 나를 위해 썼다면 이젠 온전하게 나를 위한 시간은 30분이 되지 않기도 한다. 그 시간에 글 하나를 발행하면 끝나기도 하는 짧은 시간이다. 하지만, 육아기와 임신하는 이 시간의 매일 30분은 그 무엇보다 소중하고 귀하다. 그렇기에 '남들보다 적은 시간일 수도 있는 30분들이 쌓여서 몇 년 뒤에는 나를 위한 시간들이 많아지겠지.'라고 생각한다. 사람들은 각자에게 맞게 치열하게 살아내고 있다. 그 안에서 찾는 감사는 참 중요하다고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