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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avan Apr 23. 2024

취미 생활

체스 (Chess)

난 특별한 취미 및 특기가 없다. 남들 다 하는 음악 감상과 독서 밖에...

아이는 그것이 명확하다. 오로지 체스!!

캐나다로 온 다음부터 언제부터라고 할 것 없이 초등학교 때부터 체스를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중학교 때부터는 거의 체스에만 꽂혀 살고 있다.




하나에 꽂히면 엄청나게 파는 성향이라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모든 걸 알아보고 습득한다.

이러한 성향의 아이는 자기가 좋아하는 것에만 큰 관심을 가지며 계속 몰두하고,

그 외의 다른 것에는 전혀 신경을 쓰지 않고 쓸데없는 것이라 느껴 하기 싫어하는 특성이 있다.

그리고 하기 싫다고 한번 생각하면 고집 세게 끝까지 하지 않는다.

그럼 또 그것은 점점 더 못하게 되고 그러면 더 흥미가 떨어지고 그래서 금방 포기하게 되는 경향이 있다.

사실 이것은 취미와 같은 일상생활뿐 아니라

학교에서 여러 가지 프로젝트를 진행하거나 하는 학습 활동에 있어서도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이것이 고기능 자폐 스펙트럼 아이나 Adhd의 특성이라고 하는데...

이제는 뭐 이런 구분들이 아무 의미가 없다고 애써 되뇐다.

그냥 우리 아이의 성향일 뿐...




아이가 스마트폰과 아이패드로 하는 것이라고는 게임 그리고 체스뿐.

게임을 하면서도 체스 유튜브를 계속 틀어놓는 수준이다.

유튜브도 체스 유튜브, 책도 체스 책을 빌려와서 본다.


어렸을 때 같이 체스를 해준 나에게

이제는 자기가 가르쳐주면서 함께 대화를 나누고 싶어 하는 듯했으나 곧 단념한 듯 보였다.

참으로 미안하구나.


아이는 우선 체스 히스토리를 찾아본 듯하다. 그리고 유명한 체스 플레이어들도 쫙 꿰고 있다.

그리고 체스라는 것은 그 엄청나게 많은 수들을 거의 외워서 플레이하는 것이라고 한다.

즉흥적으로 그때그때 상황에 맞춰 순발력으로 하는 게 아니라 모든 걸 다 처음부터 계획하여하는 것이고,

얼마나 많은 수를 알고 그것을 실행할 수 있느냐가 승패를 가른다고 한다.

체스를 혼자 알아가면서 냉전의 역사부터 현대 사회의 정치적 배경이나

인간 행동의 심리까지도 알게 되는 것을 보니 참으로 체스는 엄청난 것인가 보다.


아이의 학교에서는 목요일 하교 후 체스 클럽이 있다.

3년째 참여하고 있는 아이는 매주 바뀌는 순위 발표에서 오랜 기간 1위에 이름이 올라 있다.

그래서 동네 사립학교에서 주최하는 토너먼트에 참여하기도 하였으나 순위권에 들지는 못했다.

이때 나는 체스가 아이의 특기보다는 취미에 가깝지 않나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순위는 중요하지 않아. 그냥 체스를 많은 사람들과 즐길 수 있으면 돼.

아이는 체스 플레이어보다 체스 경기를 해설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도 했다.


아이는 영어 수업 시간에 남을 설득시키는 글을 쓰고 발표하는 학교 이벤트에서

각 반의 2명씩 대표로 선발되어 나가는 것에 뽑혀 많은 아이들 앞에서 연설을 하게 되었다.

그 주제도 "Why you should play chess"이다.

선생님은 아이가 이 글을 쓸 때 얼마나 열정적으로 리서치를 하고 진심으로 글을 쓰고

신나게 발표를 했는지 매우 인상 깊었고 엄마가 알았으면 한다고 하셨다.

자기가 좋아하는 것에는 100프로 이상의 최선을 다하기 때문에 아이는 전체 winner가 되었다.

많은 선생님들의 신중한 채점과 20분 간의 긴 논의 끝에 winner가 발표되었고,

한 선생님이 이제 내일부터 자기는 체스를 시작해야겠다고 하시면서 아이의 이름을 불렀다고 한다.

그렇다. 이 정도면 덕후로서 인정이다.


아이는 지금 고등학교인 Secondary School에 가면 선택 과목에 체스가 있다는 것에 기대가 크다.

얼마 전 9월에 진학할 고등학교의 수강신청이 있었는데,

필수 과목과 선택 과목을 모두 온라인으로 입력해야 하는 기간이었다.

아이는 체스 수업이 10학년부터 있다는 것에 실망이 컸다.

9학년은 아예 선택할 수 있는 란이 없어서

현재 담임 선생님, 현재 학교의 카운슬러 선생님, 세컨더리의 카운슬러 선생님에게 까지

방문하여 물어보고 메일을 보내기도 하며 열심히 문의하고 다녔지만

다들 알아보겠다고만 하시고 긍정적인 방향으로 진행된 것은 없었다.

나는 아이에게 10, 11, 12학년 때 다 들을 수 있으니 1년만 참아보자고 위로했다.


어느 날 아이는 체스 세계 챔피언 대회 같은 것이 (Fide Candidates Tournament 2024)

올해는 캐나다에서 열린다고 흥분하며 말했다.

알아보니 토론토에서 개최되며 3주에 걸쳐 계속된다고 한다.

이제껏 어디만 가자하면 싫다고 했던 아이가 너무 가고 싶다고 했다.

3주 내내 가서 보고 싶다고 했지만 비용 및 시간 면에서 불가능하다고 설득하고 주말을 껴서 4일을 계획했다.

부모에게 별로 바라는 것도 해달라는 것도 없는 아이에게 사교육이나 별다른 서포트가 없었던 우리는

당연히 이번 기회에 아이가 좋아하는 것을 누리는 행복한 경험을 제공할 수 있기를 원했다.

드디어 그날이 다가오고 있고 추후 다시 아이의 심정을 글로 풀어낼 수 있길 바란다.

(짧게 후기를 남기자면... 체스 덕후들의 향연은 정말 볼만했다.

체스 플레이어들의 숨소리만 들리는 경기장의 엄숙함과 고요함에서부터

지하의 fan zone에서의 축제 분위기까지...

내가 이곳에 껴있어도 되나 싶었지만 나 또한 즐겼고 아이는 정말 행복해했다.

함께 모여 체스를 두고 여러 나라 덕후들과 체스 이야기도 하며

아이는 요 근래 들어 가장 밝은 미소를 보였다.

그리고 주최 기관인 Fide의 유튜브 채널에 아이가 했던 인터뷰가 나와 있어서 엄청 놀랬고

값진 추억이 된 것 같아 더할 나위 없는 체스 여행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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