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과 사회성 발달
지난 "반전의 중학교" 편에서 이미 썼듯이 아이의 7학년 생활은 몇 개월 만에 부쩍 성장한 시기로 기록된다.
담임 선생님도 그렇게 말씀하신 바 있고, 분명 집에서도 느낄 수 있었다.
집에서는 학교에서처럼 그렇게 드라마틱한 변화가 있는 것 같진 않았지만...
우선은 내가 쓰던 오래된 스마트폰을 아이에게 물려주면서 아이의 첫 스마트폰 휴대의 시기가 찾아왔다.
사실 그 이전 6학년 때부터 아이들이 학습을 위해 소지하는 아이패드나 랩탑으로
쉬는 시간이나 점심시간에 유튜브나 음악을 보고 들으면서 간식이나 점심을 먹는 것이 가능했었다.
사실 이 말을 듣기만 해도 어떤 광경일지 훤히 그려지며 짐작도 아닌 확신이 가능하다.
그래서인지 7학년 때부터는 이 자유로운 나라에서도
아이들이 학교에서 학습을 위한 용도가 아닌 다른 용도로의 전자기기 사용을 금했다.
교내에서의 틱톡이나 인스타그램 사진 촬영이나 업로드 금지,
디스코드나 게임 사이트 접속을 차단하는 등 여러 조치들이 취해졌다.
스마트폰도 학교에 들어서자마자 바로 본인 락커에 넣어두고 집에 갈 때 다시 꺼내 나가는 방식이다.
그리고 아이들의 불만을 잔뜩 사고 있는 교칙인데,
폰을 손에 쥐고 다니는 것조차 허용되지 않아 락커에 집어넣고 꺼낼 때는 바로 주머니나 가방에 넣어야 한다.
그나저나 스마트폰을 소유하게 되면서 모든 게 바뀐 것은 당연하다.
여기서도 6,7학년이 되면 하나둘씩 스마트폰을 갖고 다니는 아이들이 늘어나고
아이들은 그것을 위해 조르고 떼쓰기 시작한다.
아예 그것이 권리인 것처럼 당당하게 요구하기도 한다.
하지만 고가의 폰을 떡하니 사주긴 좀 불안하고 해서 내가 쓰던 오래된 폰을 쿨하게 내어주는 척하며
그냥 하교 시간에 엄마랑 통화할 일 있으면 하고 한국의 가족 친지들과 카톡을 하라고 하며 쥐어주었다.
하지만 당연히 아이는 그것으로 게임을 했고 디스코드에 가입에 친구들과 채팅이나 전화를 하기 시작했다.
책을 읽던 취미생활시간은 그쪽으로 자연스럽게 치우쳐갔다.
아이의 성향 상 특정한 하나에 빠지면 중독 수준으로 치달을 것을 이미 알고 있었고 겁도 났으나,
우리도 세상의 순리(?)를 거스르진 못했다.
이 작은 전화기 하나로 정말 많은 것들이 바뀐 거 같아 놀라울 따름이다.
하지만 아이의 사회성 향상에 게임과 채팅 등이 한몫을 한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아이는 보통 다른 여느 아이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서
게임도 자기가 좋아하는 것만 혼자 계속하고 있었는데, 어느 순간 아이들이 주로 하는 것으로 바꾸더니
다른 아이들과 함께 통화를 하면서 게임을 했고 친구네 놀러 가거나 데리고 오는 경우도 생겼다.
아이가 스스로 친구를 만들어 오늘 집에서 같이 놀아도 되냐 자고 와도 되냐 묻는 건 이때가 처음이었다.
남들이 보기엔 플레이데이트(Playdate) 고 슬립오버(Sleepover) 고 간에
어릴 때부터 밥먹듯이 하는 별거 아닌 것이라 우스울 수 있지만 나로서는 많은 감정이 오갈 수밖에 없었다.
이때부터 나는 아이가 친구들과 통화를 하며 게임을 하는 것을 말릴 수 없었다.
뭐 어차피 말린다 해도 듣지도 않겠지만...
예전처럼 게임 시간에 대한 규칙을 세우고 어쩌고 해도 지켜지기는 힘들었고
나름의 타당한 이유가 항상 존재했으며, 친구들과의 게임 약속을 어길 수는 없었다.
이것이 바로 사춘기인가? 모르겠다.
지금까지 자라오면서 항상 또래보다 늦되던 아이가 사춘기라고 생각하니 이 또한 감정이 요동쳤다.
아이의 짧은 인생 평생이 사춘기인 듯 보일 정도로 힘들었으나
지금도 끝난 게 아니라 더한 것이 계속 남아 있었구나.
하긴 그랬다.
밖에 나가서는 인내심이 늘어가고 있겠지만 집에서는 점점 더 분노를 표출할 때가 많았고
(그 반대의 경우가 사실 더 힘드니, 이 정도는 내가 참는다.)
엄마와의 대화는 별로 재미없고 귀찮아하며, lecture 또는 잔소리라고 기겁을 하고 회피한다.
이것이 사춘기라면 아이에게 바라는 것은 단 한 가지이다.
제발 이 시기를 진정한 자아 탐색의 기회로 삼고 독립적인 청소년으로 자라서
엄마와 깊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하나의 인간으로 성장하길 바란다.
하지만 이것은 우선 한 가지가 아니며 너무 큰 바람일 수도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혼자 독립적으로 하고 있는 것은 비교적 많아지긴 했지만,
엄마나 친구와 깊은 대화를 하는 것은 아직 힘든 것 같다.
슬슬 중학교 때부터는 렉센터에서도 등록해서 다닐 만한 스포츠 클래스들이 없어진다.
다들 이 나이에는 친구들과 자전거를 타고 다니며 친구들과 농구를 하러 가겠지.
아이는 이제 학교 클럽 활동이나 학교 방과 후 농구 수업을 하기 시작했으며,
우리 콘도 거주자들을 위한 클럽하우스의 농구장에 가서 혼자 조금씩 연습을 하고 오기는 한다.
사회성이 많이 좋아졌다고는 하나,
아직도 모든 걸 친구들과 함께 약속하고 만나서 쓸데없이 이것저것 하며 쿵작거리는 것은 없어 보인다.
한동안 몇 번 연속으로 놀고 나면 그다음은 좀 잠잠해진다.
그 이유를 물어도 대답이 나올 리 없다.
학교에서 친구들과 다툼 없이 잘 지내고 어울릴 수는 있으나
아직은 방과 후 만남이나 절친 개념이 익숙지 않은 모양이다.
그래. 언젠가 마음 맞는 좋은 친구가 생길 거라고 아이에게 귀띔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