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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avan Apr 09. 2024

다시 1년

캐나다 ADHD 진단 검사

 다시 1년이 지나 7학년이 끝나갈 무렵

처음으로 돌아가 같은 과정을 거치며 기다렸던 adhd 검사를 하러 오라는 연락이 왔다.

다행히 이것은 소아과에서 직접 실시한다 하여 대기 시간을 많이 줄일 수 있었다.


냉큼 예약 날짜에 소아과로 가보니 적혀 있던 이름의 소아과 선생이 아니고

그 밑에 보조인지 조교인지 먼저 들어와서는 아이와 나 둘을 분리하지도 않고 마구 캐묻기를 시작했다.

그래서 혹시 아이가 나가 있어도 되는지, 우리가 따로 진행할 수 있는지에 대해 물었다.

의아한 표정으로 알겠다고 하더니 아이와 나 따로 문답을 진행하였고,

그 또한 지난번과 별 다른 것 없는 지지부진한 내용이었다.


그 후 우리는 한참을 나가서 대기하다가 다시 불려 들어왔고

우리에게 질문을 했던 그는

하얀 머리가 멋진 할머니스럽지만 똑부러져 보이는 소아과 선생과 함께 들어왔다.

그 좁은 진료실에 네 명이 빼곡히 앉아서 스몰톡을 주고받다가

소아과 선생은 그다지 의미 있는 질문도 하지 않은 채

그저 그 보조 선생이 적은 노트를 계속 쳐다보면서

아이에게 말을 하기 시작했다.


"너 유튜브 많이 보지? 오늘은 집에 가서 adhd라는 것을 한번 검색해서 보렴.

요즘은 인구의 4분의 1 정도가 이 증상을 갖고 있을 정도로 흔하고,

이것은 어떤 약점도 될 수 없고 전혀 나쁜 것도 아니니

그냥 너의 성격으로 받아들이고 너 스스로 자신을 컨트롤하는 방법만 파악하면

이것을 장점으로 이용해 잘 살아갈 수 있단다."


충격이었다.

단 한 번도 아이에게 adhd라는 말을 꺼내본 적도 없고

이제껏 이렇게 같은 진료실에서 이렇게나 자세히 모든 걸 까발린 적은 처음이다.

아이는 지금까지 한국에서나 여기에서나 계속 검사를 받아오면서

한 번도 어떤 검사인지 결과는 어땠는지 알지 못했고 관심도 없었다.

(그냥 보통 아이들도 다들 이런 검사를 종종 한다고 말하곤 했다.)

나는 순간 얼어붙었고 할 말을 잃었지만, 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소아과 선생이 나한테 물었던 건 한 가지였다.

이번에 학교에서 성적표 받은 것은 어떠냐고...

  아이의 기록 업데이트를 위해 예전에 보내지 않은 새로운 것을 보내달라고...

다행히 7학년 때는 많이 성장하였다고 하신 선생님의 코멘트가 있었다고 다 말하니,

그렇다면 더더욱 검사를 할 필요가 없고 다음에 선생님께 또 제안을 받으면 그때 다시 오라고 했다.


이렇게 adhd 검사는 준비하고 기다린 보람 없이

adhd이면 어떻고 아니면 어떠하리 하는 결과 통보였다.

우선은 학교 생활은 잘하고 있으니 계속 잘하면 되는 것이고,

아이 본인이 adhd로 힘들면 유튜브 검색을 통해 스스로 자아 성찰을 하여 받아들이라는 것이다.

물론 이 모든 것이 아이가 청소년기라 이렇게 본인 스스로가 알게 하는 방식이었을 거라는 생각은 들었다.




유난히 자기 자신에 대한 고찰이 많은 캐나다 교육을 직관한 사람으로서 한편으로는 이해가 갔다.

아이 학교에서는 초등학교뿐 아니라 중학교에서도 자기에 대한 소개, 어떤 것에 대한 자기의 감정과 관점,

나는 어떤 사람인지,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싫어하는지, 무엇을 잘하고 무엇을 극복하려고 노력하는지,

이러한 것들을 지겹도록 무한 반복하면서

자기 자신에 대한 많은 것들을 깊이 생각해봐야 하는 프로젝트들이 유난히 많다.

매번 그리고 색칠하고 오리고 뜯어 붙이고 하는 것들이라 아이는 귀찮다고 하기 일쑤였지만...


성적표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우선 학기 초에 학생 본인의 한 학기 목표 세 가지 세우기, 그리고 어떻게 실행할지에 대해 작성하고,

성적표가 나오기 직전 자신의 목표가 어느 정도 달성이 되었는지 돌아보고

자기 스스로를 칭찬하고 반성하게 한다.

심지어 어느 선생님은 한 주를 시작하는 월요일마다 weekly goal 세 가지를 작성하여 업로드하게 하셨다.

매주 바뀌지 않고 똑같다 할지라도 그것을 다시 한번 접해보는 것만으로도 각성의 효과는 충분할 수도...

뭐 아이들이 이것을 그리 진지하게 여기지 않고 대충 할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매번 반복되는 이 과정을 통해 자기 주도적 성향을 키워나갈 수 있겠지 싶다.




그렇지만 뭐가 어떻든 간에

이것이 우리의 3년 간의 기나긴 기다림 끝에 맞이하는 결과라 하기엔 너무 허무하기 그지없었다.

긴지 아닌지는 아무 의미 없어 그냥 살아 라는 듯했다.

이 정도면 잘 살고 있어 라고도 들렸다.

이렇게 잘 살아올 수 있었고 그냥 이대로 잘 살아갈 수 있는 것은

여기가 캐나다이기 때문일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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