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Cavan Apr 02. 2024

드디어 검사

캐나다 자폐 스펙트럼 진단 검사

6학년이 끝날 무렵 총 2년에 걸쳐 기다렸던 검사 스케줄이 잡혔다. 

드디어 전화가 와서 가장 빠른 날짜와 시간을 말해주길래 

방학 때 가는 한국행 스케줄과 겹치지 않아 매우 다행이라 생각했다. 

캐나다에서는 웬만하면 이들의 스케줄에 맞추는 것이 최고다. 

자칫 잘못해서 미루기라도 하면 그들이 또 그걸 까먹거나 하는 실수를 저지를 확률이 다분히 높고,

아니면 다시 처음부터 단계를 다시 밟아가야 할 가능성도 있어서 

또 기약 없는 기다림이 시작될 수도 있는 노릇이라... 

암튼 여긴 그렇다. 




사실 소아과에서 refer를 해준 기관은 밴쿠버 내 큰 병원의 어린이 전문 멘탈 관리 센터 같은 곳이었는데 

아무래도 이곳에서도 코로나로 인해 너무 많은 케이스가 쫙 밀려있기 때문에 

밴쿠버 곳곳의 여러 전문 상담 센터 같은 곳에 외주를 주나 하는 합리적 의심이 들었다. 

우리에게 알려준 주소로 가보니 매우 작은 사무실 같은 곳이었고 

환자는커녕 손님 하나 보이지 않았고 인포 직원은 놀고 있었으며 

어떤 아시아계 젊은 남자 박사님(직책이 닥터였으므로)이 제시간에 직접 나와서 

우리를 번갈아 데리고 방으로 들어갔다.


다행이다. 아시아계 사람의 악센트는 이해하기가 훨씬 수월하다. 

게다가 여기서는 사실 마트 직원이나 콜센터 같은 곳에서도 들어보지 못하는 또박또박 천천히 말해주는 

많이 배우신 똑똑하신 분의 스피킹 덕분에 대화를 편하게 할 수 있었다.

우선 나에게는 그냥 또 수십 번 써본 문답지에 있는 수십 번 들어본 질문들을 했고 

내가 아이에 대해 주로 호소하는 문제들을 되짚어 보는 시간이었다. 

미리 전송했던 성적표에 나온 아카데믹한 부분이나 선생님들의 코멘트들도 중요한 자료가 된다. 


다음으로 아이가 혼자 들어갔다. 

검사를 요청한 지 이미 오랜 시간이 흘러서 아이는 훌쩍 커버렸고 이제 아이의 습관들도 많이 변했다. 

어떤 문제점은 많이 줄었지만 어떤 점은 새로 부각된 면도 없지 않아 있다.

그런 것들을 이 박사님이 어떻게 잘 캐치하고 진단할 수 있을까 의문이 들었다. 

저학년 아이들 같은 경우는 놀이하는 것을 관찰한다거나 같이 놀이하면서 질문과 대답을 유도하는데

이 정도 성장한 아이들과는 어떻게 진행하는지도 궁금했다. 


오래지 않은 시간이 지나 아이가 나오고 내가 다시 들어갔다. 

아이와는 대화 형식으로 진행했다고 말해주며 

검사 결과는 보고서 형식으로 비밀번호가 요청되는 메일로 보내주겠다고 했다. 

그리고는 요약정리 형식으로 어떤 질문에 아이가 어떻게 대답했고 그래서 자기는 이런 생각이 들었으며...

이런 방식으로 많은 이야기를 해주었다.

결론은 ASD(Autism Spectrum Disorder, 자폐 스펙트럼)는 아니란다. 

음... 어떻게 말해야 할까...


나도 시간이 지날수록 그건 아닐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그 외에 다른 문제들에 대해 이야기해 줄 것이라는 생각으로 이 기다림을 시작한 것이었다. 

그럼 adhd의 가능성이나 다른 사회성 문제들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냐고 물었더니, 

우선 여기는 자폐에 대해서만 검사를 하는 곳이며 만약 다른 게 의심되면 그럴 가능성도 조금 있어 보이니

그건 또다시 검사를 기다렸다 시행하는 게 어떠냐는 것이다.

세상에 이걸 다시 처음부터 하라고? 대단한 나라네...

할 말이 없다. 

어쨌든 감사하다고 말하고 다시 돌아오는 길이 홀가분 하긴 했지만 아주 시원하지는 않았다.


선진국이라는 하는 캐나다의 검사는 한국보다 허술한 듯 느껴졌고

이 모든 게 우리 아이가 아주 중증이 아니라 애매해서일 거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지금 현재 Education Assistant를 공부하면서 선생이나 로컬인 학우들한테 들은 것인데,

캐나다에서 경증의 장애 아이나 애매한 아이를 가지고 있는 부모들은 모두 

빨리 진단을 받아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기를 원하는데 진단이 잘 안 나온다고 하던데 이해가 되었다. 

진단을 받으면 정부 지원금이 학교로 전달되고 학교에서 아이에게 일대일 보조교사를 붙여주는 등 

여러 혜택을 제공하며 아이가 학교 생활을 성공적으로 해나갈 수 있게 모든 걸 해준다. 


애매한 아이와 캐나다에 유학 및 이민을 왔을 때는 진단을 받고 지원을 받아야겠다는 기대보다는 

한국에서보다 문제아 취급을 받지 않고 인간답고 안정되게 

학교를 잘 다닐 수 있다는 장점만 먼저 생각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나도 정부 지원 같은 큰 기대는 사라졌고 기다리는 시간 동안 아이가 성장해 갔으니까 되었다.


그러나 여전히 크고 작은 문제들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다시 또 adhd 검사까지 해보는 게 어떨까 해서 다시 워크인을 거쳐 소아과 refer를 부탁해 놓았다. 

또 얼마나 기다려야 할까...






이전 11화 반전의 중학교 시작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