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유를 찾습니다.

by 유별


왜이리 팍팍하고 재미없고 바쁘게 사는지 모르겠다.

뒤에 누가 쫓아오는 것도 아닌데 매사에 조급하다.


서두르다가 꼭 탈이 난다.

특히, 아이와 있을 땐 아이의 속도에 맞춰야 후회가없다. 그러나 문제는 시간이 지나면 그 중요한 교훈을 잊는다는 거다.


한 번은 쇼핑몰에서 아이를 잃어버린 적이있다. 그날따라 살 게 많아 정신이없이 돌아다니던 차에 벌어진 일이었다. 혼비백산되어 난리를 피우던 나와 달리 그때 아이는 오히려 한 장소에 그대로 앉아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아이와 미술관에 가기로 마음먹었다. 모처럼 데이트였지만 내 신경은 온통 미술관 찾아가는 일에만 몰두해있었다. 버스에서 지하철로 갈아타고 환승 두 번하고 역에서 목적지까지 걷다보니 도착 전에 이미 지친 상태였다. 아이는 말할 것도 없다. 겨우 식사하는 동안 충전을 하려했지만 오히려 졸음이 몰려왔다. 그래도 어찌저찌 미술작품들을 감상하고 서둘러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에 올라탄 순간 아차, 기념품으로 산 포스터를 두고 온 걸 알아챘다. 잠시 그냥 갈지 돌아갈지 망설였다. 아쉬워하는 내게 아이가 말했다. "괜찮아, 엄마 그럴 수 있지." 연신 머리를 쓸어주며 위로한다. 나는 내내 아이를 재촉하고 채근했는데 말이다.


그때 멈췄어야 했다. 아이를 잃어버린 것도 아니니. 문제는 내가 돌아가서 포스터를 찾기로 결정했다는 거다. 거기서부터 꼬인거다. 퇴근시간이 가까워지고 있었다. 그 뒤는 말 안 해도 짐작하시리라. 연재 글이 늦어진 이유다.


내가 이렇다. 지금껏 귀하신 누군가 정신 차리라고, 제발 기억하라고 그렇게 입이 떡 벌어질 일들을 겪게 했건만. 잊고 또 잊는다. 이 밖에도 일화가 끝이 없다.


후회는 너무 늦다.

혹시 '여유'를 잘 알거나 많이 갖고 있는 분, 제게 꼭 연락 부탁드립니다. 제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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