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사 사는 곳은 시골이라 일부 동네는 상수도 공급이 원활하지 않다. 그 중 하나가 우리 마을이다. 지하수를 이용하는 대신 식수는 생수로 대체하곤 했다. 5년 동안 정수기 연결이 불가능한 줄로만 알았다. 그런데 최근 남편이 업체에 문의한 뒤 일주일만에 정수기가 설치되었다.
기사님이 다녀가자마자 남편은 신이나서 외출한 내게 얼른 와보라며 야단이었다. 마치 엄청난 깜짝선물을 준비한듯이.
거짓말 조금 보태 내게도 신문물같았다.
집에 정수기가 생기다니! 우와.
여기저기서 보는 흔한 물건이지만 우리집엔 처음아닌가. 생수병을 들고나르는 번거로움이나 플라스틱 배출이 사라진 기쁨도 있지만 마냥 신기했다. 아이는 엄마 한 잔 아빠 한 잔 물을 퍼나르곤 온수로 컵라면도 먹을 수 있다며 한껏 상기되었다.
언제나 처음은 새롭다. 새로 산 차와 가전제품, 처음 간 여행지, 처음 만난 사람까지. 이리저리 묻고 살피고 만져보고 따져보고.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 모든 것에 익숙해진다. 익숙한 것들엔 감흥이 줄고 감동이 사라지게 마련이다. 대신 편안함과 남다른 애정이 자리잡지만 첫 마음처럼 속속들이 눈길이 가지않는 게 사실이다.
몇 해 전, 남편은 낙상사고로 큰 수술을 받았다. 결혼 후 10년동안 함께란 게 익숙하고 자연스러웠다. 아이가 태어난 뒤로 너무 익숙한 나머지 공기처럼 무감각했다고 해야 맞겠다. 정신이 바짝 드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남편이 퇴원해서 집에 돌아왔을 땐 뭐랄까. 안도감과 동시에 새로 태어난 기분같은 걸 느꼈다. 남편에게 매일 사랑한다고 말하고 매일 족욕을 해줬다. 그렇게 세 달이 지나자 차차 예전으로 돌아갔고 지금은 그저그렇다는 슬픈 얘기다.
불현듯, 나의 무뎌진 눈과 마음을 새롭게 그리고 민감하게 만드는 방법으로 단연 글쓰기가 제격이 아닐까한다.
여보, 나 돌아갈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