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장광현 Mar 25. 2024

노란 꽃 보듯 너를 봄

일상드로잉

산수유꽃이 피었다. 아이와 함께 놀러 나간 집 앞 공원에는 길마다 작고 귀여운 산수유꽃들이 가지 위에 모여 있었다. 도심 속 숱 적은 산수유꽃들이라도 겨울이 지나간 자리에 점처럼 노란빛을 흩뿌려주니 내 눈으로 봄의 온기가 전해진다.


개나리, 산수유, 해바라기, 민들레 그 어떤 노란 꽃이 정겹지 않던가. 이름 아는 꽃들의 개수를 합쳐봐도 열 개가 안 되는 나지만, 노란 꽃들이 주는 귀여움이 참 좋다. 꽃을 좋아하면 나이가 든 것이라던데 나에게도 그런 순간이 찾아왔는지도 모르겠다. 뭐든지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시기가 있다. 내 사십춘기에는 꽃이 찾아와도 좋겠다.






둘째와 공원 놀이터에서 그네와 미끄럼틀을 타고 놀아주었다. 아니, 아이가 나와 놀아줬는지도 모르겠다. 노는 내내 아빠가 아이를 졸졸 따라다니고 있었으니 말이다. 둘째의 에너지를 따라잡기엔 하찮은 연비를 갖고 있는 나는 한 시간도 안 돼 금세 피곤함을 느낀다. 하지만 숙련된 아빠라면 달라야 한다.


정적인 놀이와 동적인 놀이를 적절히 섞어가며 휴식과 놀이를 반복한다. 아빠의 작은 손짓발짓에도 내 아이는 꺄르륵대며 맑은 웃음소리 굴린다. 안아주려 하면 도망가고, 도망가면 다가오는 이 작은 녀석은 쉴 틈 없이 아빠를 들었다 놓는다. 문득 주변을 바라보니 작고 노란  같은 아이들이 공원에 있었다. 나무 같은 부모 사이에 작고 노란 산수유꽃 아이들이 피어 있었다.

  

겨울은 언제나 그렇듯 길었다. 하늘 아래 피조물들은 다시 찾아올 따뜻한 날들을 위해 웅크리고 인고했다. 그 사이 아이들도 겨울을 그냥 보내지 않고 저마다 싹을 틔웠다. 작고 노란 아이들.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가는 가장 드라마틱한 시기인 이때를 노란색과 아이추억하고 싶다.


한낮의 공원엔 작은 산수유꽃들이 만들어낸 웃음꽃이 피었다. 맑은 웃음에는 활짝 핀 꽃이 연상된다. 꽃들과 나무들은 그렇게 서로를 안아주고 아이와 나는 발을 구르며 웃는다.

 


        

아프지 말고.
매거진의 이전글 Bon Voyage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