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겨진 나 로 살아가기
죽음.
더 이상 그녀가 세상에 없다.
이 세상 어디에도 그녀가 없다.
그녀는 그렇게 스스로 세상을 떠났다.
나이 들어 누군가와 친해진다는 것이 그다지 달갑지도 쉽지도 않다는 것을 아는데 어쩌다 나는 그녀와 친해졌을까. 철없는 아이처럼 나이에 맞지 않게 경망스럽게 잘 웃고, 속에 감춘 것 없이 드러내던 그녀가 보고 싶다.
지금도 그녀를 아프게 떠올릴 사람들이 있어서 나는 그저 지극히 개인적인 그리움에 대해서만 얘길 하고 싶다.
사람이 나이가 들고 때가 되어 죽음을 맞이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나도 그 순리를 따라갈 것 같고 또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도 웬만하면 그럴 것이다.
그러나 그녀는 견딜 수 없는 무게를 안고 스스로 삶을 등졌다. 그녀가 좀 더 가벼워졌을까. 처음 소식을 접했을 때 나는 울지 못했다. 그녀의 마지막이 어땠었는지를 알고 나면 울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녀의 죽음에 대해 남은 자들은 죄책감을 느끼거나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향방을 몰라 애써 모른 척하는 것을 느꼈다.
나 역시 내 마음을 외면한 채 한동안 괴로워하기만 했다. 종국에 더 이상 피할 수 없어 내 마음을 있는 그대로 대면하고 나서야 나는 눈이 퉁퉁 붓도록 울었고 그녀를 향한 애도를 시작할 수 있었다.
인생이 이토록 괴로울 수 있을까...
내 마음은 온통 그녀에 대한 생각뿐이었다.
언제 어디서 어떻게 왜.
지금도 차마 더는 알 수 없는 것들이 있다.
미안하고 고맙고 사랑한다.
내가 받은 사랑에 대해 고맙고 내가 주지 못한 사랑에 대해 미안하고 그럼에도 남아있는 고백은 사랑한다는 고백뿐.
그 외에 더 무엇을 말해줄 수 있을까.
이리저리 수소문 끝에 그녀가 누운 곳을 알게 되었고 하룻밤 머물며 조용히 찾아가
사진을 들여다보았을 때 너무도 반가워 웃다가 울다가를 반복했다.
비가 내렸고 멀찍이 산 위 구름 위에서 직접적으로 빗줄기들이 쏟아져 내리는 것을 보았다. 어릴 적 그림 그리기에서나 표현했을법한 직접 구름에서 비가 내리는 장면이 눈앞에 펼쳐졌는데 샤워기를 들고 구름 위에서 누군가 장난스럽게 뿌려대는 것과 꼭 같은 그런 신비롭고도 보면서도 믿기지 않는 장면이었다.
그녀가 말하는 것 같았다. 찾아와 줘서 고마워.
그녀 덕에 나는 1박 2일 뒤늦은 소풍 같은 외출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다.
마음이 좋았다.
그녀가 몹시 그립기도 했다.
살다가 힘들 때면 그녀 생각이 났다.
그녀도 나처럼 이렇게 힘들었을까.
그때마다 다시 힘이 나고 위로가 되었다.
겁나서 풀지 못한 보자기처럼 엄두를 내지 못하는 남은 자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사랑하고 고맙고 미안하다고 말해보라고.
어느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내 옆에 있던 사랑하는 사람이 그렇게 가버리는 일을 말이다.
기가 막히고 얼어붙어 얼음 땡 하고 누가 대신 외쳐주지 않으면 풀려날 것 같지 않은
마비상태라고나 할까.
왜 그랬냐고 묻기보다 사랑한다고.
고마웠노라고.
미안하다고.
그렇게 말을 건넨다.
그녀에게 시 한 편을 건넨다.
*게재된 사진과 그림은 제가 직접 찍고 그린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