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눈물 흘리는 그대에게

아름다운 눈물

by You앤Me Art Place

눈물을 맛본 적이 있나요?

짭조름한 눈물맛을 아실 것 같아요.

쓰기도 하고 달기도 하고 아프기도 한 눈물맛.

나는 그런 눈물들이 때로는 아까워서 소중하게 유리병에 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나의 눈물을 아는 이가 있어 눈물 한 방울도 헛되이 하지 않고 마치 금을 모으듯 귀하게 모아두고 있는 것은 아닐까 가끔 생각합니다.


아프기도 하고 쓰리기도 하고 폐부를 찌르듯 고통스러워 흘렸던 눈물들...

진심으로 뭉클해서 기뻐서 흘렸던 눈물은 많지 않았던 것 같아요.

그때그때 눈물맛은 달랐던 것도 같아요.

나이 들어 어느덧 한쪽눈이 고장 나고 아무 때나 눈물이 줄줄 흘러내리기도 했는데 아무 맛도 안나는 눈물일 거란 생각이 드네요. 일부런 맛본 적은 없지만 의미 없는 눈물은 맹물 같은 것이 아닐까 싶어요.


하루하루 살아오면서 빗물인지 눈물인지 모를 눈물짓는 날들이 얼마나 많은지 나는 마음이 상하고 견딜 수 없는 일들을 겪을 때마다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고 어떤 때는 눈물짓는 사람의 옆모습을 그리기도 했어요.

그림을 보면서 다시 또 눈물이 흐르기도 했는데 그것은 그때의 심경이 되살아나기 때문이었던 것 같아요.

누군가는 나에게 왜 그렇게 그림 속에 눈물이 많으냐고 슬퍼서 싫다고 하기도 했는데 그분은 슬퍼도 웃는 분이었어요. 언제나 사람들을 대해야 하고 손님을 맞아야 하고 그에 걸맞은 미소를 지녀야 하는 삶을 평생 직업으로 가지셨던 분이셨어요.

그리고 나는 그분의 눈물을 본적이 별로 없었던 것 같아요. 늘 눈물을 흘리면서도 예의를 갖추느라 애쓰셨던 분이었으니까요.

어쩌면 사람들 앞에 민망하지 않게 우는 법을 알고 계신 성숙한 분이었을지도 모르겠어요.

나는 혼자 눈물을 삼키며 실컷 울어보지도 못한 채 어린 시절을 보내곤 했어요.

그때는 그래야 한다고 느꼈던 것 같아요.

소리 내어 우는 법을 몰랐고 혼자 숨어서 울어야 한다고 생각했으니까요.

그것이 내가 표현하는 슬픔과 절망 그리고 외로움에 대한 나름대로의 숭고한 자세였던 것 같아요.

성인이 되어가면서 나는, 눈에는 눈물이 고인 채로 표정은 아무 일 없는 듯 나름대로 사회생활도 하고 사람들과 꽤나 솔직하게 대화하고 있다고 생각하기도 했지만 눈이 슬퍼 보인다는 말을 자주 듣기도 했어요.

편히 흘리지도 못한 눈물들이 그렁그렁 맺혀있는 채로 숨기지도 못할 오래된 아픔과 슬픔을 그렇게 달고 다녔으니 그때를 떠올리면 참 안쓰럽기도 하네요.

어느 날 나는 작은 것에도 금세 눈물을 보이는 분과 친하게 지내게 되었는데 그분이 눈물을 흘리며 말하는 얘기들이 분명 슬프다고

호소하는 얘기들인데도 코믹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좀 유치한 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 연극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해서 나 자신이 스스로 나의 반응에 대해 이상하다고 느끼게 되었어요. 분명 친하게 지내고 있고 또 마음을 나누며 서로를 보듬어주고 돕고 지내고 있다고 생각을 했는데 그분의 눈물에 대한 나의 반응은 생소하고 낯설고 불편하고 부자연스러웠으며 어색해서 어쩔 줄 몰라하는 가운데 무표정과 무감각으로 대처하면서 속으로는 '왜 이런 사소한 일로 눈물을 흘리시지? 좀 어린아이 같으시다...'라고 생각했어요. 그 순간을 모면하고 나서야 나는 내가 눈물이 메마른 사람인가, 매정한 사람인가, 좀 삭막한가, 난 어떻게 했어야 했나 난생처음 그런 나를 좀 이상하다고 자의식 하게 되었어요.

그날 이후 나는 누군가 눈물을 흘릴 때 그가 말하는 내용과 상관없이 그의 눈물에 아무 말 없이 함께 눈물로 답해주고 싶다는 강한 염원이 생겼어요. 어쭙잖은 말로 당황스러워 회피하는 표정으로 더 이상 상대의 눈물을 모른 척하고 싶지 않아 졌던 거죠.

스스로 힘든 삶을 지내왔다고 생각한 나는

사소한 눈물을 사람 앞에 보이지 않으려 너무 애써왔던 것은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었던 것 같아요. 눈물을 흘릴 수 있는 용기, 떳떳함, 스스로를 그대로 드러낼 수 있는 자연스러움. 나는 그것을 소원하게 되었고 어느덧 조금씩 그렇게 되었어요.


지금도 가끔 혼자 울 때가 있고 누구에게도 아무에게도 보여줄 수 없고 보여주기 싫은 눈물도 있어서 인적 드문 곳을 걷기도 하고 바람에 눈물을 날려 보내기도 하고 비 올 때 우산을 깊이 덮어쓰고 눈물을 빗물처럼 뚝뚝 흘리기도 하지만 그래도 예전보단 제한하지 않고 울 수 있고 눈물을 흘리기도 하고 누군가 촉촉이 젖어가는 눈동자를 보면 어느새 내 눈에도 눈물이 스미고 때론 소년처럼 펑펑 울 수도 있는 것 같아요. 울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눈물을 흘릴 수 있어서 좋다고 생각해요. 그래서인지 요즘은 눈물 흘리는 사람을 그리지 않네요.

어릴 때 실컷 울지 못해서 가슴에 고였던 눈물들이 어른이 되어서도 제대로 눈물짓지 못한 나로 지나왔는데 눈물이 메마르지 않고 이제라도 내가 눈물을 그냥 흘릴 수 있다는 것이 고마워요.


오늘도 눈물 흘리는 그대에게 나는 말하고 싶어요. 당신의 눈물은 소중하고 그 눈물 속에 어떤 사연이 있든지 간에 깨끗한 유리병에 소중하게 그 눈물 한 방울조차 버리지 않고 담아서 금가루 섞인 빛나는 눈물방울처럼 모아두고 귀하게 여기다 보면 언젠가 그 눈물방울들이 결코 헛되지 않고 그 무엇이 되어 당신에게 삶을 가르쳐주고 성숙하게 도와줄 거라고.

나는 그렇게 말해주고 싶어요.

쓰리고 아리고 상한 마음이 눈물이 되어 오늘 슬프게 흘러도 슬퍼하기만 하지 마세요.

또 가슴 뭉클하게 기뻐서 눈물 흘릴 날도 어쩌면 때가 되면 올 테니까요.

*게재된 그림은 모두 제가 직접 그린 그림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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