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9. 접기로 한다(박영희)

[하루 한 詩 - 089] 사랑~♡ 그게 뭔데~?

by 오석연

요즘 아내가 하는 걸 보면

섭섭하기도 하고 괘씸하기도 하지만

접기로 한다


지폐도 반으로 접어야

호주머니에 넣기 편하고

다 쓴 편지도

접어야 봉투 속에 들어가 전해지듯

두 눈 딱 감기로 한다


하찮은 종이 한 장일지라도

접어야 냇물에 띄울 수 있고

두 번을 접고 또 두 번을 더 접어야

종이비행기는 날지 않던가


살다 보면

이슬비도 장대비도 한순간,

햇살에 배겨 나지 못하는 우산 접듯

반만 접기로 한다

반의반만 접어 보기로 한다


나는 새도 날개를 접어야 둥지에 들지 않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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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는다는 것과 비운다는 것

버린다는 것과 지운다는 것

모두 같은 의미이겠으나


마음을 비운다는 일

욕심을 버린다는 일

기억을 지운다는 일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렇게 쉽다면 누구나 할 수 있겠지요.


마음을 비우지 못하고

욕심을 버리지 못하고

기억을 지우지 못하고

껍데기만 움켜잡고 사는 것을 보면…


친구, 애인, 부부, 부모와 자식 간에

비우고, 버리고, 지우지 못하니

반쯤 접고 삽시다.

그것도 안 되면 반의반만이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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