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8. 겨울 숲에서(안도현

[하루 한 詩 - 178] 사랑~♡ 그게 뭔데~?

by 오석연

참나무 자작나무 마른 잎사귀를 밟으며

첫눈이 내립니다

첫눈이 내리는 날은

왠지 그대가 올 것 같아

나는 겨울 숲에 한 그루 나무로 서서

그대를 기다립니다


그대를 알고부터

나는 기다리는 일이 즐거워졌습니다

이 계절에서 저 계절을 기다리는

헐벗은 나무들도 모두

그래서 사랑에 빠진 것이겠지요


눈이 쌓일수록

가지고 있던 많은 것을

송두리째 버리는 숲을 보며

그대를 사랑하는 동안

내 마음속 헛된 욕심이며

보잘것없는 지식들을

내 삶의 골짜기에 퍼붓기 시작하는

저 숫눈발 속에다

하나 남김없이 묻어야 함을 압니다


비록 가난하지만

따뜻한 아궁이가 있는 사람들의 마을로

내가 돌아가야 할

길도 지워지고

기다림으로 부르르 몸 떠는

빈 겨울나무들의 숲으로

그대 올 때는

천지사방 가슴 벅찬

폭설로 오십시오


그때까지 내 할 일은

머리끝까지 눈을 뒤집어쓰고

눈사람 되어 서 있는 일입니다


~~~~~~~~~~~~~~~~~~~~~~


사랑의 전부가 기다림이라는 것을

사랑을 한 번이라도 해본 사람은

절절하게 느끼고 알 것이다.


첫눈 내리는 날이 아니더라도

눈 덮인 겨울 숲이 아니더라도

문 여는 소리에 귀 쫑긋하며

들어오는 사람마다 눈길을 주는

그 애타는 기다림이라니~!

그 기다림의 위대한 문턱을 넘어야

비로소 사랑하는 사람을 만날 수 있다.

그 기다림의 애타는 눈길을 들어서야

비로소 사랑하는 사람에게 갈 수 있다.


사랑을 택하려 기다림을 버리면

기다리지 못해 사랑을 버리면

그것은 사랑이 아니다.


기다림의 종착역이 사랑이다.

이전 27화177. 선물(기욤 아폴리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