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9. 장마철 나는 법(문숙)

[하루 한 詩 - 319] 사랑~♡ 그게 뭔데~?

by 오석연

“애야, 잘 여문 곡식도 장마철엔 벌레 슨다

바깥공기 들지 않도록 잘 묶어라

차고 서늘한 곳에 두는 것도 잊지 말고

자칫 구멍 나면 다 버려야 한다”

어머니는 오늘도 전화로

나를 보관하는 법 조용히 알려주신다

귀 닫고 입 닫고 제 숨통 틀어막고 버티는 일이

온전하게 잘 사는 것이라고

숨이 막히고 가슴이 끓어도 어머니가 계시는 한 나는

내 삶의 봉지를 구멍 낼 수 없다


~~~~~~~~~~~~~~~~~~~


하늘이 구멍이 난 듯

비가 내리는 장마철에

내 가슴에 구멍을 막아주는

어머니 염려의 말 한마디

내 마음의 우산이었다.


한 눈 한 귀로 조용히 살라던

삶의 진리 같은 지혜도

지금은 빛바랜 목소리지만

장마철의 삶에 구멍이 나면

바람 들고 썩게 마련이다.


장마철에는 숨 막히더라도

마음의 방패막 튼튼하게 쳐

마음의 창 활짝 열 수 있는

화창하고 좋은 날 기다리시기를~!


인생도 삶도 사랑도 기디림이니.


keyword
이전 18화318. 안개 속에 숨다(류시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