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8. 안개 속에 숨다(류시화)
[하루 한 詩 - 318] 사랑~♡ 그게 뭔데~?
나무 뒤에 숨는 것과
안개 속에 숨는 것은 다르다
나무 뒤에선
인기척과 함께 곧 들키고 말지만
안개 속에서는
가까이 있으나 그 가까움은 안개에 가려지고
멀리 있어도 그 거리는 안개에 채워진다
산다는 것은 그러한 것
때로 우리는 서로 가까이 있음을
견디지 못하고
때로는 멀어져 감을 두려워한다
안개 속에 숨는 것은 다르다
나무 뒤에선 누구나 고독하고,
그 고독을 들킬까 굳이 염려하지만
안개 속에서는
삶에서 혼자인 것도 여럿인 것도
그러나 안개는 언제까지나 우리 곁에
머무를 수 없는 것
시간이 가면 안개는 걷히고
우리는 나무들처럼
적당한 간격으로 서서
서로를 바라본다
산다는 것은 결국 그러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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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가까이 있어도 못 견디고
너무 멀리 있어도 못 견디는 것이
사람과 사람 사이의 거리다.
살면서 인간관계는
나무 뒤에 숨었다가 잠시
‘까꿍’하고 나타나는 사이가 젤 좋다.
너무 멀리 떠나 보이지 않는 것
아주 멀리 떠나 볼 수 없는 것
나타날 기미가 없으니 슬프다.
잊을만하면 나타날 수 있는
그리운 얼굴 볼 수 있는
그 적당한 거리는 얼마일까?
안개 속도 아니고
나무 뒤도 아니고
정(情)의 깊이에 따라
그리움의 수심이 정해지는가.
보고 싶을 때 볼 수 있는
딱 그 정도의 거리라면
더 바랄 것이 없겠다.
근데
그게 안 된다는 게
인생이고 삶인 걸 어쩌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