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9. ‘사랑(愛)’의 의미(9. 사랑과 행복)

삶은 의미다 - 89

by 오석연

‘행복(幸福)’‘생활에서 기쁨과 만족감을 느껴 흐뭇한 상태’를 말한다. 인간은 누구나 행복을 인생의 목표로 두고 있다. 인생 목표인 행복을 추구하기 위한 삶의 가장 흔한 질문이 ‘누구와 어떻게 행복하게 살 것인가?’라는 것이다. 누구와 어떤 관계를 맺고 어떻게 해야 더 행복하게 살 수 있을지를 늘 고민하는 것이 삶의 대부분이다. 결국 누군가와 관계 맺으며 누군가를 사랑하고 누군가로부터 사랑받는 것이 지상목표인 셈이다. 결국 ‘어떻게 살 것인가?(How to live?)’는 ‘어떻게 사랑할 것인가?(How to love?)’와 같다고 볼 수 있고, 이 질문에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행복에 이르는 지름길이기도 하다. 사실 사랑만큼 행복에 이바지하는 것도 없다. 그 무엇에도 비길 수 없는 짜릿한 사랑의 말초적 행복감을 제외하더라도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사랑에서 솟아나는 행복감은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

심리학자 아들러는 사회 속에서 살아가야 하는 인간에게는 평생에 걸쳐 이루어야 할 세 가지 인생 과제를 ‘일의 과제, 친구의 과제, 사랑의 과제’라고 했다. 결국 이 세 과제를 잘 수행하면 행복한 삶을 산다고 하는데, 일을 하든 친구를 사귀든 사랑하고 결혼을 하든 면면을 들여다보면 모두 인간관계이다. 인생 과제를 잘 수행하고 살아간다는 것은 인간관계를 잘 맺고 풀어간다는 말과 같다. 즉, 인생의 모든 문제는 결국 인간관계에서 비롯된다는 뜻이다. 그중에 제일이 사랑하는 사람과의 관계가 아닐까.

우리는 늘 사랑하고 행복하기를 바라지만,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 있듯 이루어질 수 없는 행복이다. 사랑이 늘 행복할 것으로 생각하는 것은 착각이다. 사랑의 감정에 좌절, 미움, 질투, 외로움 등의 희로애락 속성이 함께하기에 행복만이 있을 수 없다. 아무리 두 사람의 사랑이 돈독하고 튼튼하다고 해도 완전한 일심동체가 될 수 없다. 사랑하면 할수록 기대하는 마음도 커지는 만큼 따르는 책임도 커진다. 이를 잘 조절하는 지혜를 터득해야 사랑이 행복이란 피안에 도달할 수 있다. 어둠 속에서 빛남이 있듯이 사랑의 행복도 슬픔과 외로움으로 인해서 더욱 빛나고 소중한 것이다. 진정 사랑하는 두 사람은 사랑의 행복만이 아니라 슬픔과 두려움, 외로움과 같은 어두운 마음을 받아들이는 마음과 서로에 대한 믿음과 배려로 극복하는 과정이 더 큰 사랑의 축복을 맞이하는 것이다.

사랑하는 관계일수록 정서적 의존을 조심해야 한다. 사랑한다고 해서 그 사람을 내 옆에 붙잡아 두고 내 마음대로 하는 게 아니다. 한 사람의 감정이 다른 누군가의 행동으로 좌우된다는 것은 두 사람 모두에게 치명적일 수 있다. 행복, 기쁨, 슬픔. 고통 등을 모두 의존하고 있다는 의미이고, 혼자서는 즐거울 수도, 행복할 수도 없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한 사람만을 생각하고 사랑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그 마음이 심해 올인하게 되면 심리적, 정서적 의존으로 발전하게 된다. 사랑도 과하면 집착이란 병이 된다.

혼자 남게 되는 두려움으로 그 어떤 고통을 감수하면서라도 관계를 유지하려고 하는 것,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다른 모든 것을 희생하며 매달리는 것, 심지어 자기 삶을 내팽개쳐버리는 것 등은 사랑으로 행복을 찾는 길이 아니고 끔찍한 사랑의 굴레에 빠지는 것이다. 사랑은 절대 매달려서 행복이 찾아지지 않는다. 사랑이 우리를 행복하게 하고 기쁨을 주는 건 사실이지만 그 관계에 모든 걸 거는 것은 위험하다. 사랑의 결과는 행복해야 한다. 그리고 그 행복이란 스스로가 느끼는 감정이지, 상대방이 가져다주는 것이 아니다.

자신을 사랑하지 않으면 결코 남도 사랑할 수 없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자신의 마음을 내버려 두지 않는다. 내 마음이 뭘 원하고 있는지, 어떻게 하면 행복할 것인지를 항상 묻고 살핀다. 상대로부터 사랑과 관심을 얻는 데만 애쓰지 않고 늘 자신을 위해서 무언가를 하는 것이다. 누가 뭐라 하든 개의치 않고 오롯이 자기 자신이 되어 자기 삶을 산다. 또한 타인이 규정해놓은 기준에 끌려다니지 않고, 자신이 전정으로 하고 싶은 일에 시간과 돈을 투자한다. 다른 가족을 챙기느라 자기가 원하는 일을 뒷전으로 놓지도 않는다. 사고 싶은 것을 사고, 배우고 싶은 것을 배운다. 자신은 그럴 만한 가치가 있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한다. 자신이 진정 만족스럽고 행복해야 가족들을 행복하게 해줄 수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나 스스로 행복을 찾지 않는 한 누구도 나를 위해 행복을 선물하지 않는다. 자기의 삶을 적극적으로 선택하고 이끌어가는 사람에게 행복이란 선물이 찾아온다.

우리에게 ‘행복해질 용기’가 있다면, 누군가를 사랑함으로써 인생을 다시 선택하면 되는 것이다. 하지만 사랑하고 진정한 자립을 이루는 인생의 선택이 얼마나 어려운 길인지는 그 길을 가봐야 알게 된다. 사랑도 행복도 그냥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이 세상 어느 것도 공짜는 없다. 사랑도 행복도 저절로 오지 않는다. 사랑과 행복은 부단한 노력의 산물이고 애지중지 키워지며 다른 곳에 한눈팔지 않는 집중으로 성숙하고 열매를 맺는다.

가장 행복한 순간을 꼽으라면 사랑하는 사람과 모든 것이 같이 공유하고 있을 때라고 대답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내가 아닌 다른 상대와 어떻게 모든 것을 공유할 수 있겠는가. 흔히 사랑하는 사이에 거짓 없이 솔직해야 한다고 한다. 하지만 사랑만큼 거짓을 많이 숨기고 있은 것도 없다.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을 안심시키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거짓 마음과 행동을 쉼 없이 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게 된다. 좋게는 하얀 가면의 거짓일 수도 있다. 사랑은 늘 불안과 함께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속성이다. 그 사람이 없으면 죽을 것 같은데 솔직해서 떠나보내는 것보다 안심시켜 내 곁에 두는 것이 우선이다.

우리는 흔히 사랑하는 상대와 사랑을 0순위라 말한다. 이 말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사랑이 불타오를 때는 그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고 중요하지만, 때로는 아무것도 아닐 수 있는 게 바로 사랑이다. 사랑과 행복 중 하나를 택하라고 하면 행복을 선택하게 되는 것도 그 이유다. 행복해지려고 사랑하는데 더 이상 행복해지지 않는 일은 너무 흔하다.

‘모든 사람에게서 사랑받는 것이 인생의 행복은 아니다. 사랑하는 사람으로부터 사랑받는 것이 인생의 행복이다.’라는 말도 있다. 사랑하고픈 사람을 사랑하고, 사랑하는 사람에게서 진정으로 사랑받는 일 이상으로 더 행복한 일은 없다.

청마 유치환의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사랑하였으므로 나는 진정 행복하였네라’라는 시구에도 있듯이, 사랑받는 것보다 사랑하는 쪽으로 마음을 바꾸면, 사랑하는 대상이 자신의 사랑을 받아들이든 거부하든 관계없이 행복을 얻을 수 있다. 사랑받는 것은 상대의 일이니 내 마음대로 할 수 없어 괴롭고, 사랑을 하는 것은 나의 일이니 내 마음대로 할 수 있어 행복한 것은 당연하다. 마음대로 사랑하고 마음대로 행복하다는 데 누가 뭐라 할 것인가. 그러나 사람들은 사랑받는 것이 더 행복하다고 생각한다. 상대가 나를 사랑하도록 바꿔서 행복해질 수 있겠는가. ‘바랄 수 없는 것은 바라는 것’의 고통이다. 예수님, 부처님과 같은 사람을 만나기 전에는 절대 행복해질 수 없다. 살면서 ‘바랄 수 있는 것을 바라는 것’이 건강함이고 행복이다. ‘죽지 않기를 바라는 것’, ‘늘 행복하기를 바라는 것’, ‘사랑하는 마음이 영원하기를 바라는 것’, ‘상대가 내 기대대로 행동하기를 바라는 것’ 등은 건강하지 못한 바람으로 이루어질 수도 없고 불행의 씨앗이 된다. 사랑에서도 내가 할 수 있는 것으로 방향을 바꾸고 상대가 해줄 수 있는 것을 바라는 것이 행복의 지혜이다.

행복한 마음은 설렘에서 온다. 설렘은 막연한 그리움이 실현할 수 있는 것으로 변할 때 생기는 심리적 반응으로 행복과 사랑을 데려오는 손님과 같다. 사소한 일들이라도 설렘이 동반되면 행복한 시간이 된다. 사랑 역시 그리움과 설렘이 함께 온다. 대부분의 삶이 그렇듯, 사랑도 행복도 너무 열심히 찾으면 보이지 않는다. 인생의 봄날은 언제나 지금이다. 행복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배경이나 환경이 아니라 일상의 순간에 집중하여 맞이하는 것이다. 억지 부리는 사랑보다 저절로 그냥 오는 사랑이 행복을 선물한다.


지금, 이 순간 앞에 있는 사람과 더 뜨겁게 사랑하고 더 깊게 사랑받으며 행복을 누리시기를~!



https://brunch.co.kr/@dd05cb7dd85a42c/332


keyword
이전 08화88. ‘사랑(愛)’의 의미(8. 사랑과 자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