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관자
"왜, 그때 나 잡지 않았어?" 언니의 목소리가 들린다.
"언니가 원하는 줄 알았어. 자유롭게, 훨훨."
"왜, 그때 나 잡지 않았니?" 이번엔 아빠의 목소리다.
"아빠가 사라지길 원했어. 영원히."
몽유병은 이상한 병이다.
기억은 나는데, 기억나지 않는다.
내가 걸었던 발자국이 낯설다.
내 손이 내 것이 아닌 것 같다.
그렇게 행동한 건 기억나는데, 왜 그랬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갑자기 벌떡 일어나, 유령처럼 돌아다닌다.
왜 그러는지 모른다.
어느 날은 벽에 대고 중얼거린다.
벽이 아니라, 언니와 아빠다.
나를 원망하는 걸까.
그런 투로 물어보지는 않는다.
그저 궁금한 얼굴이다.
나는 대답한다.
그리고 같은 말을 반복한다.
정말로 그때는,
언니가 원하는 줄 알았다.
방관이 도와주는 거라 믿었다.
아빠가 난간에 발을 헛디뎌 떨어지던 순간,
허우적거리다 제자리를 찾아가던 그 순간,
나는 그저 살짝, 등을 민 것이다.
그날은,
몽유병이었는지 제정신이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방관만 하던 내가 드디어 몸을 움직였을 뿐이다.
아빠에게서 엄마를 지켜주고 싶었을 뿐이다.
무기력한 나에게서 벗어나고 싶었을 뿐이다.
나는 피해자일까.
가해자일까.
아니면, 방관자일까.
그들의 환영은 오늘도 온다.
나는 환영한다. 언제든.
그들이 묻는다.
나는 대답한다.
계속,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