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무표정

방관자

by 박나킨

아빠가 사라지면 하하, 호호, 웃으며 화목할 줄 알았다.

나의 착각이었을까.


엄마는 여전히 미간의 주름은 파르르 떨렸고,

눈동자는 소처럼 느리게 끔뻑거렸다.


그때도 이런 표정이었을까.

나의 언니였던 은혜가 사라진 그날, 말이다.


내가 기억하는 처음이자, 마지막인 가족 나들이였다.

은혜는 멀미가 났던지 얼굴이 창백했고 계속 토를 했다.

아빠는 엄마를 구박했고, 언니는 자기 탓이라며 더 속상해했다.

그 덕에 난 집에 일찍 와서 좋았지만 말이다.


그날, 베란다 문이 열려 있었다.

은혜는 그렇게 하늘로 훨훨 날아갔다.

나를 흘깃 쳐다보았지만, 미처 말릴 틈도 없이 언니는 사라졌다.

어쩌면, 말리고 싶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혹은 방관하는 게 지켜주는 걸까, 생각했다.


그 뒤로, 집안의 모든 문은 잠겼다.

엄마는 표정을 잃었고, 아빠의 폭력은 더 심해졌다.


이사한 집에서도,

엄마 얼굴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창밖만 바라보았다.


아빠가 있을 때는 자주 울었다.

가끔은 억지로 웃기도 했다.

지금은 아무것도 아니다.

그래서 더 낯설다.


나는 두부조림을 씹다 말고, 엄마를 훔쳐본다.

"엄마, 뭐 해?"

대답은 없다.

대답 대신, 숟가락이 반찬 그릇을 툭 건드린다.

나는 괜히 책가방을 열어 준비물을 챙긴다.


밤이 되면, 무표정이 떠오른다.

고함보다, 욕설보다, 무섭게.

아빠의 소리는 사라졌지만, 엄마의 무표정은 방안까지 따라온다.

고요함이 주는 서늘함이 이렇게 공포스러울 줄이야.


불을 껐는데도, 그 얼굴이 벽에 붙어 있다.

웃지도, 울지도 않는 얼굴.

그것이 나를 지켜보고 있다.

눈을 질끈 감는다.


아침이 되고, 엄마는 학교 앞까지 따라온다.

절뚝거리는 다리, 들썩 거리는 어깨, 손에는 장바구니.


"조심히 다녀와."

다정한 목소리가 무심한 얼굴에 묻힌다.

나는 괜히 활짝 웃어 보인다.

그 웃음이 혼자 둥둥, 떠다닌다.

싱크대 선반 위에 둥둥, 떠다니는 아빠의 컵처럼.

주인을 잃고, 내 컵 옆에 가지런히 놓여있다.

나는 왜 치우지 않냐고 묻지 않는다.

대답은 이미 정해져 있으니까.

무표정.


그 얼굴이 이 집의 새로운 규칙이 된다.

나는 점점, 그 규칙을 따라가게 된다.

그건 생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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